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악회” 그 열린 공간의 무한공감

강구현/ 영광신문 편집위원, 칠산문학회장

2011-12-09     영광신문

“다 같이 노래 한 곡 부릅시다.” 연주자의 오프닝 멘트와 함께 이어지는 반주에 맞춰 모두가 <해바라기>의 노래 “사랑으로”를 합창 한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하나 있지 바람 부는 저 들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합창이 끝나자 편의상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음악회를 준비한 사람중 한명이 좌중에 앉아있다 앞으로 나온다. “오늘 이 자리는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습니다. 연주자와 노래하는 자, 그리고 듣는자가 따로 따로가 아니고 하나입니다. 여기 모이신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함께 하도록 합시다. 그럼 저의 18번 한곡 부르겠습니다.” 그런식으로 미리 약속한 몇 명의 순서가 끝나자 진행자가 주문한다. “오늘 진짜 음악회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무라도 좋으니 노래를 부르고 싶으신 분은 서슴치 마시고 앞으로 나오십시오.” 처음엔 모두가 머뭇거리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가 고조되고 예약곡이 늘어나며 음악회는 밤새도록 이어질 판이다. 반주기가 있어 노래하는 사람의 음역에 맞춰 키를 조정해주니 누구나 자기 부르고 싶은 노래를 쉽게 부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노래를 부르기 전 하고싶은 이야기 한마디씩 하라는 주문에 무순 이야기들은 또 그렇게 많은지...?

두 대의 기타와 플룻 한 개, 그리고 리듬박스(반주기), 그들이 준비한 음악회의 장비는 그 것이 전부였다. 장소 또한 화려한 조명과 시설을 갖춘 그런 공연장이 아니고 어느 음식점 연회석. 물론 입장료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반주를 해주는 연주자들 또한 지역의 선.후배들로 구성되어있어 헌신적으로 반주를 해준다. 반주는 물론 미리 연습해 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사람의 곡에 따라 즉석에서 연주한다. 그래도 그들의 음악회는 어떤 유명 음악회 못지않게 조화로운 싸운드와 감동적인 일체감을 연출해 낼 수 있었다.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18번을 한 곡씩 부르고 마지막으로 <이석>이 부른 <비둘기집>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집을 지어요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 다라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 샘터에 비둘기처럼 다정 한 사람들 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집을 지어요-을 합창할 때는 모두가 만족해 하고 행복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누구든 주인공이 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이며 음정 박자 틀려도 아무렇지 않다. 모두가 똑같으니까, 그렇게 전문성은 없어도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회라서 명칭도 <맛있는 음악회>라 했다. 입으로 노래하고 귀로 듣는 음악회가 아니라 가슴으로 토해내고 가슴으로 느끼는 음악회 인 것이다.

“세시봉” “나는 가수다” “K팝” “아이돌”...그런 유명세와 현란함으로 무장한 방송 프로를 보면서 그들을 그저 부러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웬걸! 오늘 “맛있는 음악회”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그 주인공이 된 것이다.

추수도 끝나고 조금은 한가로와진 계절. 깊어가는 가을 저녁을 한 자리에 모여서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각자의 18번을 부르고 합창하고...그 음악회는 그렇게 행복하고 맛이 있었다. 6-70년대 트롯트에서부터 포크, 락, 아이돌에 이르기까지....

내년 9월 영광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문예회관이 준공되면 개관 기념 행사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유명 연예인들이나 예능인들을 초청하여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군민들이 주체가 되고 그 주체로서 대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써 이 <맛있는 음악회>를 기획해보는 것이 어떨까?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납월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 <맛있는 음악회>는 이 해가 가기 전 언제쯤 다시 열리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