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종교나 이념보다 강하다

강구현/ 칠산문학회장

2012-06-08     영광신문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들이 그 미혹(迷惑)한 영혼을 맡기고 의지할 곳이 종교였을 텐데……. 글쎄, 물질이 종교나 이념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아직도 과거의 그 종교적 가치나 이념은 그 때처럼 유효한 것인가?

중생을 구제하고자 속탈(俗脫)을 한 스님들의 억대 도박 사건을 비롯해 불교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계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충격적인 소식들…….그런 소식들을 접하면서 새삼스레 마음 아파할 일도 아니지만,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참으로 씁쓸하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같은 속인들에게 충격적인 상처를 안겨주는 그 주인공들에게서 받는 상처는 그 위인들의 어리석은 행위 때문이 아니다. 그 들도 미혹한 인간인데 어찌 완벽하길 바라겠는가? 일반 대중들이 받는 상처는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속물근성이나 어리석음 때문이 아니라 추잡하고 비열한 이중성 때문이다. 차라리 위선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보다 솔직하고 진실 되게 저마다의 허물을 감추지 말았더라면, 부족하고 서투른 대로 솔직했더라면 이토록 배신감의 차원을 넘어 안타까운 연민이나 동정심까지 보내지는 않아도 될 것을…….

그런 연유 때문이었을까? 인간을 인간답게 종교적 이념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의식은 이미 14세기부터 자각 되었던 일이었고, 세계 1차 대전 직후 인간 세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인간을 인간 밖에서 관찰해보고자 하는 행동주의 시대를 거처, 20세기 중엽부터는 부조리한 현실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상대적 억압 구조, 그런 상황에서 연쇄적으로 발생되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초조 등 불합리한 요소들을 극복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상을 정립하고자 하는 몸부림의 철학이 현재까지도 유효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참여주의 사상은 정치적으로 성장하여 현 사회를 이끌어가는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니라 상황도 마찬가지, 그 중심에 서 있는 세력이 바로 정치적으로는 진보를 자처하며 굳건하게 위상을 정립 한 통합 진보당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들에게 종교적 차원의 믿음을 넘어서 내일에 대한 희망을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그들을 믿고 의지하고자 했던 많은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과거의 이념(인간이 누구나 똑같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나 서투른 대로 솔직하고자 하는 진실함…….등 그들만의 아름다웠던 모습이 위선으로 전락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돈 때문인가? 명예 때문인가? 그 알량한 권력 때문인가? 혹시라도 그런 것 때문이라면 어디서든 그 시절 그 아름다운 역사의 현장에서 불렀던 그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더 이상은 그대들 입으로 부르지 말라.

인간은 결코 완전할 수 없는 존재임을 스스로가 알았기에 토템이나 샤만에서부터 현대적 고등종교에 이르기까지 믿고 의지 할 안식처가 필요했던 것이고, 오랜 역사를 거쳐 오면서 종교적 지배와 억압구조로부터 인간을 참 인간으로 해방시켜보고자 하는 여러 가지 자구책도 있었다. 그러한 인간의 자구 노력은 자기 부정의 틀을 깨야 하는 아픔이었고, 역사를 새롭게 써가는 눈물겨운 투쟁이었으며, 인간 문명을 한 층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지금 이러는 것은 이념의 완성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그러는 것”이라는 따위의, 웅덩이 위에서 우렁 잡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넘겨가며 내지르는 욕심 많은 물오리의 감기 걸린 목소리로 자신을 합리화시키지는 말자.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은 진실로 치장한 위선의 양면성이고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