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전하는 느낌으로부터

강구현 시인

2021-03-29     영광신문
강구현 시인

1. 몸의 잔혹사

60년 넘는 세월동안 참 많이도 부려먹었나보다.

몸뚱아리의 온갖 곳으로부터 편치않다는 신호가 시도 때도 없이 전해져온다.

팔 다리 허리 어깨 목 손가락 발가락 등 관절마다 삐걱거리고, 머리는 멍해지고, 간은 피곤하고, 눈꺼풀은 자주 경련이 일어나고, 모든 근육은 경직되고, 위에선 자꾸 신물이 솟구치고, 소장 대장은 뒤틀림이 빈번하고, 코는 자주 막히고, 호흡은 가빠지고, 귀는 먹먹하고, 시력도 떨어지고, 피부는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은 이모작이 무성하고, 기억력은 떨어지고, 치아는 흔들리고.. 어느 부위 하나 젊은날 같지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신체기능이 둔화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란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생각.

해보니 평생동안 내 몸을 소중히 돌보지 않고 너무 혹사시킨 것 같기도 하다.

육신을 혹사시킨 요인이 두가지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욕심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태함과 방관이었다.

물욕, 경제욕, 명예욕, 성욕, 식욕. 승부욕… 등 온갖 욕심에 얽메이다보니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으로 모든 신체기능에 과부하가 걸릴만큼 무리를 했다.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반증이라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운동이나 간단한 스트레칭 등 몸을 달래주고 관리하는데는 소홀했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선 엄청 부지런했지만 몸을 추스리는데는 게을렀고 나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음주와 흡연 과식과 편식을 비롯해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몸이 견디어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육신의 잔혹사다.

 

2. 개에게서 배우다.

필자는 집안에서 짐승(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옆집에서 키우는 진돗개(진순이)가 있어서 필자도 가끔은 먹다 남은 고기나 음식을 버리지 않고 그 진순이에게 갖다준다.

"진순아 이리와, 고기 가져왔다"

그럴때마다 진순이는 앉았다 일어서면서 어김없이 하는 행동이 있다.

반갑게 꼬리를 치면서 우선 양 앞다리와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상체를 늘인다. 그런 다음엔 뒷다리를 뒤로 최대한 뻗어서 힘을 주어 머리와 다리 그리고 고관절을 쫙 펴준다.

틈만 나면 나름 스트레칭을 하는것이다.

네발로 기어다니는 짐승이라 척추 디스크나 괸절염 등이 두 발로 걷는 인간에 비해 덜하겠지만 습관적 스트레칭이 허리와 목과 관절의 유연함을 유지시키는 비결이 아닌가싶다.

 

3.달라진 습관

그 뒤로 필자의 생활 패턴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제일 먼저, 아침에 잠이 깨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누운 채로 두 팔을 머리 위로 하고 두 다리는 최대한 길게 뻗어서 팔 다리 목 허리를 길게 늘여빼준다. 그리고 일어나서 세면장으로가 가는 소금(천일염) 적당량을 물에 타서 가글을 하고 코로 흡입하여 입으로 뱉어낸다. 그로 인해 구취는 완전히 사라졌고 코막힘 증상도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다음으론 주방으로 가서 뜨거운 물 반컵과 찬물 반 컵을 섞어 공복에 천천히 마신다.

그러고 나면 요란스럽게 아침운동을 하지 안았어도 밥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식후엔 과거 칫솔 양치질로 끝내고 말았는데 요즘엔 "파워픽"이란 구강세척기를 사용해서 다시 한 번 치간과 잇몸을 세척한다.

아무리 칫솔질을 세밀하게 해도 치간과 잇몸에 음식물 찌꺼기가 남는다는 사실을 구강 세척기의 사용 후에사 알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매일마다 이 과정은 빠트리지 않고 실천한다,

그렇게 몆개월 지속하다보니 몸이 반응한다.

"고맙다"

그리 거창하거나 프로그램에 의한 몸관리가 아닌 일상 속에서 나태함을 극복하는 작은 습관이 내 몸의 건강 유지를 위한 최고의 수단임을 느낀다.

한가지 과제는 아직도 다 털어버리지 못 한 욕망의 찌꺼기 들이다.

그 것은 아무리 목욕을 자주하고, 양치를 잘하고 몸관리를 잘해도 털어지지 않는다.

내 지저분한 욕망의 찌꺼기들이 다 털어질 날은 언제일까?

노력은 하고 있으나 쉽지가 않다.

그 알량한 자존심, 우월주의, 아집, 편견...등이 모든 마음의 병인(病因)이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