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자급률 확대를 위한 우리밀 직불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김남철 굴비골농협 조합장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우리나라 밥상을 흔들고 있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공급이 줄어들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식량을 확보해 밥상을 지키려는 각국의 총성 없는 식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밀 수출국이던 인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등 식량 수출국은 자국 내 곡물 수출을 제한시켰고 당장 곡물을 수입해오던 나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동네 빵집과 돼지 농가가 밀과 사룟값 급등으로 타격을 받았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우리 밥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밀값 폭등으로 인해 기존에는 우리 밀과 수입 밀과의 가격 차가 3~4배가량 났었으나 올해 3월, 4월 우리 밀과 수입 밀 가격 차가 2배 가까이 줄었고, 6월 이후에는 그 차가 더 좁혀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우리 밀의 자급률은 1% 전후다. 자급률을 올려야 하며 수입 밀에 대한 의존도도 조금씩은 낮춰야 할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우리 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분질 미(가루용 쌀) 재배 확대를 위해 ‘전략작물 직불제’를 하반기 공익직불제 개편 때 신설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전략작물 직불제는 공익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을 공식화한 첫 선택형 직불제이다. 국가 식량안보에 중요한 양곡에 대해선 생산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일정 생산기반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분질미가 주로 우리 밀 전문 생산단지를 통해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밀 산지의 관심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우리 밀은 기존 선택형 공익직불제 가운데 하나인 ‘논 활용(논 이모작)직불금’의 지급대상 품목이다. 정부는 현재 논에 밀 등 동계작물을 심으면 현재 1ha당 50만원을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50만원이란 직불금은 밀 재배를 유도하기엔 너무 낮은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사례가 주목된다. 일본의 밀 자급률은 2019년 기준 17%이다. 국내 밀 자급률이 2020년 기준 0.8%라는 사실과 크게 대조된다. 이는 정부의 서로 다른 재정 투자 규모가 결과를 갈랐다고 생각한다. 국내 논 활용직불금 예산이 462억원인 반면 일본 정부가 밀 부문에 투입하는 직접직불금 예산은 무려 1조 4326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생산면적(21만 2000ha)을 고려할 때 1ha당 675만 7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 결과 자국산 밀 가격이 수입 밀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내려갔고 이는 가공업체 수요 증대로 이어져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우리 밀 자급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농가 참여와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하는데 대규모 직불금의 투입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생산원가가 다 오른 상황에서 우리 밀 직불금을 크게 인상하지 않는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우리 밀의 생산원가가 20~30% 이상 오른 상황에서 직불금이 1ha당 최소 250만원 이상은 되어야 우리 밀 재배 농가들이 걱정 없이 재배할 수 있을 것이다.
직불금 예산 확대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우리 밀을 포함한 전략작물 직불제가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