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의 침
강구현/ 칠산문학회장
바다에는 가오리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 고기는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꼬리에 독침을 달고 다닌다. 그 독침은 화살촉처럼 생긴 가시가 많이 달려 있어서 한 번 박히면 주변의 살을 도려내기 전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어떤 물고기도 이 독침을 맞으면 생명이 위태로울정도로 치명적이며 사람의 뼈까지 파고 들 정도로 위력적이다.
가오리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적과 싸울 때는 상대방을 향해 이 독침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독침이야말로 가오리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든든한 무기이며 확실한 생존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가오리의 독침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망가뜨리는 결정적 약점을 갖고 있다. 가오리는 자신의 무기에 대한 강점만 알고 약점은 모른다.
몸집이 마름모꼴로 넓고 납작하게 생긴 이 고기는 어부들이 설치해 놓은 그물에 부딫혀도 그 코에 쉽게 걸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오리는 어부들의 그물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물 속을 누비지만 자칫 잘못해서 꼬리가 그물 쪽에 닿으면 그 독침에 달린 가시가 그물코에 걸려들고 한 번 걸리면 절대로 그물로부터 탈출을 할 수 없게 된다. 상대방을 공격 했을 때의 그 가공할 위력처럼.... 가오리의 가장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런 독침이 이번엔 자신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 브르트스 너마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모두가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독특한 무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 무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그 무기를 과신하고 자만하다 보면 자신만이 지닌 그 무기에 의해 자승자박(自繩自縛)을 당하는 예가 많이 있다. 그런 일들이 특히 인간에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자연계 모든 종(種)들이 각 종별로 단일화 된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를 지니는 반면 인간 각자가 지닌 무기들은 각 사람별로 천차만별이다. 자연계의 모든 종들은 같은 종과의 전쟁을 하지 않지만 인간은 같은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양귀비의 무기는 당대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미모였으며 그로 인해 당현종은 물론 자신까지 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무기였던 강력한 리더쉽과 카리스마는 그를 암살 당하게 하는 직․간접적 요인이 되었다. 서민적 대중적 민중적 정치를 지향하며 진보적 성향과 인간적 양심을 인생과 삶의 이념으로 간직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재직시절 그의 측근들이 저지른 비리가 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이 되어 급기야 자살이라는 자기 양심의 수호(?)를 위한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게 했다. 어떤 사람은 남보다 뛰어난 학식으로, 어떤 사람은 남보다 월등한 경제력으로, 어떤 사람은 제갈량 같은 지략으로 저마다의 무기를 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저마다의 무기를 과신(過信) 하거나 과용(過用)하게 되면 자신의 방어 수단인 그 무기가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무기로 둔갑 한다.
숙적인 폼페이의 군대를 격파하고 로마로 개선하여 로마 시민들에 의해 황제로 추대 받은 시저는 로마의 공화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거절한다. 한편 이를 시샘한 캐시우스 일당은 그를 타도할 세력을 만들기 위해 시저가 황제가 되려고 한다며 국민들에게 신망이 있는 브르터스를 부추킨다.
캐시우스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브르터스는 로마의 정치적인 이상인 공화정이 계속되어져야 한다고 믿으며 캐시우스와 사람들을 규합하여 시저를 제거할 계획을 짠다. 그리고 원로원에서 시저를 암살한다. 캐시우스와 브루터스의 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시저는 죽어가며 "오-브르터스, 너마저…!"라는 한 마디 절규를 남기고 죽는다.
시저를 암살한 브르터스는 로마 시민들 앞에 나가 시저가 황제가 되려는 욕심이 있어 공화정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암살했다며 시민을 다독거린다. 브르터스의 허락을 받아 시저를 조문한 앤토니어스도 로마 시민들 앞에 나가 연설을 시작한다.
여덟 번이나 브르터스를 칭찬하며 연설을 하던 앤토니어스는 “시저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이 없었고 로마를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며 은인이자 인격자인 시저를 죽인 브르터스 일파를 축출해야 한다고 군중을 선동한다.
과격해진 군중을 피해 부르터스 일파는 도망을 가고 앤토니어스는 옥테비이어스, 레피더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결성하고 군대를 결성한다.
필리바이에서 결전을 벌이는 앤토니어스와 브르터스…. 캐시어스와 브르트스 일당은 패하고 캐시어스는 부하를 시켜 시저를 찌른 칼로 자기를 찌르게 하고 죽는다. 브르터스도 부하에게 칼을 쥐게 하고는 스스로 그 칼에 찔리며
"시저여, 이제 눈을 감으시오."라고 말하며 숨진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자신이 간직한 철학이나 삶의 가치가 자신을 지키는 방어수단이며 무기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해치는 가오리의 침이 되어버린 예는 허다하다.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가 절대적인 것이라고 착각하는데서 발생되는 오류의 표본이다.
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이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경도된 논리가 아니라 자연스런 역사의 합법칙성에 순응할줄 알아야 한다는 역사의 가르침이다. 우리의 정치적 근․현대사도 그걸 대변해주고 있다. 우리 영광에서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역사발전의 그 합법칙성을 알고 자신의 무기에 의해 자신을 옭아매는 가오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