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길림성 룡정시 아송 제2소학교 6-1
박 민

"박민아, 봐, 다 그렸어. 어때?"

나와 교향 그리기 "경색"을 벌리던 "재간둥이 "형님은 벌서 다 그려놓은 그림을 보이며 자랑스레 묻는다. 제목은 "개산툰"이였는데 하늘은 웬 일인지 공장의 굴뚝에서 갓나온 연기처럼 검푸른 색이어서 할아버지는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또한 먹물을 풀어놓은 듯 새까만 강물에서는 흰 배때기를 드러낸 숱한 고기들이 강물과 함께 정처 없이 여행을 하는 게 아닌가?

"야! 형님, 이게 뭡니까? 온통 검은색 천지인 게. 색깔이 잘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쳇!"

내가 큰 발견이라도 한 듯 시뚝해 하며 의견을 제출하자 말문이 막힐 줄로 알았던 형은 별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는 제꺽 대답하는 것이었다.

"내 그림이 틀렸는가 좀 봐! 먼지와 박투하며 달리는 자동차들, 검은 연기를 연신 내뿜는 공장굴뚝, 이 모든 오염대왕들은 푸르고 맑던 하늘을 검게 화장시켰단 말이다."

"그런데 공장 앞의 잔디밭은 왜 아예 그리지도 않았습니까?"

"너 못봤니? 다 누렇게 죽은 잔디밭을. 우리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공장부근의 푸른 잔디밭도 독가스에 가까운 화학 약물냄새에 누렇게 죽었대."

박사형님의 말에 나도 아버지한테서 들은 말씀이 피뜩 떠올랐다.

"작년에 우리 개산툰에 간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수십 명에 달하는데 전국에서 제1위를 차지한단다. 술 때문도 있겠지만 공장에서 내뿜는 화학약물이 청신하고 깨끗한 공기를 오염시키기 때문이지."

"그럼 이 강은 웬 영문입니까? 산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으니…?"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없다고 생각한 내가 계속 해서 묻자 형은 자기가 그린 그림을 실제 사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두만강으로 흘러드는 공장의 화학약물을 보지 못했니? 더구나 사람들이 두만강에 쓰레기를 던지니 강이 병들지 않을 수 있니? 그래서 검은 강물을 그린 거야. 때문에 고기들마저 사망하고 만단다. 이러다가는 잉어랑, 버들치랑도 보호동물이 될 지 누가 아니?"

형님의 도리있는 말에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또한 깨달은 점도 많았다. 정말 형님이 본 개산툰이 개산툰의 현실인 것이다. 계속 이대로 나간다면 개산툰의 앞날이 비참할 것이라는 생각도 새삼스레 들었다. 나는 커서 환경보호 일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었다. 내가 이 생각을 엄마한테 털어놓으니 엄마는 "생각만 있어서는 안된단다. 먼저 지식을 많이 장악하거라. 그리고 대학의 환경보호학부에 가서 학문을 닦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엄마, 난 청화대학의 환경보호학부에 다닐 테예요. 졸업한 후 개산툰에 돌아와 개산툰의 환경을 철저히 개변시킬래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어머니는"정말 우리 박민이가 그렇게 큰일을 해낸다면 어머닌 얼마나 기쁘겠니?"하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나는 결심한다. 꼭 고향에 새들이 노래하는 맑은 하늘과 만물을 키워주는 해님, 물고기가 자유로이 헤엄치는 맑은 강을 선물하겠다고… 이것이 바로 나의 꿈이다.





■ 개산툰(중국명 카이산툰)은 중국 지린(길림)성 옌지(연길)시의 조선족 자치주 내에 있는 작은 국경도시이며 우리 나라의 북쪽 끝단인 함경북도 종성군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접해있는 공업도시이다.

"두만강 푸른 물에"로 시작되는 김정구의 "두만강"이 작사되어 진 곳이기도 한 개산툰은 주변의 공업지대에서 무단으로 쏟아내는 오폐수로 인해 시커먼 탁류가 동해로 흘러내리고 있어 "두만강 푸른 물"은 노래 속에서나 그려보는 환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특히 "두만강"의 작사자 김용호는 1935년 당시 개산툰의 간도에 이웃 한 "선구마을" 나루터에 들렀다가, 일경에 의해 옥사한 남편을 따라 이곳 두만강에 몸을 던진 조선아낙의 애달픈 사연을 전해 듣고 "두만강"이라는 노랫말을 지었다고 한다. 



* 위 글은 "성지송학 중학교"의 학생들이 "중국 이동 수업" 중에 접했던 중국 학생들의 백일장 대회에서 장원(특등상)을 했던 글을 옮겨 실었다.

두만강 지역의 심각한 환경오염을 염려하는 학생의 작품을 원문대로 실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생소한 어휘가 많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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