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영광 탈핵교실 <4>
탈핵, 어떻게 할 것인가?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이 주최하고 원불교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2011 영광 탈핵학교’가 지난 13일 제1회 교실을 개최했다. “탈핵-대안에너지-대안사회”를 주제로 열리는 탈핵학교는 제1회 “우리는 보았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에 이어 제2회 차 10월 20일에 ”안전한 방사능은 없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교수)“가 열렸다. 제3회 차는 11월 10일 “탈핵운동의 역사 영광에서 찾는다(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4회 차는 11월 24일 “탈핵! 한국의 시나리오(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의 강연이 이어진다. 영광신문은 ‘2011 영광 탈핵학교’의 강연 내용을 4회에 걸쳐 요약 게재해 대안에너지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한다. <편집자 주.>
탈핵은 가능하다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독일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탈핵’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한국은 탈핵이냐 핵발전확대냐의 고비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1-2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봅니다.
현재 한국의 전기생산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1퍼센트 정도 되고,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는 6퍼센트 정도 됩니다. 이 수준에서는 단계적으로 핵발전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핵발전의 비중이 전기생산의 59퍼센트까지 올라간다면 사실상 탈핵은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탈핵이냐 아니냐는 먼 미래의 의사결정사항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탈핵을 하려면, 두 가지 과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핵발전소 신규건설을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대로 핵발전소들을 폐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핵발전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둘째, 핵발전이 줄어드는 만큼 에너지 수요증가를 억제하고 대체에너지원을 개발ㆍ확대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기 보다는 공급을 증가시키는 접근법을 취해왔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에너지소비가 많은 편입니다. 적극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강화하고 전력소비 증가를 억제해 나간다면 신규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나가면 핵발전소 폐쇄에 따라 모자라는 전력량을 대체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 센터에 따르면 국내 재생가능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2008년도 1차 에너지소비량의 7.3배에 달합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술은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에 투자하고 있는 막대한 재원을 에너지효율화와 재생가능에너지쪽으로 돌리면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도 가능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매년 2500억원 정도의 국가 예산이 원자력 연구·개발에 지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투입되는 연구ㆍ개발비용에 비하면 매우 큰 액수입니다(1988년에서 2007년까지 2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전체에 투입된 연구·개발 비용이 5500억원 규모). 따라서 이런 재원을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쪽으로 돌리면 관련 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미 핵발전을 통해 나온 핵폐기물은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핵발전을 확대하고 핵폐기물을 양산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핵발전을 확대하는 데에 재정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탈핵을 하고 그로 인해 처리해야 할 문제들을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하는 데 공적인 재원을 사용해야 합니다.
2030년을 목표로 탈핵
문제는 탈핵을 하겠다는 사회적ㆍ정치적 의지가 있느냐? 라는 것입니다. 탈핵을 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운 장벽을 극복하고도 ‘탈핵’을 이루겠다는 사회적ㆍ정치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몫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들도 핵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스스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탈핵을 위한 어려움도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 정책의 변화입니다. 핵발전 확대 중심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것이 ‘탈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전환되고 시민들의 참여가 일어난다면 우리나라도 핵발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030년이라는 탈핵의 목표 연도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30년이라는 목표 연도가 필요한 것은 ‘탈핵’을 하겠다는 의지를 모으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합의된 목표 시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30년이 되면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 21기 중에서 12기가 30년의 수명을 채우기 때문에 이 시점 정도면 ‘탈핵’을 하기에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기에 충분한 시간도 있습니다. 그래서 2030년을 목표로 설정하고 탈핵을 추진해야 합니다.
물론 2030년이 되더라도, 설계수명이 끝나지 않은 핵발전소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건설되는 신형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은 60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핵발전 폐지는 기술적인 판단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ㆍ정책적 판단문제입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핵발전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핵발전을 조기에 종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주권자인 유권자들이 내린다면, 핵발전은 폐기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2030년에 국민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핵발전을 중단하려면 비용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용은 나중에 핵발전소를 해체하고 핵폐기물을 10만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비용에 비하면 감수할만한 비용입니다. 무엇보다도 핵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핵발전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기술ㆍ경제적인 시나리오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예를 보더라도,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일정한 부담을 안고서라도 핵발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나머지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탈핵의 정치가 필요
물론 이런 방향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관료 조직들은 핵발전 확대를 계속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고, 핵발전과 관련된 이익집단들의 반발도 클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관료 집단과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고 ‘2030년 탈핵’이라는 전환을 하려면 내년 총선, 대선에서 ‘탈핵’이 주요 의제가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정도의 전환을 하려면 정치의 영역에서 결판이 나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기득권 정치세력은 ‘탈핵’을 할 생각도 의지도 없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핵발전을 적극 옹호하고 있고, 민주당은 적정규모의 핵발전을 이야기합니다. 민주당이 말하는 적정규모란 전기생산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30%대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신규핵발전소 추진을 일정정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원자력발전확대를 막겠다는 의지가 없습니다. 진보정당들은 여러 개의 정책의제 중 하나로 탈핵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산업계와 재벌건설회사 등 여러 이해관계집단들이 존재하고, 유권자들에게도 삶의 방식을 전환할 것을 요청해야 하는 ‘탈핵’은 소수정당이 여러 개의 정책의제 중 하나로 다루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탈핵을 핵심의제로 하고, 탈핵을 위한 로드맵을 정치라는 공간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에서는 초기에는 소수정당일 수밖에 없는 녹색정치세력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냐? 고 의문을 표시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독일이 탈핵을 하기로 하는 큰 발걸음을 내딛을 때에도 독일녹색당의 지지율은 6.7%에 불과했습니다.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집단이 있다면, 그 집단이 비록 소수집단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정치세력의 정책을 변화시키고 ‘탈핵’이라는 핵심의제만은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지요. 정권교체의 과정에서 일정한 지지기반을 갖춘 녹색당이 다른 야당들에게 ‘탈핵’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면, 탈핵은 전체의 핵심의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는 박빙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선거입니다. 1997,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유력후보간의 표차이는 각각 1.6%, 2.3%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소수정당이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득표능력을 갖추면 핵심의제를 관철시킬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특성입니다.
탈핵 및 에너지전환 기본법을 총선이슈로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내년까지가 탈핵이냐 핵발전확대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치의 영역에서 탈핵을 핵심쟁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지를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후대에까지 죄를 저지르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탈핵이냐 아니냐를 선거의 쟁점으로 삼기 위해서는 명확한 선택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탈핵 및 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을 제안합니다. 2030년 탈핵을 목표로 설정하고, 탈핵을 추진하는 경로와 추진주체, 방식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법안을 두고, 찬성-반대의 입장을 물을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녹색정치세력의 역할도 중요하고 시민사회나 학계,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단지 선거 때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탈핵’이라는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게 하는 과정도 어렵지만, 그 이후에 이를 지키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탈핵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녹색정치세력의 활성화, 정당-시민사회-전문가간의 네트워크,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처럼 탈핵에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확대되도록 하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