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속에 K-soul(한국혼)을 담아서…

박자이/ 영광신문 논설위원

2012-10-19     영광신문

이 가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와 말춤」이 지구촌을 석권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5천만 한국인들을 우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안겨주었다. ‘인기가 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는데…?’하는 바램이 곧 그 부담감이다.  

연예계의 인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거품처럼 쉽게 스러져버렸던 예가 없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내친 걸음이니까 인기가 장기간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마치 비틀즈의 인기가 한세기를 넘기면서까지 유지되는 것처럼…

모두들 신기하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지? 기적이라고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한 연예평론가는 ‘섹시 이미지를 표출하는 단순한 동작의 춤과 엽기적인 노랫말이 감성의 소통을 촉진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모두 공감할 수 없는 몇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노랫말들이 모두 그렇다고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한 노랫말은 자기 아버지의 삶을 위로하는 말, 다시 말하면 한국적인 효(孝)를 표현하는 말로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말 가사에 담긴 감성을 외국인들이 그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섹시 이미지」 운운에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엽기적인 노랫말」 운운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싸이의 노래와 춤들이 과연 막걸리, 김치와 같은 토종이겠느냐?’는 선입관을 가졌던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편협했었다는 판단을 했다. 싸이가 12년의 무명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으며 그의 노래와 춤들이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진 「made in korea」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닳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 그 속에 들어 있는 한국 젊은이들의 감성, 음악, 춤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흘러간 세대라는 점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인도의 시인 「타골」과 영국의 석학「토인비」가 한국을 가리켜 「동방의 등불」, 「한국의 예(禮)는 문화의 생명수」라 했던 말을 떠올려 보니 ‘혹 그들이 21세기 한국의 문화를 예언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호사스런 상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말은 곧 한국문화가 세계화될 것이라는 예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니겠는가. (위의 토인비의 말 중에 나오는 「禮」는 「文化」또는 「魂」의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K-pop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열광을 받고 있다.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호주, 아프리카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다. K-pop이 세계인들의 선망이 되었다면 한국의 문화가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혹자는 ‘K-pop이 과연 한국 토종문화냐? 퓨젼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혹평을 할 수도 있다. ‘일리가 전혀 없는 지적이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다. K-pop 수가 너무나도 많고 창법과 춤도 너무 다양하고 다문화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K-pop 속에 한국의 문화(K-soul)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K-pop 속에 K-soul(한국 혼)을 불어넣는 시도를 해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일색이 아니더라도 작은 요소 하나만이라도 한국문화가 반영되었다면 그를 통해 한국문화가 세계화 되어 갈 테니까 말이다.

K-pop의 노랫말 속에 한국의 정서가 담기고 곡 속에 한국 고유의 음악적 리듬이나 가락이 반영되고 춤속에 한국전통의 춤사위가 깃든다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가 세계화되어갈 것이다. 마치 2002월드컵 응원을 통해서 우리 고유의 리듬 「000-00」이 세계화 되었듯이…

혹자는 문화국수주의적 발상이라 반박할지 모르겠으나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어차피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문화도 그런 식으로 들어오지 않았겠는가? 모든 문화교류가 그런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