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인증 받은 감 맛보러 오세요”
전문직 버리고 귀농 선택한 임세훈‧심성미 부부
바보농부로 불리는 부부와 세 아이들이 함께 일궈나가는 ‘고향애’ 감 농장을 찾았다. 귀농 2년차 새내기 농부가 키워낸 달달한 감만큼 이들의 귀농 이야기도 흥미롭다.
“감꼭지나방 덕분에 목표가 뚜렸해졌죠”
이웃 농가들과 통합 계기 마련, 지역 브랜드화 실현에 더 가까워져
지난해 팍팍한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인 영광으로 귀농해 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세훈(37)‧심성미(35)부부. 바보농부로 불리는 이들의 농장을 찾았다.
임씨는 서울에서 대규모 증권회사 전산실 프로그래머로 근무했었다. 또한 아내 심 씨는 웹디자이너로 두 사람 모두 전문직 종사자로 안정적인 생활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팍팍한 서울 생활이 힘들었던 부부는 귀농을 선택했다.
부부는 “귀농을 결심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서울 생활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거든요. 아이의 교육 환경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라고 판단했죠”라며 “무엇보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농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부모님이 어렵게 일궈낸 농장을 지키고 싶었어요. 불안한 서울 생활 보다는 평생 맘 편한 안식처를 선택한 거죠”
이들 부부는 지난해 5월 영광으로 귀농해 부모님의 감 농장을 물려받아 본격적인 농장운영을 시작했다. 이들은 무농약 감 생산을 목표로 한만큼 농약 사용을 중단하고 땅과 과수의 기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의 피해로 탄저병이 심각하게 발생했을 때도 농약 사용 보다는 병에 걸린 열매가지를 잘라주는 등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또한 농장 내 과수 160여 그루를 배어내고 정기적으로 미생물을 살포하는 등 토양과 나무가 건강해질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했다. 부부는 정기적인 토양검증을 통해 유기농 단지 적합판정을 받고 올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무농약 인증을 획득했다.
이들 부부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건 올해 초 농업기술센터에서 개최된 농업청년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부터다. 이 대회는 각 시‧군의 22개 팀이 참여해 경선을 이루는 대회인 만큼 소득창출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물론 농업 발전의 기여도 또한 중요했다.
부부는 이들 농장의 상호 ‘고향애’의 무농약 대봉감인 ‘행복예감’과 무농약 단감 ‘행운예감’의 상표를 등록했다. 고향애가 지역 대표브랜드로 발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은 물론 지역 감 농가들을 조합해 특산품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발표해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근무 경험에서 나온 임씨의 발표 노하우와 디자이너로서 문서 작성 능력이 탁월한 아내 심 씨의 실력이 한몫 톡톡히 했다.
부부의 짧은 귀농 생활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 8월 예상치 못한 감꼭지나방의 피해로 열매가 50%이상 낙과하는 시련을 맛봐야했다. “1년 과수농사를 판가름하는 장마를 무난히 넘긴 터라 올해 농사는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오히려 많은 양의 감이 낙과하며 일이 줄어들다 보니 소득은 줄었지만, 장기적인 계획에 좀 더 빨리 다가갈 수 있게 됐죠”
부부가 이처럼 말하는 이유는 요즘 매일 한 두 농가에서 이들 부부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기존 판로가 있는 부부의 농장에 감 판매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임씨는 “일반 작물들과는 다르게 과수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들은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때문에 통합하기가 더욱 힘들죠. 올해 감이 많이 열려 일이 바빴다면, 다른 농가의 감을 함께 판매하지 못했을꺼에요. 감꼭지나방 덕분에 지역 농가들과 통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고향애’가 단순히 부부만의 상호가 아닌 영광 대표브랜드로 성장하고, 지역 내 농장주들에게는 판로를 제공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부부의 목표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현재 홈페이지 개설 작업이 한창이다. 부부가 키워낸 행복예감과 행운예감이 국내 대표 감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최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