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하여

박자이/ 영광신문 편집위원, 통일부 교육위원

2012-03-09     영광신문

학교폭력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 피해 사례들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매번 에이고, 가해 사례들은 자식 가진 부모들의 가슴에 매번 공포심을 불어넣는다. 2011년에 경찰이 입건한 학교폭력 사건은 2010년에 비해 90% 증가했다고 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같은 추세로 나아간다면 2013년에는 2010년 대비 550%로 증가하고, 2015년에는 1900%로 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두렵기까지 하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이 시점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긴장의 끈을 바투 잡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건의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그것이 바로 내 아이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드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 누구도 학교폭력 근절에 동의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학교와 교사들은 지금까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교사들의 역할에 대한 사회와 언론의 시각은 극히 부정적이다. 교사들이 문제를 방치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권이 무너졌다며, 그 원인은 사회와 학부모들이 제공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 기죽이지 말라’며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를 위한 교사들의 역할을 폄훼하거나 거부해 왔다는 것이다. ‘죽음의 7종 경기’로까지 비유되는 입시교육, 조기교육, 선행학습에 대한 무한 요구가 인성교육, 생활지도를 위한 시간을 앗아갔고 그 당위성마저도 망각케 했다는 것이다. 일부 교육지도층에서는 학생들을 ‘인격스트레스’, ‘개성말살’ 등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교사들의 생활지도 역할을 위축시키고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무너지는 교실이 없게 하고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여 지난달에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내 놓았다. ‘학교장의 학칙 제정권’을 담은 「초‧중등 교육법」과 「학교폭력 예방 대책에 관한 법률」개정이 여‧야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다. 새 학기부터는 교원들이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생활지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에 대한 처리도 과감하게 실행해서 교권추락과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교육은 학교나 교사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상기하여 차제에 ‘학교-가정-사회’가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는 공감대와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하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학자들의 조사‧연구에 의하면 학교폭력은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의 소외감, 학업 등 각종 과업 실패의 누적에서 오는 열패감(劣敗感), 소영웅심이 발동한 자기 과시욕, 상대적 박탈감에서 나온 반항심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학교 밖의 유인이나 강요에 의해 빠져드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조직화될 가능성이 높아서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이제 가정과 사회에서는 이런 점들에 착안하여 가해자 발생을 막고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 사회에는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아이 키우기는 마을이 한다’는 속담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각기 가진 재주와 능력을 모두 가르쳐서 유능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시킨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청소년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인프라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때로는 충고와 질책도 해주어야 한다. 요즘 어른들은 청소년들에 대한 충고나 지적을 꺼리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할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미래의 희망으로 여긴다면 용기를 내야한다.

부모님들의 가정에서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도 자주하고, 함께 놀아도 주고 가능하면 공부나 운동을 함께하는 기회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의 과도한 사교육이나 부모님의 사회활동 때문에 가정이 잠만 자고 나가는 숙소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학습량이 많고, 휴대전화 컴퓨터 등에 매몰되어 있을 수 있으니 부모님들이 먼저 틈새를 파고들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자녀와의 대화‧소통은 학교폭력 예방은 물론 인성지도의 최고 방법이다. 그러나 다만 추궁이나 감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대화는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학교폭력은 근절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은 학교 힘만으로는 근절시킬 수 없다.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가정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각기 고유의 기능을 잘 발휘할 때 학생들은 잘 보호되고 학교폭력도 근절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