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교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는 16화를 완주했는데도 가슴 벅차고 마음이 많이 아쉽다. 결국 둘의 마음이 결실은 맺었지만, 장애물들을 남기긴 했다. 그럼에도 군사경계선에서의 포옹은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리정혁을 이대로 보낼 수 없는 윤세리의 억눌렸던 감정이 터지고 힘겹게 한 발을 넘어서던 수줍은 리정혁이 망설임 없이 경계선을 넘어 품에 안는 모습이 사건과 상황의 부담에 계속 짓눌렸던 둘이 비로소 하나로 통한 것 같아서 모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결말을 차라리 원안처럼, 배우들의 몰입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 이후 남한에서의 결혼이나 다른 후일담으로 푼다면 더 아련하고 몰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남북한 가족들과의 관계나, 둘의 미래 등 리정혁, 윤세리 커플 위주의 서사로 좀 더 친절하고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으면 좋았을텐데.. 물론 TvN이 내 소망을 들어줄리는 없겠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누가 뭐래도 스위스에서 잠시 만나다 묘책을 찾아 둘은 남한에서 꽁냥꽁냥한 걸로 난 생각하고 있으려한다. 우리는 시대적으로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갈망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위대한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측면에서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리정혁, 윤세리를 보며 우리 스스로 자위하는 것 같다. 개미군단 같은 이들의 성실함과 기술이 저변에 깔리지 않았다면 그 거대한 드라마의 생명력이 덜 했을 것이다. 북한에서 중대장으로서의 리정혁, 세리스 초이스를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윤세리.. 그래서 더욱 그들을 만들어 내는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리더는 자기가 세상을 다 움직이는 것처럼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 리더는 빙산의 드러난 일각일 뿐. 그는 자기도 모르는 수많은 조용한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바드 경영대학원의 죠셉 바다라코 교수는 조용히 다스리기(Leading Quietly)"란 책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눈에 보이는 신화적 리더들이 아니라, 주어진 자리에서 조용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들의 합(: sum)이라고 역설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스타나 영웅이 되는 것보다 무대 뒤에 서서 자기에게 주어진 힘들고 귀챦은,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조직의 꼭대기에 앉아있는 CEO의 결정 이상으로 회사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조직의 구석구석에서 부서 책임자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다. 바다라코 교수는 A조용한 중간 리더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자기 절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수시로 사람의 감정을 격발시키는 상황에 직면한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교묘히 부하에게 전가시키는 상사를 볼 때나, 요령을 피면서 힘든 일을 안 하려 하는 부하를 볼 때 당장 화산처럼 폭발하고 싶다. 그러나, 조용한 중간 리더들은 흥분해선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냉정하게 상황을 해결한다. 그도 사람이기에 억울하고 분한 감정은 있어, 밤에 혼자 소리없이 울음을 삼킬찌라도 낮에는 끝까지 웃고 있다. 그 아름다운 절제력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조직을 매끄럽게 굴러가게 하는 기름 역할을 한다.

둘째는 겸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꿈도 꾸지 않는다. 화려하고 장엄한 케치 프레이즈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다만,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철저히 할 뿐이다. 특권보다는 의무를 중시하는 이들은 부당한 승진이나 출세를 탐내지 않는다. 그들은 겸손하기에 쉽고, 빠른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다. 어떤 상대로 함부로 얕보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도 항상 그들의 언어는 겸손하고 따뜻하다. 자기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음을 인정하기에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하려 한다.

셋째는 강인함이다. 그들은 한순간의 대전투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길고 지리한 게릴라전을 싸워야 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에지간한 고통에도 쉽게 절망하지 않고, 작은 승리에도 오만해지지 않는다. 마지막 벨이 울릴 때까지 결코 물러나지 않고 자기의 임무를 끝을 낸다. 매듭을 짓고 나서야 비로소 허리를 펴고 땀을 닦는 사람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살아져 갔던 병사들처럼, 그들은 작지만 최강의 전투력을 가졌다. 함부로 그들을 얕보지 마라. 마라톤을 완주하며,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최후까지 전장을 지키는 사람은 바로 그들일찌니. 당신이 정말 훌륭한 지도자라면 이 조용한 중간 리더들을 빈틈없이 찾아내어, 이들의 공로를 격려하고 치하하라. 이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

그래 바로, 그것이 최고 지도자의 모습이다. 진정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시끄러운 원맨쇼가 아니다. 리더십은 조용한 팀웍이며,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단체의 진짜 저력이다. 당신의 조직이 성공의 축포를 쏠 때 당신은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수많은 숨은 영웅들에게 돌려야 한다. 당신의 사람들을 보살펴라. 그러면 그들이 당신을 보살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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