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기생충이란 영화가 일을 냈다. 정확히는 봉준호 감독과 송광호 등 배우들이 큰일을 해냈다. 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세계 영화제를 휩쓸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아카데미의 오스카를 손에 쥐었다. 그것도 4개씩이나. 아무리 차분하게 감정을 조절하려 해도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대단한 성과다. 온 국민을 공포와 스트레스로 몰아넣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기생충이 한방에 삼켰다. 그래서 바이러스와 기생충이 요즘 사회 전체의 화두가 되었다.

4개 부문이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솔직히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국민 대부분이 그랬다. 하지만 101년 만에 꿈은 이루어졌다. 이번 성과는 영화제작사 CJ의 협조가 컸다는 후문이다. 대형 시네마 제작사의 스크린 석권은 널리 알려져 있고 그 폐단 또한 잘 알고 있다. 솔직히 천만 관객 이상의 영화는 거의 대형 제작사의 입김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도 대충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이러한 단점을 딛고 오히려 충분한 힘을 발휘 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젠 대한민국은 영화와 K-POP을 발판으로 문화강국의 대로로 들어섰다. 어쩌면 기생충의 문고리를 잡아준 것이 B.T.S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세계 속에 코리아를 깊게 각인시켜 준 공로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고의 영화가 힘을 더했으니 오스카가 봉준호의 손아귀에서 4개나 번쩍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들의 영광 뒤에는 아픔 또한 컸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전 정권 하에서 이들은 모두 블랙리스트의 대상이었다. 봉 감독은 악몽이었다.”는 말로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이른바 좌파 연예인으로 지원 대상에서 모두 제외가 되었다. 송광호 배우는 노무현을 연기한 변호사로 이들에게 깊은 낙인이 찍혔다. 당연히 SNS에서는 전 대통령들이 같이 언급이 되었고 한국당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논평까지 냈다. 당초 이들을 정치적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본인들이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말 이유를 모르고 이러한 발언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CJ의 이미경 부회장을 자신들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못할 리는 없을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끌어내려 미국으로 보내버린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 그리고 기생충의 개봉을 두고 한국당 의원들이 좌파 영화는 보지 않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했고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는 한국당만 축하 메시지를 전혀 보내지 않았음을 우리는 안다. 또한 블랙리스트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끄러운 것은 국민인데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로이터통신에서 조국 전 장관 사건을 영화 속 학위를 위조하는 장면과 대비시켜 기사를 내 보낸 사실을 적시하며 우리 언론은 받아쓰기에 바빴다. 그리고 SNS 역시 뜨겁게 달궜다. 로이터통신까지 떴는데 어떻게 부정하겠느냐는 글들도 속속 올라왔다. 뉴욕 타임스도 로이터 통신을 받아 같은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게 전부는 아니다. 신뢰하는 외신 로이터통신의 이번 기사는 서울발이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서울 주재기자 한국인 신 모 씨가 작성한 기사다. 외신의 눈이 아니라 국내의 언론인 셈이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많다. 특히 언론의 자극성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작은 미풍이었지만 언론은 거센 태풍으로 만들었다. 과장이 너무 심하게 작용한 결과다. 전문의들이 아무리 일반 감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을 해도 온 나라가 공포의 도가니로 빠졌다. 마스크는 바닥이 나고 국민 간 갈등을 만들기까지 했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즐거운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렇게 황당한 현실이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심지어 유력 야당은 기생충 성과를 문화는 이렇게 발전하는데 정치는 퇴보하고 있다며 정부를 공격하는 데 이용했다. 영화산업이 발전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었던 정당이 할 말은 아니다. 부산영화제에서 다이빙 벨을 스크린에서 내리라는 자신들의 강압에 유일하게 맞섰던 사람이 봉준호 감독임을 정말 모르고 하는 발언일까. 이정도면 철판도 수준급이다.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을 우리는 철면피(鐵面皮)라 부른다. 국민의 영광이요 국가의 명예이니 그냥 순수하게 축하하고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최선이겠지만 이마저 정치와 자꾸 연결해 가는 모습이 안쓰럽고 추하다. 어쨌든 이번 주는 바이러스와 기생충이 온 나라를 안팎으로 흔들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모습에서 일본의 이등국민성과 우리의 일등국민성이 여실히 증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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