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장보기는 전통시장에서~”

‘전통시장이 21% 더 싸다’ 가계부담 줄이고 전통시장 살리고

2021-02-17     채지영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대목장이 열렸다. 코앞으로 다가온 설 준비에 분주한 터미널시장을 찾았다. 때마침 터미널시장의 한 단골가게를 방문한 지역 주민과 상인의 모습.

 

싸고 맛나고 사장님 인심 좋고

훌쩍 다가온 설을 앞두고 터미널시장의 상인들이 물건을 진열하느라 분주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꽁꽁 싸맨 옷차림에 마스크도 단단히 착용하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언제 이렇게 늙었는가 몰라라고 말하시며 웃으시는 한영자(98) 할머니는 홍농에서 장을 보러 단골가게를 찾아오셨다. 지팡이로 멀리 있는 생선을 척척 가리키며 가격을 묻고 시장을 누비는 모습이 100세에 가까우신 연세라는 게 믿기 어려울 만큼 정정하시다. 항상 잘해주시는 사장님이 좋아서 평생 단골이라는 할머니의 한마디에 사장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깎아 주고! 한주먹 덤도 쪼까 더 주고!커피도 꽁짜로 주고! 시장이 참 좋지.”

내가 골라가지고 내 눈으로 어떤 것이 젤로 싱싱한지 보고 살 수 있잖아.”

대마에서 시장보러 나온 한삼례 씨와 이경순 씨는 단골집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안부도 전할 겸 잠깐 앉아서 수다를 떨어본다. 미리 정해진 양만큼 포장된 마트 물건과 달리 시장에선 사고 싶은 만큼 눈으로 직접 살펴보고 고를 수 있다. 시장에는 저울이 따로 필요 없다.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에 따라 손에 잡히는 만큼 퍼준다. “얼만치 샀응게 이것도 쪼까 더 줘봐~”하면 못 이기는 척 봉다리에 한 웅큼씩 더 챙겨주는 게 시장인심이다.

어쭈고 살까 몰라. 자식들이라도 와서 먹고 해야 자식들 막 멕일라고 와서 장도 보고 할턴디.”

힘든 시기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단골들 덕분에 버티고 있지만, 작년 추석에 이어 올해 설까지 또 코로나 명절을 맞게 된 시장 상인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특히 설연휴까지 5인 이상 모일 수 없게 되자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제사상에 올릴 용도가 아니더라도 모처럼 모인 가족들과의 특별한 식사를 위한 구매도 줄었다.

코로나도 잘 먹어야 이길 것 아니야.”

장사도 걱정인데 고향집에 내려오지 못한 가족들이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있을지 염려된다. 시장 안에는 가족들에게 먹이고픈 싱싱하고 질 좋은 먹거리로 가득한데, 풍요로워야 할 명절을 앞두고 마음 한쪽이 무겁다.

김준성 군수가 터미널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직자 200여명이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전통시장 이용을 장려하는 장보기 행사와 함께 영광사랑상품권 홍보 캠페인을 펼치며 소비촉진 활동을 펼쳤다. 또한, 시장을 돌며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어려운 시기에도 손님들을 맞이하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떠오른다. 봉지 가득 담아 주는 시장인심만큼은 변함없다. 코로나19로 힘든 일상을 견뎌내는 가운데에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필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