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과 삶의 질

이성천/ 자유기고가

2014-07-07     영광신문

사회가 건강하려면 여유 있고 노후가 안정적인 중산층이 많아야 한다, 통계적 의미의 중산층은 가구 소득을 최저부터 최고까지 한 줄로 늘어놨을 때 딱 중간인 소득 즉, 중위 소득의 50%에서 150% 사이에 위치한 계층을 말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중위소득이 4,200만원이니까, 가구당 연소득이 2,100만 원에서 6,300만 원 사이면 중산층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을 직장인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부채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하고, 월급여 5백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를 1억원 이상 보유하면 일단 중산층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조건으로 해외여행을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이 추가된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기에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기준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서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중산층 개념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가 경제적인 기준만을 잣대로 삼는 반면 서유럽은 문화적이고 의식적인 가치에 비중을 더 두는 것 같다.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정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공분' 에 의연히 참여할 것과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등을 내세웠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을 보면, 신사의 나라답게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과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 또한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있을 것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삶의 질 향상이 안정된 경제 기반위에서 더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중산층의 생활방식과 사고는 경제적 부와 여유가 합쳐질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조건이 나름 충족된 이후라 할지라도 앞서 말한 선진국과 이렇게 큰 차이가 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씁쓸한 일이다.

이 세 나라의 기준에는 우리에게서 보이지 않는 공통적인 가치가 깃들어 있다. 그것은 바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부조리와 부정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정신이다.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관심과 도움이 지극히 정상적인 서구 중산층의 의식구조가 우리에게도 있는 걸까?

물론 우리에게도 있다. IMF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대형 재난사고를 당했을 때처럼 어떤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회적인 위기의식과 함께 느끼는 동정이 그것이다. 동정이란, 안쓰러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마음인데 마음에 머물고 머릿속에만 맴돌고 행동지향에 대한 의지가 결여되는 경향이 짙다. 남을 동정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과는 별개이다. 이러한 의식은 지속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 한시적이며 감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서구의 약자에 대한 의식은 교육을 통해 학습되고 그런 의식과 개념이 지속적인 형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복지제도에 적극 반영된다.

불의와 부조리를 대한 시각에서도 그렇다. 정의롭지 않는 것들에 대한 비판과 공분을 왜곡하고 좌파로 몰아세우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우리 중산층의 개념은 지금과 같이 물질적인 척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인생이, 사는 집 평수와 화장실 개수나 외제차를 소유하는데 주력하다가 죽음을 맞이함이, 얼마나 인생의 삶의 가치와 동떨어지게 만드는가!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더 인생을 아름답게 살게 하는 지표인 것을, 물질적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의연한 사고를 지니도록, 가치를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