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부(匹夫)잡고(雜考)

강구현 시인

2022-08-16     영광신문
강구현 시인

너는 누구냐?

절기상 말복이 지난 늦여름은 보다 풍요로운 가을을 숙성시키기 위해 마지막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그 열기를 피해 모든 일손을 놓고 집 안에 가만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니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뇌리에 가득하다.

그러다 문득 더위 먹은 듯 엉뚱한 의문을 갖게 된다.

"나는 누구일까?"

"너 누구냐?"

"나는 나다."

"나는 나라고 하는 너는 누구냐?"

"ㆍㆍㆍㆍ"

"너는 무엇이냐?"

"나는 인간이다."

"그 인간은 또 무엇이냐?"

"ㆍㆍㆍㆍ"

도데체 내가(인간) 누구인지? 무엇인지? 정확히 대답할 수가 없다.

실없는(?) 궁금증은 꼬리에서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나는 왜 사는 것이며, 인간의 삶은 무엇이고 그 본질은 또 무엇일까?"

"나는 부모님들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부모님들의 부모님, 또 그부모님들의 부모님 ㆍㆍㆍ그 처음은 도데체 어디이며 언제였을까?

인간의 이성적 사고에 도전장이라도 내듯이 기독교적 창조론은 어째서 인간이 선행(善行)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악행(惡行)

까지 저지를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그런 이중적 창조론을 어떻게 믿을 수 있으며.그 창조론 이 사실이라도 그 창조 이전은 또 무엇이었을까? 그렇다고 진화론에서 말하는 종의 기원이 정말로 생명 탄생의 시초일까? 모두 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종교적 창조론이든 과학적 진화론이든 인간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이다. 인간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인간의 진정한 본질은 사회 관계의 총체성이다ㅡ마르크스ㅡ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이다ㅡ싸르트르ㅡ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면서 인간 자신의 뜻을 주장한 결과로 하나님으로부터의 소외가 인간의 원죄의 본질이라거나, 공산주의 혁명이야말로 인간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며 보편적인 큰 문제를 한 특정한 역사적 사건 속에 소속시켜 해결하려 하는 마르크스 사회주의 공동체 사상이나, 어느 하나도 보편적인 진실을 띄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주장이 시작된 이래, 개인과 제도에 그리고 국가의 후속 역사에는 그들이 이야기했던 새로운 삶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념적 어려움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한 프로이트의"성적심리이론" 또한 의심의 여지가 많고,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것보다는 개인적(생활, 목적)인 존재에만 관계하는 싸르트르의 실존주의나, 모든 본질 탐구의 이론들이 나름 고민한 흔적들은 보이지만 명확하게 규명해내지 못함으로써 우리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기보다는 화려한 말장난, 인간 사고의 유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 본질을 규명해내고자 했던 역대 철학자들은 어쩌면 인간의 본질 자체가 없는 것이기에 규명 또한 불가능한 것이고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규명을 포기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 ㅡ필자와 같은 졸부들에게까지ㅡ에게 인간 본질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에 더욱 한 해의 마지막 폭염보다 더 심한 갈증을 유발시킨다.

남은 삶 동안 마음대로 쓰고 즐기면서 살아도 다 쓰지 못할 재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몸이 으스러지도록 더 많은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사람에게서 그 본인이 죽고 나면 그 재산은 무순 의미가 있을까? 이는 영혼이 멍청하기 때문이다. 그 미련한 영혼은 어떻게 스스로의 거처인 육신을 혹사시키며 망가뜨리는 일에만 몰두하는가? 육신은 자기 능력의 임계점을 넘어서면 망가진다. 법을 제정해서라도 그 육신을 혹사시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회적 명망가가 되고, 명예를 얻고, 권력을 틀어쥐고ㆍㆍㆍ 그렇게 살다 가면 사후 세계에서 그렇게 살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좋은 위치에 설 수 있을까? 그런 사후 세계는 정말 있는 것일까? 반대로 그런 사후 세계가 없거나, 인간의 삶 속에 죽음이란 대 전제가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생과 사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사의 경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왜 영혼은 육신이 없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을까?

영혼이 떠나면 왜 육신은 부패 하는 걸까?

육신이 망가져서 혼이 떠나는 걸까? 혼이 떠나니 육신이 망가지는 걸까?

삶이 무엇인지? 궁금한 만큼 죽음이란 또 무엇일까?

우리 인간들의 사고나 감정체계, 모든 동식물들의 생존 본능은 도데체 무엇일까,

숨이 끊어지기 한 찰라의 전까지 이루어 지던 모든 신체의 기능들이나 감정체계, 사고의 능력ㆍㆍㆍ등 이 생과 사의 한 찰라에 의해 완벽하게 달라져버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인간)는 지금 살아있는 것일까?

살아있다면 그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공동체적 삶을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 돈 벌기 위해서? 사랑하기 위해서? 싸워 이기기 위해서? 내가 되고자하는 그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살아있으니까 죽음의 그 순간까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런 것들만이 내 삶의 본질은 아닌 것 같다.

여름의 끝에서 더위먹은 필부의 잡념치곤 좀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