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선 영광신문 편집위원




“선생님 나 바(라)봐요.”


“너 바보라고?”


“아이참.”


  엊저녁 식사는 동료들과 함께 법성포에 가서 맛있는 꽃게요리를 먹었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가 게장에서 게딱지 하나를 가져다가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아빠를 기다린다고 나가더니 개가 자꾸 따라온다고 금방 들어왔다.


“거봐, 게 등딱지를 그만큼 긁었으니 개가 가만있겠니?”


  오늘 과학시간. ‘게아재비가 소금쟁이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이라고 쓰인 사진에 이르러,


“선생님이 이야기 하나 해주지.” 하자 순간 조용해진다.


“게아재비가 소금쟁이를 잡아먹고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죽었단다.”


“왜요?” “너무 짜서”


“에이~ 말이 돼요?” 일제히 야단들이다.


“야, 게아재비가 죽어 어찌 말이 되겠니? 히히힝~”


“아우~”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교내식당에서 돌아와,


“오늘 국은 육개장이라 했는데 왜 개(게)가 한 마리도 없지?”   “아유~”


  5교시 사회시간. 시장의 종류를 도입하기 위한 전(前)단계로 병원의 종류를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배가 아프면 어디로 갈까요?”


한 아이가 손을 든다. “소아과요.”


아이들이 키득거리더니 한술 더 뜬다.


“산부인과요.”




  요즘 아이들의 인간평가는 너무 시각적(視覺的)이다. “누구를 왜 좋아하는가?” 물으면,  “잘 생겨서”, “멋져서” 라고 즉시 대답한다.


올 초 급훈을 ‘매력 있는 어린이’로 정했다.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어쩐지 정이 가는 내면적인 멋을 키우기 위하여.


  요즘 아이들의 반응은 즉흥적이다. 사고(思考)의 빈곤(貧困)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글쓰기는 연습이 없다. 처음부터  원고지에 쓰고 다시 읽는 법도 없이 내놓는다. 시험도 마찬가지이다. 질문을 하면 생각을 굴리지 않고 즉시 손을 들어 대답하고, 심지어는 “더 생각하겠습니다.”라는 상투적인 말을 하고 그냥 앉아버린다. 바삐 일하고 있을 때 “선생님”하고 불러놓고, “왜?” 하면 “아니요”하고 그냥 가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에 싸움도 자주 일어난다.


유머를 쓰기로 했다. 여유로움과 생각을 더 하게하기위하여.




  한 학기가 지나니 이제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이야기(유머)도 빨리 이해하며, 아이들과의 관계가 무척 좋아져 되받아칠 정도에 이르렀다.


  국어시간에 ‘이어주는 말’을 배우고 나서 적용하는 시간이다.


“다같이 학습문제를 읽어볼까요?” 하자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이어주는 말을 넣어봅시다.”


하고 일제히 외친다.


“이건 어려우니 선생님이 하지.”


“???”


“그건 밀재터널이야.”


기대도 안했는데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야유를 시작한다.


밀재터널은 올 초 우리고장(영광)과 이웃고장 문장을 가로막은 밀재를 뚫어 만든 터널 이름이다.


  수학시간에 길이에 대해서 공부를 마치며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고 공부를 마칩시다.” 하니 의아해한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하하하~” 웃으며 합창으로 수학시간을 마쳤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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