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이제부터라도 고전(古典) 한권 읽기를…
박자이/ 영광신문 사외 논설위원, 통일부 교육위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을 두 차례나 극찬한바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나라를 불과 50여년 만에 오늘날과 같이 발전시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보다도 한국 교사들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필자는 ‘오바마가 한국의 어미니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구먼’하는 생각을 했다. 사임당(師任堂)이나 한석봉의 어머니 같은 분들의 유전자를 이어받아서인지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과 지혜는 그동안 세계에서 최고로 잘 발휘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온 것은 교사들이었다 할지라도, 그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우어주고 지혜를 일깨워준 것은 우리 어머니들이었다. 우리 어머니들의 말씀 -‘선생님 우리아이 사람 만들어 주셔요. 쓸모 있는 사람으로……. 회초리로 다스려서라도…….’ -그 속에는 그야말로 스티브잡스가 말하는 “stay hungry. stay foolish."처럼 갈망과 우직함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시험이 끝나자마자 국내의 모든 성형외과 병원들이 성수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내년 3월까지는 고3 학생들로 예약이 꽉 차있다고도 한다. 병원들의 마케팅이 아이들을 부추기기도 했지만 뭐라 해도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이 미리부터 거기에 쏠려있었던 결과이다. 시쳇말로 수능이 끝난 아이들에겐 성형 선물이 기본이라고 한다. 또 어느 교사와 학생의 대화 -“너 화장하는 것 부모님이 알고 계시니?” “엄가가 화장 좀 하고 다니라면서 화장품 사줬는데요.”- 깜찍하게 대답하는 학생과 당황했을 교사의 표정은 과연 어떻게 엇갈렸을까? 교복 치마도 엄마가 다 알아서 미니로 짧게 줄여준다니 매우 친절한 엄마이다. 툭하면 전화도 잘한다고 한다. “우리아이 공부하라고 나무라지 마셔요. 학원에서 다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아셨죠?” 교사들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한두 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가지게 되면 무기력한 방관론자나 회의론자가 되어버릴 수밖에…….
물론 모든 학부모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소수일지라도 목소리 크기가 전체 분위기를 지배해버리고 곧잘 주변으로 번져간다는 것이다. 큰마음을 갖고 멀리 바라볼 줄도 알았던 우리의 현모(賢母)들이 어쩌다가 그렇게 변해버렸을까?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그동안에 우리 사회가 사람의 능력을 ‘학벌, 외모, 가진 정도’에 따라 평가하는 틀을 마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인교육․창의성교육’을 제아무리 외쳐댔어도 그 평가 구조를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책으로 ‘논술시험, 입학사정관제’같은 제도를 도입해도 이른바 교육장사치들이 그런 제도들을 무력화 시키는 신상품(?)을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 팔았기 때문이다. 대학의 논술시험에서 거의 유사한 논술답안이 복수로 나온다든가, 입학사정관제에 적응하는 스펙 쌓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무슨 발명특허나 받은 듯 비싼 값으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현혹하고 있는 사실들이 바로 그러한 증거들이다.
수능성적은 오는 30일 학생들에게 통보된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수험생들이 해방감을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 12년을 고생해왔고 진정한 학력측정보다는 등급을 매겨 한 줄로 세우기 위해 ‘억지로 비비 꼬아놓은 문제들’을 푸느라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받았을 그들에게 휴식할 여유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다. 그러나 한시라도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부모 마음이고 선생님 마음이다. 혹여 긴장이 풀린 나머지 자제력을 잃고 실수나 일탈행동(逸脫行動)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와 가정에서는 또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들에게 제공한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자기주도적 탐구학습과 독서의 희열에 감전(感電)되어본 경험을 거의 가져보지 못한 그들에게 창의의 환희와 전인적 인성도야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서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고전(古典) 독서 한권쯤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보고 싶다. 시카고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자극하기 위해 동, 서양의 인문 고전 독서를 매학기 한권씩 필수로 채택한 결과 미국 노벨상 수상자의 30%이상을 배출했다는 일화도 있으니까……. 비록 시골이지만 그런 물결이 우리 고장에서부터라도 잔잔하게 일어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본다. 잘하다가 보면 혹 인생역전의 전기를 맞이하는 경우도 나타날지 모를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