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91월 진행한 강원 충청권 중등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졸업 후 지역을 떠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3.3%에 달했다. 64.4%는 졸업 이후 취업시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24.2%는 자신의 미래가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광지역이나 전남권의 통계는 아니지만 동일한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도 결과가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이보다 10년 전인 2009, YMCA가 전국의 청소년 8,7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는데, 10명 중 4명은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10년이 흐르는 사이에 4대강 비리,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사태, 촛불혁명과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사건들이 다이내믹하게 흘러갔다. 크든 작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회와의 관계속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2009년과 2019년의 통계자료는 10년의 세월을 건너오는 사이, 우리 아이들의 삶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흙밥길밥으로 끼니 떼우며 입시에 매달려야 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행복도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고, 청소년 자살율은 OECD 국가들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바꿔보자고 마을교육공동체로 의기투합했건만 대한민국이 교육이 바뀔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 정도로 엉켜버린 실타래와 같은 대한민국 교육에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일까.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가장 갑갑한 대목이 바로 이 문제다. ‘깨움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동료 학부모들과도 가끔 이야기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품에서 자라난 우리 아이들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결국은 입시경쟁의 레일 위에 서게 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마을교육공동체 보다는 입시교육의 영향력이 아이들의 삶에 더 규정적인 요소가 되어버리는 현실속으로 걸어나가야 한다. 이야기할수록 한숨만 나올 뿐 토론을 해도 속 시원한 해답은 없었다.

입시위주 경쟁교육의 패러다임 속에서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린 현실. 어떡해서든지 도시로 나가지 않으면, 스펙을 쌓지 않으면, 학벌을 만들지 않으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이 지배하는 현실. 이런 현실을 묵인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는 일이다. 농산어촌 지역에 깊숙이 내재된 뿌리깊은 패배주의와 과감히 결별하고 로컬을 중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 중앙집권화된 도시화에서 지방분권화된 공동체로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중첩된 문명의 종말 위기 앞에서 다 같이 살려면 다른 방법은 없다. 로컬의 관점에서 보고 로컬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도시로 떠나지 않고도 지역에서 배우고 자라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지역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겠으나 지역화 프로젝트를 현실화시키는데 교육이 중심고리가 될 수는 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고 민관이 합심해야 한다.

지방소멸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문제 해결은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입시위주 경쟁교육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지방 시골마을의 대다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in 서울을 목표로 입시에 매달린다. 어떡해서든지 내가 사는 지역을 탈출해 서울이나 대도시로 나가려고 하는 현실에서 지속적인 인구유출은 피할 수 없다. 지방의 교육이 지방의 인재, 건강한 마을시민을 길러내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답은 없을 것이다. 교육청과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뛰어넘어 지역을 살리는 관점으로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협력을 어렵게 하는 모든 제도적 관행적 장벽들을 걷어내고 공동으로 지역 교육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렇게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가 바로 교육 문제 해결이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지역 차원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세우고 끈기있게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교육도 로컬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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