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생의 꿈 이야기

이성천/ 자유기고가

2013-10-18     영광신문

한 동생이 있다. 어릴 때는 야구에 미쳐...한 때 프로야구단 연습생 시절을 지내고, 철이 들어서부터는 연극이 너무도 좋아 광주의 한 창작극단에 입단해 무대에 오르던 연극인, 그 후 20, 사람들은 그를 지역신문사의 스포츠 전문기자로, 또는 특유의 직설적 말투로 주변을 당혹시키는 사람으로만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가 내뱉는 작설화법 행간에 숨겨진 따뜻한 진심과 연극에 대한 꿈, 오랜 시절 떠나 있던 무대를 향한 그리움과 열정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얼마 전 그와 술 한 잔 기울일 기회가 있었다. 그때 형님 제겐 꿈이 있어요. 시작은 했지만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소망 같은 것...!” 이라면서 한 달 후 이 곳 영광에서 상연될 극단 얼아리의 연극 기억이 미래다를 소개했다. 그 공연에 자신이 출연한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럼 이번 공연이 네게 주는 의미는 무어냐고 물었다. ‘재미삼아 하는 것이 아니고, 경험 삼아 무대에 올라 재주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떤 공연, 어느 배역이던 그것 자체가 새로우면서도 진지한 나의 삶들이었다.’고 답했다.

그에게 있어 이번 공연도 매일처럼 꿈꾸고 바랐던 무대 위에서 자기를 실현하는 또 한 번의 검증이며 정체성의 확인이 되어줄 것이다. 주연인지 조연인지, 몇 번의 신에 등장하는지, 대사 분량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리라. 그저 그는 마음을 다할 것이고, 맡은 역에 온전히 녹아들기 위해 온 몸을 던질 것 같았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잘 하는 것이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나 보다. 물론 잘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과 일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다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정녕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바로 꿈을 이루는 과정이지 않을까?

그의 꿈은 저널리스트도, 스포츠맨도 아니다. 바로 액터(Actor)이다. 이미 오래전 액터가 되었었다 해도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94년 남도예술회관에서 극단 얼아리의 창작 연극 <파우스트>로 첫무대에 올랐고, 98년 겨울에는 영광 한전문화회관에서 <굿닥터>라는 작품을 통해 고향사람들을 만났다. 2년 전엔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극을 기획하기도 한 그는 이미 해묵은 배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같은 꿈을 꾼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았다는 점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딪치면 쉽게 꿈을 포기하고 마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그러기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큰 길이 열려 있다.

우리는 흔히 성공이란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말하지만 그는 연극을 통해 최고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 전에 자신의 삶과 현재의 일에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다만 그는 무대를 지극히 연모한다, 그리고 그 위의 펼쳐질 삶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는 꿈을 반복하여 꾸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연극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자신만의 성공스토리를 써나가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포기하지 않고 배우로서 끝없이 배우고 노력해 극기획을 하고 모노드라마도 올리고 싶다는 동생. 그가 품은 꿈의 모양이 지금보다 더 선명해지고 부피도 점점 커져 가면 좋겠다.

바라건대 메마른 영광의 공연문화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고 작은 불씨가 되어준다면, 그가 지금 간직한 꿈은 자신만이 아닌 다른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고 여럿이 함께 키워갈 희망으로 진화할 테니 말이다.

1126, 난 영광한전문화회관에 가 있을 것이다. 연극 <기억이 미래다>를 보기 위해서이다. 그날의 관객들은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호응하고 기획연출이 전하고 싶은 극의 메시지를 느끼고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겠지만 한 가지 더! 동생의 소박하고도 열정적인 꿈이 또 어떻게 펼쳐지는지 꼭 보고 싶다. 좋은 연극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