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훈육목적이라 해도 아이들을 폭언이나 폭력으로 키워서는 절대 안 된다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2016-05-16     영광신문

최근에 어떤 일간신문에서 부모의 자녀 구타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놨다. 부모는 자식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겠다는 교육적인 견지에서 아이를 때린다. 어린 시절 자신도 맞으며 자란 어머니는 아이는 당연히 때리면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자녀들이 잘 크길 바라는 마음에서 훈육한 것이므로 구타가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종합해보면, 부모들은 자기들도 맞고 자랐다며 아이의 잘못을 교정하기 위한 폭언과 폭력을 당연시 하는 것 같다. 어려운 가정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교양이 있다는 부유한 전문직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성적이 좋지 않거나 행동이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폭언하고 폭력 등 체벌도 한다.

폭력을 당하면 어떠한 상태가 될까? 잘못을 고치고 변화를 보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겉으로만 잘못했다고 하고 실제로는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곧바로 잘못했다고 말하지만, 잘못을 고치기보다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될 수도 있다. 원인이 자기의 행동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맞았다는 아픔에서 반감과 원한을 가질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증오로 발전될 수도 있다. 부모의 폭언과 폭력은 자녀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부모와의 안정적인 관계 형성에 실패한 아이들은 타인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감정조절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등 공격성향을 갖게 된다.

부모나 교사 등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은 본질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자기도 맞고 자랐고, 맞아야 잘못을 고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첫째는, 지금시대는 어른들의 과거시대와 성장환경이 같지 않다. 농촌지역까지 전국이 도시화되고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동시대화가 촉진되면서 공동체적 연대감이 없어졌고, 아이들의 생각의 폭과 속도도 빨라졌다. 둘째는 아이들 입장에서 왜 맞아야 하는지 수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로 좋게 할 수 있는 것을 폭력이나 폭언을 할 때 상대방이 비록 부모나 교사라 할지라도 속으로는 저속한 사람이라고 무시하고 멸시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폭언과 폭력이 피해자인 아이와 가해자인 부모나 교사 등 어른 양측 모두에게 잠재의식으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잠재의식에 저장된 폭언과 폭력정보는 외부 상황적 환경이 비슷하면 밖으로 행동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어른들은 계속해서 폭력을 쓰게 되고, 아이들도 자기보다 약한 동료 학생에게 폭력을 쓰게 된다. 결혼해서 배우자에게 하는 폭언과 폭력도 어릴 때 만들어진 잠재의식 속의 정보 때문일 수도 있다. 아버지가 운전할 때 끼어드는 차를 향해 욕설을 할 경우 그 장면을 본 아이도 성인이 되어 운전할 때 자기도 모르게 끼어드는 차를 보고 욕설을 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 행위 기록이 정보로서 잠재의식 속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력은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 하게 된다.

폭력의 악순환과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어떤 경우이든지 무조건 폭언과 폭력을 금지해야한다. 부모자식 간에, 교사와 학생 간에, 부부 간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에, 상사와 부하 간에, 연인 간에 등 언제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나 체벌은 금지되어야 악순환과 확대 재생산을 막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체벌을 금지하는 법제화가 대세이다. 특히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에게 적정한 체벌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대적으로 버려야 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변화를 위한 부모교육, 교사교육, 상사교육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 교육해야 효과적일까?

일반적인 강의식 집합교육은 효과가 없다. 설혹 그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였을지라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 잊어먹는다.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넣어주는 지혜교육이 되어야 한다. 어렸을 때 부모나 교사의 폭언 폭력으로 상처 입었던 사람의 사례식 교육, 폭언과 폭력이 인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확대 재생산 프로세스, 또 반대로 사랑이 영성발전과 태도변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 등이 교육에 반영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인성이 부족한 어른들 때문에 인성이 나빠지는 아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