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2014-05-16     영광신문

금년(2014) 봄도 봄을 봄답게 맞이하고, 느끼고, 보내고자 하는 기대는 이미 글러버렸다.

꿈과 희망을 싣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체험과 모험의 뱃길이 삼도천(三途川) 여울목으로 변해버린 맹골수도. 유가족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 모두가 한 마음 되어 거세게 소용돌이 치는 물살을 부여잡고 몸부림쳐보았지만 희생자 수는 날로 늘어만 가고... 수심(水深)보다 깊어진 아린 가슴 속에선 줄없는 거문고가 소리없는 흐느낌만을 길게 이어가고 있다.

침몰한 선박에 갇혀서 죽음의 그림자처럼 차오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공포에 떨다가 끝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로 끌려가버린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질 것만 같은데, 사고의 직.간접 원인이 되는 이 사회의 모순구조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절망, 그 자체다.

우리의 봄은 왜 이리도 참혹하고 참담하기만 해야 하는가?

정직하고 의로운 사람은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그러나 힘이 없어 그들의 정직이나 진실, 정의가 오히려 죄악이 되고 비난 받는 사회. 자본의 힘이 인격의 척도가 되고, 권력이 되고, 도덕적 가치나 법치(法治) 위에 군림하는 사회.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지경이 되었는가?

세월호 사건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천민 자본의 속성과 그 자본의 힘 앞에 부화뇌동해버린 정치권력과의 합작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 깊숙히 배태되었던 구조적 모순의 극히 일부분이 곪아터진 것에 불과하다.

이 사회의 모순구조는 어디서 발생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금만 고민을 해보면 그 답은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기 위해 우선 정치적 권력을 장악한 정치집단들이 있다. 그리고 다음 으로는 그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공생하며 그들과 똑같이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독점 자본(재벌)집단이 있다. 그러나 이 두 집단만의 관계로는 아직 완벽한 강자가 될 수 없다. 이 두 집단이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된 권력으로 똬리를 틀 수 있도록 과학적 논리와 명분을 제시해주는 또 다른 권력 집단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무순무순 박사니, 교수니,하는 따위의 전문 지식인(먹물) 집단들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먹물도 더러는 있지만) 그리고 이들은 자본이 던져주는 환각제에 심취해 살기도 하며 때로는 정치권력의 주체로 신분 상승을 하기도 한다. 이 트로이카가 현재의 우리 사회와 국가 그리고 민족의 항로를 이끌어가는 선장이며 항해사이며 기관사인 것이다. 그리고 이 세 부류에 끼지 못하는 또 하나의 권력집단이 있는데 그들은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쪽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며 남이야 죽건 말건 국가야 흥하건 말건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 이기주의 권력집단이다. 해적 같은 집단인 것이다. 그리고 이 네 부류의 집단들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본능을 적절히 자극하고 이용하며 물신주의를 앞세워 양심을 마비시키고 두뇌를 퇴화시키는 고차원적 수법을 활용한다. 온 갖 위선과 명분, 그럴싸한 논리, 이념 등으로 치장 한 채 속으로는 독을 품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답게 위장하는 전략과 전술로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서해페리호 이후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970년대, 김지하 시인이 썼던 민족의 오대 적(五賊)21세기 판으로 다시 써야 하려나?

세월호 참사 앞에서 사죄하고 아파하는 정치 권력에게 묻는다. 전 재산을 위로금으로 내놓겠다는 자본에게 묻는다. 행정관료에게 묻는다. 진정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공유하는가?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하는가? 제발 그래주길 바란다. 그래야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이런 비극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까.

-누가 썻을까?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특히 어린 학생들의 영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참회와 반성은 그 한마디 뿐이었다.

미안하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른이어서, 아버지고 어머니여서 그저 미안할따름인 것이다. 더 이상 무어라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한다. 진정으로 우리가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같이 한다면 두 번 다시 인간성 상실에 의한 이러한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강해져야 한다. 행정이고 정치고 어디 하나 기댈곳이 없는 이 정서적 공황상태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자본의 속성에 굴하지 않고 비겁한 정치권력에 속지 말고, 그들에게 끌려가는 국민이 아니라 그들을 바른 항로로 인도해가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며 밤새도록 자리바꿈을 하지 않는 북극성이 되어야한다. 그러한 국민의 힘은 선거를 통해서 가장 확싷하게 표출시킬 수 있다. 무책임한 일로 처벌을 받는 어리석은 권력지상주의에 경도된 리더보다는 책임지지 못할 사고를 저지르지 않는 겸양과 지혜를 겸비한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