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단오제 600주년을 위하여!

장현 전 호남대 교수·재단법인 김대중재단 영광군지회장

2024-06-03     영광신문

법성포단오제는 1637년부터 매년 음력 5월5일을 전후해 영광군 법성포 일대에서 열리는 민속축제다. 법성포단오제의 유래를 문헌 속에서 정확히 발견할 수는 없지만 고려와 조선의 900여 년 동안 법성포에는 조창이 있어 곡물을 조세로 납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법성포로 몰려들었다. 특히 당시 3대 명절의 하나였던 단오 명절과 맞물리는 때가 칠산 어장에서 조기가 많이 잡혀 파시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렇게 법성포단오제는 파시 철의 호경기와 수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제천의식과 함께 춤, 노래, 여흥이 삼위일체인 축제로 승화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성포단오제는 조선 중기부터 지역축제로 시행되어 오다가 1800년대에는 보부상들의 협동조직인 백목전계와 법성포 물산객주들의 후원으로 제의와 함께 단오축제가 행해졌다. 일제 강점기인 1907년 중단되었다 8.15 해방 후 다시 거행되었는데 1976년 그네뛰기의 인명사고로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격었다 1986년 법성의용소방대 주최로 본격적으로 재개되어 2009년 대한민국대표축제 전통문화부문 ‘대상’ 수상에 이어 2012년 단오제 행사의 4개 분야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즉, 난장트기(음력 4월5일 단오 한달 전에 단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고사), 용왕제(수신(水神)인 용왕에게 풍어와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제사), 선유놀이(주유(舟遊)놀이라고도 하며 배를 타고 연안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 숲쟁이국악경연대회((신명희의 『법호견문기(法湖見聞記)』에 의하면, 구한말 이후 매년 단오 때 수정(藪亭, 숲쟁이)에서 판소리, 입창, 좌창, 시조 등에서 명인명창을 뽑는 경연대회))등이다.

법성포단오제가 관내의 지역 축제를 벗어나 타 지방으로 까지 확장해 가는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엄밀히 얘기하면 문화재 지정 이후에야 본격적인 전통문화의 기틀을 닦고 민속축제의 품격을 갖춰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성포단오제가 강릉단오제. 경산단오제와 더불어 전국3대 단오제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10여년 후에 맞게 될 600년 역사의 법성포단오제만의 특화된 축제로 발전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드린다.

첫째, 문화재청과 영광군의 행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타 단오제와 달리 법성포 단오제의 특성은 관 주도가 아닌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협력으로 치러지는데 이는 장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민 주도의 자발성과 주체성은 살리되 단오제 관련 각종 자료와 물품의 보존 및 보관 등 보존적 측면의 관리업무에 있어 관의 체계적 지원이 요청된다.

둘째, 다른 지역의 단오제는 어울림 중심인데 반해 법성포에서는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이웃과 같이 나누어 먹는 나눔의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지금도 특산품인 굴비 시식행사를 비롯하여 제천행사 음식 나눔 등이 있지만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란 측면에서 외국인 선원과 이주여성을 위한 나눔 프로그램의 도입 등 나눔을 보다 의미 있고 새로운 것으로 확대·발전시키길 필요가 있다.

셋째, 법성포단오제만의 특색 있고 의미 있는 문화유산의 측면을 부각시켜야 한다. 올해는 영광방문의 해를 맞아 대중적인 공연행사를 무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어디서도 접할 수 있는 공연행사는 향후엔 축소가 필요하다. 법성포단오제가 갖는 민속축제의 특성을 살린 학술프로그램, 숲쟁이 공원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그네타기 등 현장체험의 강화, 그리고 법성포가 주요 지방도로와 맞닿은 바닷가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린 해양축제적 특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문화재나 민속학을 전공하는 학자나 학생들이 꼭 찾아오는 민속축제의 유의미성을 살리고 전통을 잇는 고품격을 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오제와 비슷한 해외의 축제와 교류를 통해 법성포단오제의 국제화에 시동을 걸 필요가 있다. 법성과 연관성이 있는 백제시대 동진이었던 중국, 마라난타의 고향인 스리랑카 등은 의미 있는 교류 대상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여년간 내실을 기하면서 법성포단오제의 세계화를 준비해야 한다. 금년 단오제를 계기로 사단법인 법성포단오제보존회(회장 양해일)를 중심으로 오늘의 단오제가 있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모든 선배님들과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함께 모여 13년 후에 다가올 6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가칭 “법성포단오제 600주년을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어 법성포단오제가 전라도를 넘어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디딤돌을 놓길 바라며 힘껏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