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줌마 - 오삼숙



처음엔 돈많고 배울만큼 배운 서울사람들의 뻔한 이야기려니 하고 별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 '아줌마'가 오삼숙의 주변인물들을 통한 기층민과 지식인의 결합(장진구의 표현에 따르자면), 별 시답지 않은 지식인의 우월 의식, 대학재단과 교수임용의 비리, 주가조작, 양심선언 등 현 사회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합의해 가는 한편의 시대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을 해도 한집에 살거나 바로 집 앞에 방을 얻어 생활하면서 계속해서 감시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농촌지역 가정폭력의 현실을 볼 때 이혼녀 오삼숙은 이 세상의 눈초리에 짓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을 이뤄나간다.

외도나 폭력등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가정밖에 모르고 살았던 여성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꼼꼼히 집어주고 호주제 폐지 의 정당성을 알려준 '아줌마'는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는 여성인권디딤돌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홀로 서게 된 아줌마들이 이혼을 떳떳이 말하고 일자리를 쉽게 구해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드라마 중간에 많은 사람들이 오삼숙이 장진구와 재결합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살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는 재결합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또는 오삼숙과 주방장이 빨리 재결합해 장진구가 단념하게 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느냐는 걱정 어린 말들을 "재혼은 왜 해, 그냥 서로 좋은 감정으로 만나면 되지"라는 대사로 마무리 지으며 우리사회 가족구조의 다양성을 적어도 '아줌마'에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나 싶다.

지난 22일 소위 마초 스테이트, 즉 남성의 나라로 지칭되는 멕시코에서 지난 22일 여성들이 가정 내 민주주의와 평등을 주장하며 '1일 가사노동 파업'을 벌였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아줌마 파워'의 저력을 실감한다.

힘없고 무시해도 좋을성 싶은 여자를 가리키는 말인 '아줌마'의 다양한 중의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

아줌마의 작가 이윤기씨 '진홍글씨'라는 단편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며 아줌마의 건투를 빌어본다.

"사랑하라, 이것은 딸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싸워라, 이것은 딸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특권을 원칙에 앞세워서는 안된다.

원칙 없이 사랑하지 말라

그러면 둘 다 잃는다."





이정민 (영광여성의전화 문화정보부) 상담전화 : 352-1321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