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 조합장
드디어 1월이 지나고 2월로 접어들었지만 겨울답지 않은 날씨 탓에 남부지방에선 철쭉과 개나리가 꽃을 피우는가 하면 특히 제주도에선 반팔차림의 관광객도 눈에 뛸 정도라고 한다. 이 때문에 겨울철 난방비가 걱정인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이번 겨울이 참으로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사과, 배, 포도, 복숭아등 과수작물은 병해충이 심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겨울잠을 자야 하는데 따뜻한 날씨 탓에 너무 일찍 깨어나게 돼 갑자기 한파라도 오면 동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례적인 겨울비도 보리, 밀, 시금치 같은 월동작물에 미칠 습해와 웃자람 등 신경을 써야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처럼 상황이 뻔한데 농업진흥기관의 대처는 사실상 아쉽기도 하다.
물론 대책을 발표해 놓고 걱정을 하는 기관도 있지만 정말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일부 공무원의 말처럼 일어나지도 않은 현상에 대책이 있을 리 없고 그 예방책을 원하는 농가로선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아울러 혹시나 모를 한파에 대비해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병해충 예방에 신경 쓰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이긴 하다. 다만 잠재된 위험에 대비한 위기경보 차원에서 당국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 정부와 농협은 금년 농작물 재해보험을 판매하면서 일부 과수에 한해 판매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겼는데 이는 혹시나 모를 냉해에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냉해라든지 병해충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추세를 확인할진데 피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사실 작년 3-4월에 있었던 한파의 영향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창궐했던 외래 병해충 발생 경험상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예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고 또 농가에선 농작물 재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현명하고 지혜로울 듯 싶다. 더욱이 따뜻한 겨울이나 봄철 한파는 경험적으로 볼 때 이제는 이상한 기상상황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음에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