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산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



영광문화원장 조남식



□ 패전국의 아픔을 극복하고 핵연료개발에 나선 일본



필자는 4박5일(2001. 6. 13-17)간의 일정으로 일본원자력 방사성 폐기물관리시설 현황을 답사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지난날 일본이 우리 나라를 36년간 식민지로 짓밟아온 역사의식에서 일본의 원자력 핵연료개발을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도 제조할 수 있는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다.

일본이 누구인가? 지난 1941년(신사년) 12월에 진주만을 기습, 미(美), 영(英)에 선전포고하고 태평양전쟁을 발발한 일본이 아니었던가, 이 전쟁터에 우리민족이 강제로 특히 일본군의 위안부로 끌려가 희생물이 된 꽃다운 처녀들, 군인으로 끌려간 청년들... 한마디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세계2차 대전의 희생물이 되어버린 시련과 치욕의 역사교훈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기에 말이다.

더욱이 현재 일본은 역사 교과서마저 왜곡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말이다.

이 전쟁 당시 일본과 독일이 공동으로 핵무기를 제조하려고 연구 추진 중에 미국이 먼저(1945. 8) B29폭격기로 나가사끼와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시켜 패전국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피원폭을 극복하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다시 "부"를 축적, 일본 경제의 신화를 만들어 내 이들의 저력을 느낄때 오늘의 일본원자력 방사성 폐기물관리 시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 있었다고 필자는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일본이 원자력핵연료 개발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일본국민들의 철저한 공동체의식과 타협문화의식이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한 생산적 지혜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다.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핵연료주기시설 단지내의 사용후 연료 재 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을 필자는 코스별로 답사하면서 의문이 날때마다 질문을 하면 이에 해당하는 기술팀장들은 자신 있는 답변으로 설득력 있게 이해가 가도록 자세한 설명에 감명 있게 해주어 필자는 원자력핵폐기물처분에 따른 많은 과학지식을 배울수 있었다.

52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일본은 혼슈 최북단에 위치(북위 41도쯤)한 로카쇼무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뿐 아니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보관장을 운영하고 최근에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로카쇼무라는 왜 이러한 "혐오시설"을 유치하게 되었는가



□ 주민소환 투표로 유치를 결정



로카쇼무라는 원자력 시설유치를 주장한 주민들과 반대한 주민들이 주민소환 투표까지 치르는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개발론이 우세를 점해 과감히 원자력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을 유치했다. 이로써 로카쇼무라는 지역발전과 함께 원자력시설이나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은 위험하지만 통제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것이다. 이러한 시설유치는 갈수록 황량해지던 로카쇼무라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970년 이곳의 1인당 소득은 전체 일본국민 소득의 64.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원연주식회사가 들어선 1994년에는 82.4%까지 따라 붙었다. 일본원연주식회사 유치는 이 지역이 안고 있는 두 가지 골치 아픈 문제를 거의 동시에 해결해 주었다. 하나는 방금 설명한 지역발전이고 또다른 하나는 원자력은 통제하지 못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의 확산이었다. 원자력은 위험하지만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을 토대로, 소득증대를 꾀한 로카쇼무라 주민들의 지혜는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로카쇼무라의 면적은 253㎡ 인구는 약 1만2천여명이며, 이 로카쇼원전연료 주기시설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은 약400명으로 이들 직원중 가족을 동반한 200명은 인근 미자와시에 나머지 독신자들은 부지에서 약 2Km 떨어진 현지 로카쇼무라에 거주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행정지원으로 전원3법에 의해 조성된 기금423억엔중 절반정도인 230억엔을 로카쇼무라에 투자하였고, 주로 공공시설 및 환경개선에 사용되어 이곳의 시설주변에는 대규모 공동체육시설, 문화교류시설등이 들어서 있다. 또한 이곳 주민들에게 전기요금 할인제를 적용, 그 범위를 행정단위별로 차등 하여 할인해 주고 있고, 관련시설에 종사하는 고졸이하 직종의 대부분은 현지 주민으로 고용하고 있다.

원자력 시설사업 초기에는 주민과 반핵단체의 반대도 있었으나 꾸준한 대화와 이해 설득으로 사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현재는 반대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한다.

한편 '91년에 실시한 촌(村)의회와 현(縣)지사 및 현(縣)의회 선거는 원자력시설 입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는 가운데 치러졌는데 선거결과 반대자는 모두 낙선하고 찬성자가 전원 당선됨으로써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원자력시설 입지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 이곳 농축수산물은 현재까지 전혀 방사성에 오염되었다는 사실도 소문도 없거니와 아오모리현의 사과, 무우, 마등 농산물과 인근연해의 연어는 일본전역에서는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시급한 한국의 원전폐기물처리장



이제는 한국도 원자력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을 결정해야한다. 한국의 원자력계는 JCO와 같은 사고를 낸 적이 없다. MOX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 나오는 고준위 방폐물을 임시 보관하는데 일본은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우리는 재처리는커녕 원자력 발전소 안의 중저준위 방폐물을 옮겨다 보관할 관리시설을 짓는데도 전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짓는데 필요한 60만평의 부지를 내줄 기초자치단체 유치 공모에 들어갔다. 이 공모작업은 6월말로 마감한다.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을 유치하는 자치단체에 정부와 한전은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2만5천여명의 영광군민이 핵폐기물처분장 유치를 희망하는 청원서를 지난 6월 12일 영광군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유치위원회(위원장 김영득)이름으로 영광군에 제출하였다.

필자는 관리시설을 추진하는 유치위원회나 결사 반대하는 대책위원회 모두 애향정신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본다.

우리 고장에 원자력발전 단지가 들어선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핵과 찬핵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이의 평가는 먼훗날에 후세들에 의해 평가가 내려질 일이지만 개화기 때 선조들이 외세를 배척하고 쇄국만이 애국이라고 여겼던 시행착오를 되돌아봐 역사적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영광의 역사적교훈



1906년 영광에 부설될 계획이었던 철도를 결사 반대한 우리고장 선조들의 잘못된 애향방법도 되짚고 넘어 가야 한다.

당시 김제, 정읍, 고창, 영광, 함평을 연결하기로 돼있던 서해안 철도 노선을 우리고장의 선조들이 지맥과 조상묘지가 훼손되면 사람이 많이 죽고 영광이 망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바람에 장성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영광 때문에 함평군민들은 궤도차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다리기차역으로 연결 기차통학을 할 수 있게 되어 수많은 고급관료 인물이 배출되었고 물류 이동에도 많은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 주었다.

만약 반대를 무릅쓰고 계획대로 영광에 철도부설이 되었다면 물류유통과 인적교류로 많은 발전이 이뤄졌을 것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1923년 고향 인재육성을 위해 영광에 중학교를 설립키로 하고 40만원의 기금마련을 위해 전 군민운동을 벌였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가 버린 일도 안타까운 사례로 남아있다.

기금 40만원중 서민층의 17만원은 걷히었지만 부유층이 부담하기로 됐던 23만원이 걷히지 않아 수포로 돌아간 영광중학교 설립운동이 지금도 아쉽다.

제대로 시행되었더라면 78년의 역사속에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돼 오늘의 영광모습이 아닌 영광된 영광으로 탈바꿈되었을 것이다. 이웃 고창은 그 당시 영광중학교 설립이 좌절되자 곧바로 고창중학교를 설립, 많은 인재를 배출했고 지방자치시대인 현재까지 인맥으로 번창하고 있지 않은가 애향의 씨알은 엄청난 발전을 창출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날 체험의 교훈에서 터득해야 한다.

이젠 애향의 개념을 단순히 문학적 감상풀이의 언어구사가 아닌 종두득두(種豆得豆 :콩심는데 콩난다는말) 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모든 일을 실천해야 한다.



□ 부정적 고정관념 해소가 과제



우리 고장에 원자력발전단지가 세워져 여기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은 어차피 어딘가에, 일본의 로카쇼무라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같이 시설을 하여야 하는데 하지 못한다면 어느 지역에서 이를 받아 줄 것인가를 한번쯤은 숙고해 볼이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지혜로 해결해보려는 정신 창출이 앞서야 한다.

미래의 과학발전은 무한하다 이는 인간만이 과학의 실용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원자력의 과학도 위험하다면 인간이 통제와 제어할 수 있기에 얼마든지 그 기능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오늘날 에너지 문제는 한 국가의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화석연료의 한계성으로 인해 인류의 경제활동이 위협받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화석연료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지구의 온실효과와 산성비 등으로 우리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떤 에너지원이 주역을 담당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원의 하나로서 원자력에너지가 크게 각광을 받을 것은 틀림이 없다. 원자력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하나밖에 없는 지구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현실적인 대체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에 관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여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필자도 이번 일본의 로카쇼무라 핵연료시설 단지내의 사용후 연료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등의 답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했다.

필자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글귀로 이를 이해하는데 적응했었다. 우리가 마치 집(원자력)을 짓고 화장실(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없다면, 어디에다 배설할 것인가 한번쯤 곰곰이 다같이 진지하게 사유(思惟)해 볼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하여 진지한 관심을 갖고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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