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옥석을 가려내는 유권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인류 최초의 죄는 아내 탓
성경 창세기에는 인류의 원죄를 아내 탓으로 돌리는 한 남자 이야기가 나온다.
인류의 조상이라는 최초의 부부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이다.
에덴동산에 왜 먹음직스러운 금단의 열매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뱀으로 변신한 사탄이 하와를 유혹해 그 과일을 따먹게 하고 이어서 화와의 권유로 아담도 같은 죄를 저지른다.
하루는 에덴동산을 거니시던 하나님이 아담을 찾으시며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신다.
아담이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라고 하자 하느님께서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라고 물으신다.
이에 아담이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라며 장차 인류가 짊어지게 도리 무거운 죄를 여자의 탓으로 돌린다.
아담은 하나님이 자신의 갈비뼈를 취해 여자를 만들고 그에게로 이끌었을 때 그는 자신의 아내를 보고 흡족해하며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감격을 했었다.
아내 탓하는 찌질한 정치인
얼마 전, 갭투자로 인해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민주당 세종갑 후보는 아내가 한 일이라며 아내 탓을 하는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재산이 1억1962만2000원이라고 신고했지만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모두 38억287만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전격적으로 후보 공천을 취소당했다.
어려운 상황에 몰렸을 때 둘러대는 유행어라도 되는 듯 아내 탓을 하는 정치인은 또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김조원 전 민정수서 등이 그런 류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모펀드 투자가 문제 되자 재산관리는 아내가 전담해 자신은 몰랐다고 아내 핑계를 댔으며, 딸의 불법 입시행위가 불거지면서 아내가 감옥에 가자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며 아내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는 듯한 발언을 해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흑석동 건물 매입 논란이 일자 “건물 매입은 아내가 한 일”이라며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하던 시절,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자신에게 불거진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아내 탓을 하다 결국은 사표를 내야만 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에 비상이 걸려 있었지만 오히려 치솟는 아파트 값에 편승해 서울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47평형을 시세보다 2억∼4억 원가량 비싼 22억 원에 내놨다가 논란이 일자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얼마에 팔아 달라는 걸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아내 탓으로 돌렸다.
이 해명대로라면 수십억대인 집을 얼마에 팔지 상의도 않고 맘대로 처분하는 막장 부부였던 셈이다.
한 경제부처 장관 후보자는 장관 청문회에서 뉴타운 예정지의 쪽방촌 지분을 산 사실이 드러나 투기 의혹이 일자 “아내가 노후대비용으로 한 것 같다”고 아내 탓을 했고 결국 낙마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된 모 전 대통령경제수석은 재직 중 업자에게 아내에게 줄 명품 가방을 요구했는데, 재판에서는 아내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아내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이혼한 전 부인이 진 빚 17억을 갚아준 방송인이 있었다.
아내가 남편 모르게 보증을 섰다가 떠안게 된 빚이었는데 그는 겹치기 방송출연을 하며 빚을 갚아가던 중 전 재산에 가압류 통보를 받았으며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입원하기도 했다.
결국 이혼을 했지만, 김구라씨는 이후에도 여러 방송에 출연을 하며 받은 출연료로 전 부인의 빚을 다 갚아줬다고 한다.
이혼을 했으니 아내 탓으로 돌리고 모른 체 했어도 되었을 법한 일이지만 그는 끝까지 아내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신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면피를 하려고 아랫사람 탓을 하는 소인배도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꼴사납고 찌질한 경우가 아내 탓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자 자신이 빠져나가기 위해 대신 아내를 감옥에 보냈던-마치 조폭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을 모사했던 모 국회의원처럼 아담의 ‘아내 탓’ 유전자만 물려받은 정치인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부(富)를 축적한 소인배들이 권력까지 넘보는 한심한 우리의 정치판, 이번 총선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는 유권자들의 혜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