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에 제안 한다

강구현/ 시인

2020-05-04     영광신문

영광, 영광 사람들의 삶을 스토리텔링 하라

가장 지역적이고 향토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게 사는 이름 없는 한 개인 개인들의 살아온 이야기들이 모이면 가장 확실하고 완벽한 역사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지만, 제 아무리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것일지라도 한 개인의 이야기로 전락해버리고, 그 개인의 종말과 함께 사장되어버린다면 그 것들은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다. 반대로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런 것들을 모아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로 엮어내고 사진 등으로 남겨 아카이브(Archive) 해 두면 그 것은 먼 훗날이 아닌 바로 현재부터 소중한 역사적, 향토적, 문화적 유산으로서 큰 가치를 지니게 된다.

특히 어느 지역에나 그 지역만의 특성이 있고 그에 따른 특별한 이야기들이 있게 마련이다. 꼭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 영광도 마찬가지다. 우리 영광만의 이야기와 역사가 있고, 특별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당대를 살아 온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들이 있다.

그 것들이 모이면 대하장강처럼 유장하게 흘러 온 역사가 되고 어떤 대하소설보다도 극적인 논픽션이 되며 일리어드 오딧세이못지않은 대 서사시가 될 것이다.

그러한 무형의 문화유산을 보전하는데 영광군이 나서야 한다.

일제 강점기의 고난으로부터 6.25 전쟁을 겪으면서 험난한 보릿고개를 넘어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해 왔던 세대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 있을 때 그들의 생생한 인생담을 채록하고 정리해서 남겨야 한다.

그런 일들을 어느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해 내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기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은 영광군정 차원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

오래 전부터 본 영광신문이 그 작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재정적 어려움과 인력난 때문에 계획만 있었고 시도조차 하지 못 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 작업들은 행정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본 영광신문이나 문화원 등에 위탁해서 사업을 완수 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행이 가능하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문화유산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무형의 유산도 중요하다.

유형의 유산들이나, 이미 기록으로 남겨진 무형의 유산들은 최소한 영구히 보전 될 최소한의 정리는 된 셈이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과 함께 어느 한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세상을 하직하고 나면 그와 동시에 소중히 간직되어야 할 무형의 유산도 사라져버린다.

한 시가 급하다.

얼마 전 영광 우도농악 보존회최용 회장으로부터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형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영광 신청(神廳)’에 관한 논문을 써야 하는데 영광 군지와 읍지를 비롯해 모든 자료들을 뒤져봐도 신청에 관한 자료들을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형님께서 갖고 있거나 기록해 둔 내용들이 있는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도 농악단에서는 신청걸궁의 맥을 이어가고자 해마다 그 신청걸궁 행사를 자체적으로 하지만 영광신청걸궁에 대한 역사적 근거와 자료가 없으니 얼마나 아쉽고 답답했겠는가?

영광은 강신무 보다 세습무를 더 인정해 주는 곳이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선대들로부터 필자가 전해 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해 들은 이야기일 뿐 그러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근거 자료들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필자는 당시 해룡고등학교에 근무하던 한요섭 선생(언어학 전공)과 함께 낙월도에 가서 23일 동안 그 곳 사람들의 생활 언어와 방언체계를 조사 채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필자가 느끼기에도 생소하며 신기하고 재미있는 말(삶의 언어-방언, 사투리, 토속어. 지명,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 등)들이 수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 때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다자우들자우바위에 관한 것으로,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는 생생하게 고스란히 남아있다.

내용인 즉, ‘다자우들자우바위는 상낙월도 동족 끝에 바다 쪽으로 돌출된 바위인데 옛날 왜구들이 배를 타고 들어와서 바다에 정박해 있을 때 낙월도 사람들은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밤마다 번갈아가며 번을 세워 왜구들의 상황에 대해 마을로 신호를 보냈는데 왜구들이 모두 잠들면 다자우그렇지 않으면 들자우라고 연락한데서부터 그렇게 불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시한 두 가지 이야기는 영광, 영광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니 그런 방대한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하고 아카이브 하기 위해서는 군정 차원의 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군의 소중한 유무형의 문회유산들이 사라져간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영광군은 하루 속히 영광, 영광 사람들을 스토리텔링 하고, 아카이브 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