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노래 '추풍부(秋風賦)'

박자이/ 영광신문 사외 논설위원, 통일부 교육위원

2011-10-13     영광신문

1940년대 일제 말기 영광지역에서는 당시의 선각자들에 의해 신문화 도입, 보급 활동이 진취적으로 전개되었다.

당시의 영광은 문한, 음악, 연극,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도의 문화 선진 지였다. 그리고 그때 그들이 창작해 남긴 작품들 중 몇몇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가히 명작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풍부⌟라는 노래는 당시로부터 지금까지 지역민들의 애호를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유수의 향토문화자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추풍부⌟의 가사는 3절이고 곡은 단조(短調)이다. 노랫말은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농촌의 풍경과 식민지 민초들의 애환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우리 고유의 음계로 만 이루어진 선율은 당시 식민지 수탈과 전쟁 동원에 시달리고 우리고장 사람들의 심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 노래는 발표직후부터 큰 호응을 받으며 군민들의 애창곡이 되었다. 때로는 징용에 끌려가는 청년들을 위한 송별가로, 때로는 출향인 들의 망향가로, 때로는 식민지의 애환을 달래는 위안가로, 때로는 저항의 노래로 불리었다. 해방 후에는 추억의 노래로 또는 향토사회 단체의 주제가로도 불리었다.

한국전쟁 후에는 어려운 형편 하에서도 ‘인생은 짧으나 예술은 길다’라는 말을 확인이나 하는 듯 지인들에 의해 노래비도 세워졌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지역 교육청이 주체가 되어 ⌜추풍부⌟등을 수록한 ⌜영광의 노래 CD⌟도 제작 보급하였고 초‧중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광의 노래 부르기 경연⌟도 10년 이상 치러 왔다.

그러나 요즈음의 문화 현상은 K-pop 등이 세계적으로 한류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자칫 전통문화의 실종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유전될 가능성도 보인다.

‘가을의 노래’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노래를 지역의 각종 가을 축제 프로그램에 끼워 연출해본다면 혹 축제의 지역적 고유성과 차별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가장 향토적인 상품이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는 관점에서 퓨전화 재창조도 시도해볼만한 일이다. 예를 든다면, 상사화축제 무대 한 장면에 ⌜추풍부⌟등의 영광의 노래를 합창, 독창 등으로 연출해 보이는 일 등…. 의외로 영광의 브랜드 향상에 크게 또는 작게나마 기여하는 테마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