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섭

쌀 재고 처리와 수확이 쌀값지지가 우리 농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요즘은 태풍 루사에 의한 피해를 정부에서 얼마나 보상해 줄까 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지난 9월 12일 군남면 농업기술자회에서는 어려운 농촌의 현실 속에서도 좀더 좋은 벼 품종이 없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나주 작물시험장 벼 시범포를 견학했다.

시험장에서 벼 재배 전문가인 신해룡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느낀점 몇 가지를 적을까한다.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후 우리 영광지역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 농민들의 가슴은 쓰리기만 한데 매스컴에서 피해상황에 대한 표현이 잘못되어 있단다.

흔히 벼이삭의 피해 상태를 표현할 때 흑수, 백수현상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거의 대부분 변색립 현상이란다. 변색립 현상이란 태풍으로 인하여 이삭낱알 껍질에 상처를 입어 검게 변하는 현상을 말하며 상당부분 수확을 할 수 있다하며 백수현상은 출수직후 태풍이 불 때 건조한 바람이 일시에 벼이삭의 수분을 탈취 하얗게 말라버리는 현상을, 흑수현상은 벼 낱알이 썩어버리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란다. 나주 시험장 시범포에는 230여종의 벼 품종이 시험 및 전시 재배되어 있었는데 북한지방에서 재배되는 품종에서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맞는 품종 그리고 일본 품종까지 다수 전시 재배되어 있었다.

그런데 역시 우리 회원들이 좋다며 찬사를 보내는 품종들은 모두다 우리 호남지역의 특성에 맞춰 개발 보급 되어온 우리들이 재배하고 있는 품종들이란 사실이었다.

중부지방이나 산란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주 조생종이나 조생종 계통의 벼들은 우리 호남지방 평야지대에는 맞지 않는단다. 기후 변화와 생육일수가 달라 고유의 그 품종의 특성을 잃어버려 품질이 떨어지고 불시 출수 현상이 오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해주는 품종은 선택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고 하면서 일본계 종자의 설명을 해주셨는데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외제라면 끔뻑 죽어버리는 우리 국민성 때문일까 외국종자라면 현혹되고 마는 우매한 농심을 이용 일본계 종자를 어떻게 구해 다가 재배를 한후 요상한 이름을 붙여 1kg에 몇 만원씩 하는 벼종자 장사를 하는 불량한 양심들 때문에 선량한 우리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가 말이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일본계 품종들은 거의 대부분 키가 커서 쓰러짐에 약한 것들이 많단다. 시험포에서 태풍으로 쓰러진 벼들은 모두다 일본품종들이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논농사기술 몇 가지를 들은 대로 적기로 한다. 종자 선택문제는 꼭 보급종이나 순도가 높은 종자용으로 채종한것만 사용할 것과 요즘 많이 발생되는 키다리 병은 소독처리만 잘하면 100% 예방을 할 수 있으며 그 방법은 기존 소독제를 사용하는데 소독약제에 침종하고 24시간 동안 수온을 30℃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급종 종자 소독을 믿지 말란다 키다리 병은 분제소독으로는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초분제는 상당히 심각한데 전지역에서 면역성 잡초들이 발생 기존약제의 농도를 100배 처리해도 죽지 않는다는데 면역성 잡초의 발생원인은 성분이 비슷한 약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했을 때 나타난다고 한다. 면역성 잡초가 발생되면 즉시 농업기술센터에 신고를 해주시고 로터리, 경운작업시 론스타 사단을 골고루 뿌려준 후 물을 빼고 이양을 하면 잡초 방제에 효과가 있단다. 바람이 불어 약액이 밀렸을 때 약간의 약해가 나기도 하지만 면역성 잡초 발생이 되었을 때 피해보다는 훨씬 미미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벼농사중 다 알면서도 지켜지지 않는 중요한 부분은 이앙할 때 1포기당 5-6개씩만 심어야 하는데 결식 주수를 줄이기 위하여 너무 많은 양을 심는다는 것이다. 우리 전남지역의 1포기당 식재수가 17개 정도가 되는데 새끼를 친 후 40개 내외가 되지만 15개 정도만 출수를 하고 밀식으로 인하여 몸체를 튼튼하게 키우지 못해 바람에 쓰러질 수밖에 없단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일반적인 농사 상식일 뿐인데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보며 쌀 수입 개방은 안 된다. 고품질 쌀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야단이지만 한꺼번에 모든 걸 다 이루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이제부터라도 너무 쉽게만 생각했던 쌀농사 재배방법을 꼼꼼하게 챙기고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정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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