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비넥타이의 신사,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영광을 찾았다.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자 과정 영광동창회(회장 표관학)가 초청하여 지난달 26일 영광에 방문한 김동길교수는 이날 오후 4시, 한전문화회관에서 "삶의 재발견, 민족정신 바로잡기"라는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가지런한 백발에 흰 콧수염, 기름때 묻은 서류가방 하나 들고 낯선 영광땅에 발을 처음 내딛은 김교수는 84세의 노옹이라고 믿기 어려운 너무도 반듯한 풍체와 카랑카랑한 목소리, 특유의 감칠맛 나는 억양으로 청중에게 다가섰다. 그는 이토오 히로부미의 가슴에 총탄을 꽂은 안중근의사의 거사를 화두로 우리 민족정신의 참 의미를 시종일관 청중에게 일깨워 주웠다.

강연이 끝나고, 주최측에서 감사의 선물로 영광굴비를 선사하자, 김교수는 좌중을 향해 "여기에 계신 영광군민은 이 굴비의 연원처럼 결코 비굴하지 않는 민족주체성과 민주시민의식을 간직해달라"는 말로 고마운 마음을 대신했다.

평소 월남 이상재 선생과 링컨을 존경한다는 김교수에게 정유재란 때 왜적에게 납치돼 포로의 몸인데도 적지 일본에 성리학을 전파한 유학자 수은강항선생을 아느냐 물었다. 그는 "그토록 훌륭한 분이 영광땅에 있었느냐" 감복하며 "존경할 인물이 또 한 분 늘어 좋다"는 말을 던지며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평양고보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미국 보스턴대에서 철학박사가 된 김교수는 연세대 강단에서 40년 가까이 후학을 양성했고, 1992년 정계에 입문, 국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현실정치에 몸담았으며 96년 정계은퇴 후에는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이사장을 맡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전국 순회강연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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