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현마을 부녀회

  17일 서서히 날이 밝아오자 밤새 조용하던 마을이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추운 겨울 농한기, 조용한 다른 마을과는 뭔가 다르다. 마을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한 곳은 바로 종합체육시설의 뒤편 영광읍 단주리 월현 마을회관이다. 불도 지피고 이것저것 음식장만을 하는 것이 큰 잔치가 있는 듯하다. 마을회관 한쪽 벽에 짠~ 하고 걸리는 현수막에 ‘월현 노인위한 잔치’라고 쓰여 있다. 아! 바로 오늘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가 마련되었구나! 그런데 여느 마을에서 하는 그냥 ‘노인위안’ 잔치와는 ‘노인위한 잔치’제목부터 다르다.


 



 


  11시가 되자 음식을 준비하던 주민들 복장이 달라졌다. 빨강, 파랑, 분홍, 노랑 어느새 곱디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예쁜 앞치마도 두르고 부지런히 상차리기를 시작했다. 드디어 잔치가 시작되나 보다. 잔치 상에는 회관 앞에서 굽던 먹음직스런 고기도 올라가고, 떡도 올라가고, 잡채, 과일하며 한상, 두상 차려지기 시작하더니 회관 안을 가득 채워갔다.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 한복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자 어느새 점심때가 돼버렸다. 잘 차려진 상을 받아든 어르신들은 흐뭇한 미소로 담소를 나누며 정성으로 차려진 잔칫상 음식을 조금씩, 조금씩 맛보기 시작. 참 보기 좋은 훈훈하고 따듯한 광경이다. 노인회장님 과 읍장님 인사말도 이어졌다. 물론 부녀회장님 인사말도 빠질 수 없다.  


 오늘 이 잔치를 준비한 주인공들은 바로 39명에 이르는 월현마을 부녀회원들이다. 유숙일(64) 부녀회장은 “우리 부녀회원들이 종합체육시설 공사의 일부인 잔디심기에 다 같이 참여해 그 수익을 모아 마을 잔치를 하게 되었기에 이번 잔치는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도 마을 어른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부녀회원들 모두가 온힘을 다 하겠다.”며 흐뭇한 미소다. 64세의 나이면 회갑을 넘긴 어르신 축에 끼어야겠지만 마을의 최장수 어르신인 90세 김판례 할머니 등 많은 어르신들 앞에서는 아직도 어린축이다.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홀로계신 아버지 박기일(68)씨를 효행으로 모신 딸 박래아씨가 효행상을 받았다. 해마다 마을의 효자, 효녀를 찾아 상을 주며 마을 주민들이 화합하고 정을 나누는 잔치를 벌인지가 벌써 20여년이 지났다며 옛일을 회상하는 원로 부녀회 할머니들도 잠시 추억에 잠긴다.


 




이렇게 추운 겨울인데도 마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사랑을 나누는 월현마을 부녀회원들이 있기에 올 겨울은 참 따뜻한 것 같다. /채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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