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생각

강구현/ 시인

2019-10-21     영광신문

- 마스터플랜 -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필자가 군복무를 할 당시 사병들간에 유행하던 말이다.

훈련이 힘들고 전역을 할 날이 까마득하지만 참고 견디다 보면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언젠가 개구리(예비군)복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갈 그 날이 오리라는 기대감때문이었다.

정말 그랬다. 이등병 시절엔 병장 계급장이 신기해보일 정도로 부러웠다.그래도 참고 견디다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도 병장이 될 수 있었고 드디어 만기 전역을 할 수 있었다.

''국민들이 제아무리 소리쳐도 청와대와 법무부는 우리 식대로 돌아간다''

나는 모든 국민들에게 말해주고싶다.

''아는 것이 힘이고 권력이라는 것을!''

양심, 도덕, 정의 그런 것들도 남들보다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나의 가치로 활용할 수 있고, 하다못해 법무부 장관이라는 권력이라도 틀어쥐고 있어야 나의 그릇됨도 옳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지금 나는 국민들에게 그걸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편리한가!

한 때 나의 양심과 도덕성과 정의감에 도취된 저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나의 치부가 드러나도 결코 그 것을 믿으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나의 허물을 덮어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나 한사람을 놓고 온 국민이 찬반으로 양분되어 격돌하면 할수록 나의 존재감은 커져만 갈터인 즉 난 적당한 시기마다 나의 목소리를 적당히 내주기만 하면 된다.

한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양심을 팔고 부도덕한 짓거리 조금 했다고 해서 일반인들처럼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런 나약함으론 결코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없을테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견디어내면 된다.

대권의 고지가 눈 앞에 보이는데 가족이 희생된들 무순 상관이랴!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은 오늘이나 지난날 나의 과오에 대해선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의 논리에 환호하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내 이름을 연호 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터. 생각만 해도 이 얼마나 가슴 짜릿한 쾌감인가?

한가지 걱정이라면 야당이나 보수쪽에서 나에 대한 반대를 쉽게 포기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은 불안하다. 끝까지 나를 물고 늘어져야 할텐데ㆍㆍㆍ

그래야 나의 상대적 우월성이 지속되고 나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들도 더욱 굳건해질텐데...

세상에 털면 먼지 안 날 사람 어디 있나.

나도 사람인데 털면 먼지는 나겠지.

그러나 나의 먼지는 다른 사람, 특히 정치적으로 나와 상대적인 사람들의 먼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대다수의 촛불들이 알고 있음에 털면 털수록 나는 더 신선해질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먼지털이에서 누가 더 지혜롭게, 강인하게, 교묘하게 버티느냐의 문제다. 필요에 따라 절대적 양심을 내세워 치장하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칠 건 과감히 추진하고, 사소한 허물 정도는 시인하며 ''성찰''이라는 말로 덮어가고...그렇게 하다보면 난 이 시대 이 나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사람이 되는거지. 최악의 경우가 된다 해도 ''필요 악'' 이상은 되지 않을거야.

더 극적인 연출은 모든 논란이 정점에 다다를 때 ''역사적 사명감으로 추진학고자 했던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해 아쉽다. 누군가는 끝까지 마무리 해야 한다.''는 소견을 밝히고 전격적으로 사퇴를 해버리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나를 반대했던 세력들은 기쁨보다 허탈감에 빠질 것이고, 촛불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때가 되면 다시 나를 부르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올 것이다. 나에 대한 동정은 필요없다.

''바니타스''나는 타오르다 스러지는 촛불 속에서 피어나는 한 그루 월계수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