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공화국

강구현 시인

2021-10-25     영광신문
강구현 시인

개와 사람의 닮은꼴

필자가 사는 옆집 선배가 얼마전 강아지 두마리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다.

이제 젖을 갓 뗀, 부모가 같은 형제 강아지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늘 붙어다닌다. 서로 장난을 치고 뛰어놀고 잠 잘 때도 마찬가지다.

개들도 사람과 똑같은 형제애를 지닌듯 하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주인이 아닌 나를 봐도 그 둘은 경쟁하듯 멀리서부터 내게로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온갖 애교를 부린다. 원래 개를 비롯한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이지만 그들의 애교 앞에선 귀를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그들이 하도 귀여워서 먹다 남은 고기를 어린 그들이 먹을 수 있게 잘게 썰어서 가져다 주었다.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으리란 생각에 한개의 그릇에 담아 주었는데 그만 사단이 나고 말았다.

그토록 다정했던 형제가 서로 많이 먹으려고 앙칼지게 으르릉 거리며 물고 뜯고 난리가 아니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나머지 다음번엔

똑같은 량씩 두 개의 그릇에 담아 몇미터 간격을 두고 따로 나누어주었다. 그런데 이 번에도 필자의 의도와는 달리 또 먹이다툼이 일어났다.

먼저 내려놓은 그릇에만 두 마리가 달라붙어 싸우느라 그릇을 뒤집어엎고 난리다. 궁리 끝에 다음번엔 두 개의 그릇에 담아서 한 마리는 부등켜 안고 다른 한 마리가 먼저 먹게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다 다른 한 마리를 먹이와 함께 내려주었다. 그랬더니 나의 계획이 적중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이 두 마리의 강아지는 조용하게 서로의 몫을 챙겨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어 뒤돌아서 오려는데 또 다시 으르릉 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먼저 먹던 놈이 제 것은 다 먹지도 않은 채 나중에 내려준 지 형제 몫을 뺏어먹으려고 달려든 것이다.

먹을 것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필요 없이 서로 물고 뜯는 그 짖거리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사람을 쏙 빼 닮았는지? -사람은 모두가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개들의 사회적 지위

20217월 현재 국내 반려견 등록 건수가 무려 18만마리라고 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서 언급을 함으로써 애완견()의 문제가 사회적,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애완견으로써 개를 기르는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반려견으로써 개를 대접하는 현실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개를 사랑하기 이전에 사람을 먼저 사랑할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의 반려견 현실을 들여다보면 사람(동반자: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를 개가 차지하고 들어앉은 모습이 허다하다.

개 장례식장, 개 추모공원, 개 아파트, 인간의 의료비에 버금가는 개 치료비, 사람이 먹는 음식 값보다 비싼 고급 개 사료등 옛 말 그대로 개 팔자가 인간보다 나은 상팔자가 된 세상이 되었다.

반려견()들의 사회적 지위가 확보된 것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정치 사회 경제 문화등 지금까지 인간이 향유해 왔던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개들이 차지할지도 모른다.

차우차우 국회의원, 삽살개 시장, 도베르만 회계사, 리트리버 특검, 피플 측근참모, 그레이 하운드 장관, 발발이 기자, 풍산개 판사, 진돗개 대통령

많은 사람들은 왜 반려의 대상으로 사람을 포기하고 개나 또 다른 반려동물을 선택할까?

 

세상은 어차피 개판, 대장동은 전국 어디에나 있다

앞서 밝혔듯이 밥그릇 앞에서는 내가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대며 싸우는 개들의 습성과 인간의 습성이 동물적 본성 차원에서 거의 동일하단 생각이다.

다만 사람의 행위는 개들의 그 것과 달리 서로 으르렁 대며 소리내어 드러내놓고 싸우지 않으면서도 교-묘하게 사회적 약속인 법망을 피해가며 격조 높게(?) 다수의(사회적 약자)뒤통수를 치고 내 밥그릇을 챙긴다는 수단이나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요즘 터져나온 성남시 대장동 사건이 바로 그 격조높은(?) 개들의 밥그릇 챙겨먹기였는데 그 또한 결국은 여·야 구분 없이 대권(개 밥그릇) 장악을 위해 서로 헐뜯기 위한 논리 싸움(개 싸움) 폭로전으로 점입가경을 향해 가면서 결국은, 그러면 그럴수록 서로간의 치부를 드러내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말 그대로 개판이며, 인간이 아닌 개들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개들의 공화국은 건설 될 것이다.

예산(국민들의혈세) 집행권과 인·허가권과 인사권 등 절대권력이 그 크기나 격은 다르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장이나 광역, 기초단체장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혈세를 이용해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는 곳(돈이 있는 곳)은 모두가 대장동이다. 칠산바다 해상풍력단지 사업 관련, 몇 조원의 예산이 확보되었다는 우리 영광도 영광의 대장동이란 새로운 지명이 생겨나지 않을지 사뭇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