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선 /영광초등 교사




 




 


삭정이 같은 가지 끝


뚫고나온 연한 싹이


언제 뻗고 언제 펴고


벌써 피었는지


꽃밭을 압도한 너


정녕 화왕(花王)이리라




미농지 고이 잘라


자줏빛 기름에 푹 담가 갓 펼친


타는 네 정열이며


수줍음 없이 활짝 웃으나


결코 천박하지 않는


네 소박함이여




손바닥만한 꽃잎


겹겹한 구중궁궐


금빛 화분 뭉칫하여


호박벌도 취해 가는


네 풍부함이며


가는 봄 따라


미련 없이 꽃잎 떨구고


다섯 봉오리 내일


오롯하게 키우는


네 지혜로움이여




뙤약볕 모진 바람 건너


단풍지나 낙엽까지


온 성품으로 알진 육신 뚝 잘라


아픔을 함께 하는


네 덕이며


네 은혜로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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