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들아 미안하다. 그래도 아비는 조국(XX)없는 조국(祖國)을 사랑한단다.

강구현 시인

2021-08-23     영광신문
강구현 시인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자식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ㅡ이하 생략ㅡ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청춘시절을 푸른 군복에 실어보낸 세월만큼이나 긴 회한과 아쉬움으로 남는 늙은 군인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

천재 뮤지션이었던 고 김민기가 1976년에 작사 작곡을 했고, 그 후 이 곡은 가수 양희은이 부르면서 전파를 타기 시작했지만 서슬 퍼런 군부독재와 유신체제하에서 국방부장관 지정 제1호 금지곡이 되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민주화 투쟁의 현장에선 가삿말의 "군인""투사"로 바꿔부르면서 민중들 사이에서 체제(군부독재)저항, 민주화 투쟁곡의 대표곡으로 불리워졌다.

가삿말에서처럼 오늘의 대한민국 특정계층에 있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제외한 대다수 부모들은 사랑하는 아들 딸들에게 그저 미안하기만 할 따름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고, 검사나 판사 아버지가 아니어서 미안하고, 대학 교수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아니어서 미안하고, 돈이나 권력을 써서라도 화려한 스펙을 만들어주지 못할 평범한 부모여서 미안하고...그렇게 칠포(연애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 취업 포기. 내집 마련 포기. 인간 관계 포기, 미래에 대한 희망 포기) 세대들의 부모들로서 자식들 앞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있다.

그래서 그 부모들은 자위하듯 다시 노래 부른다,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사람의 아들 딸이다.

의사가 되고프냐 서울대학 가고프냐

아서라 말어라 너희는 거짓 없는

사람의 아들 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아무리 몸부림 쳐도 지하철 역 스크린 도어를 청소하다 열차에 치여 죽은 일용직 노동자에게 안정된 직장이란, 총탄으로도 뚫을 수 없는 두터운 유리벽 저 위에서 화려한 빛을 발하는 상들리에와 같은 것이다.

누구는 출신 성분이 화려한 부모찬스나 서울(중앙 무대)출신이란 지역의 스펙을 타고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 그 유리벽 천정을 뚫고 솟아올라 대기업 이사가 되고 국회의원까지도 되었다지만 지금의 청년 세대에겐 꿈만 같은 이야기다.

오로지 상위 몇 프로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개인적 능력이나 창의력 전문성과는 상관 없이 국민이 낸 혈세를 선심 쓰듯 사용하며 일과성 단순 노동의 현장으로 한꺼번에 떠밀어 넣고 "청년 일자리 창출 성과"를 자평하는 모습이라니...

요즈음 T.V에 자주 나와서 대한민국 미래 어쩌고 저쩌고, 청년 일자리 어쩌고 저쩌고, 노인 복지 어쩌고 저쩌고...떠들어대는 사람들 하나 같이 똑똑하고 잘났고 정의로운 체 하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면 속 빈 강정마냥 그저 ""일 뿐이다.

직권과 지위를 악용해서 범법행위를 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 부모들과 청년들에게 헤어날 수 없는 절망과 상실감을 안겨준 범죄자가,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도 모자랄 판에 어찌 그리 아직도 할 말이 많은가? 그보다 더 구역질 나는 것은 그런 자를 지키고 보호해주기 위해 교언영색 하며 온갖 궤변으로 국민을 기만하려드는 그 주변 세력들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그렇게 타인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 얼굴에 철판 깔고, 양심에 콘크리트 쳐바르고 권력을 틀어쥔들 그 기득권이 얼마나 유지될 것이며 또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좋은 대가리를 좋지 않게 굴리는 것은 나쁜 머리를 나쁘게 쓰는 것보다 더 흉악한 짓이며, 그렇게 거머쥔 권력 속엔 언제나 "" 위에 점 찍는() 일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한 가지만 묻는다.

"금년 광복절을 맞이해서 이역 만리 타국의 구천을 떠돌다 78년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독립투사 홍범도 장군의 유해귀환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젖어오던가,"

그런 감동을 느끼게 된 대다수 국민들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조국(XX) 없는 조국(祖國)을 사랑하기에 오늘도 노래 부른다.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사람의 아들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