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塗褙)

강구현 시인

2024-06-03     영광신문

버거웠던 삶의

찌든 때 벗겨낸다.

찢겨진 가슴

헤진 마음도 도려내고,

종양처럼 응어리진

곰팡이 자국도 잘라낸다.

 

주르륵 두루마리를 펼치면

반듯하고 깨끝하게 열리는 길.

소독약 바르 듯 풀칠을 하고 뒤집어서

덧난 상처에 반창고 바르 듯 쓸어내리면,

 

기적처럼

온 세상이 오월의 장미로 피어나고,

오랜 세월에 농익은 삶의 향기는

어느새 창문을 넘어가서,

저만큼 오고 있는 너를 향해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마중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