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춘덕 영산성지고등학교장
길을 갑니다.
돌담 밑에 앙증맞게
노란옷을 입고 방긋 웃는 민들레를 보았습니다.
그 민들레는 바로 여러분을 닮았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천지를 암흑으로 만들어
광풍이 일어난 뒤 눈부신 햇살을 보았습니다.
그 햇살은 바로 여러분을 닮았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말없이 자존심 지키며
우뚝 서 있는 힘찬 엉겅퀴 꽃을 보았습니다.
그 엉겅퀴는 바로 여러분을 닮았습니다.
엄동설한 들녘에서 하얀 눈 비집고
푸르름 뽐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보리싹을 보았습니다.
그 보리싹은 바로 여러분을 닮았습니다.
2005년 3월 2일 영산성지고등학교 입학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