네 번째 제자 안드레는 베드로의 형제로서, 베드로와 함께 가버나움(갈릴리 호수 북서 해안의 성읍)에서 생활했다. 그는 너무나 유명한 베드로에 가려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역시 갈릴리 출신의 어부로서 베드로에게 예수를 소개한 예수의 첫 번째 제자였으며, 많은 사람을 예수에게로 인도하였다.

그는 예수의 오병이어 사건 당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가진 소년을 발견했으며, 감람산(예루살렘과 가까운 해발 814m의 산. 올리브 산)에서 예루살렘 성전(현재 ‘통곡의 벽’은 제3성전 서쪽 벽의 남은 잔해에 해당) 파괴와 예수의 재림에 대해 질문한 바 있다.

안드레는 그리스에서 전도활동을 벌이다가 거기서 십자가에 처형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X자 모양의 십자가는 오늘날 ‘성 안드레 십자가’로 불린다. 스코틀랜드에는 안드레의 유골이 4세기에 그곳으로 옮겨졌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스코틀랜드의 국기에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으로 성 안드레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데, 나중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의 국기를 하나로 합침)의 일부로 포함된다. 오래전부터 콘스탄티노플에 보관되어오던 안드레의 머리가 수백 년 전, 로마로 옮겨져 바티칸에 안치되었다. 그리고 1964년에야 이 머리는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원래의 장소로 반환되었다.

다섯 번째 사도 빌립은 갈릴리 호수 근방 벳새다 출신으로서, 예수의 12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빌립은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 안드레와 함께 세례 요한의 제자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빌립은 본래 의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심지어 예수께 하나님 아버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때 예수는 “네가 참으로 나를 알고 보았다면, 그 아버지도 알고 보았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오병이어의 이적, 즉 예수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의 사람들을 먹이는 기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그는 그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때문에 그는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200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합니다.”라고,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걱정을 한다. 이 장면을 통하여 우리는 그가 매우 계산이 빠른 데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품을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빌립은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하고,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을 받았다. 주지하다시피, 마가의 다락방은 예수가 로마군에 체포되기 전날 12 제자와 함께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나눈 곳으로서, 오늘날 성만찬식의 기원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예수가 승천한 후 배신자 가룟 유다 대신 맛디아를 제자로 선출한 장소이자, 예수의 제자들이 오순절 성령 강림을 체험한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성령을 받은 빌립은 역시 12제자의 한 사람이 된 나다나엘에게 예수를 증언하였고, 주로 가이사랴(예루살렘 북서쪽 105㎞ 지점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 도시)에서 아소도(이집트와 이스라엘 접경지대에 있는 성읍)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 지역을 무대로 전도 사역을 감당하였다. 그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소아시아 서부 리디아의 트랄레스에서 감독으로 지내다 자연사했다는 견해와 히에라볼리(소아시아 남서부의 도시)에서 순교했다는 견해가 있다. 집사 빌립(예루살렘 교회에서 선발된, 최초의 일곱 집사 가운데 한 사람.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내시에게 복음을 전함)과는 구별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