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이와 함께 울고 웃는다

임용운 시인·전 교장

2024-06-10     영광신문

5분 전쯤에 유치원 앞에 도착하니 이미 엄마들이 가득 서 있었다. 그런 일이 처음인 나는 모든 게 낯설게 느껴졌다. 제 엄마가 아닌 고모가 마중을 나와 조카가 속상해하지는 않을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나를 못 보고 지나치지는 않을지, 유치원에서 친구와 싸우거나 선생님께 혼이 나 잔뜩 구겨진 얼굴로 나오는 건 아닐지 등등. 온갖 염려가 한꺼번에 마음을 조여 왔다.

나는 주변의 엄마들을 둘러보며 여자들은 평생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싶어 아득해졌다. 적어도 몇 년은 아이를 마중하는 일이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인 날을 보내는 건가 싶어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어떤 감정 상태이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매일 같은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온다는 것. 그걸 가능하게 하는 모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여행가 김남희가 쓴 저 아이도 내 아이다라는 칼럼이다. 학교를 보내는 우리 부모들의 마음을 적절히 표현한 글이 아닌가 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학교 보내면서 가는 길에 사고나 나지 않을까, 친구들과 잘 지낼까, 선생님에게 꾸중이나 듣지 않을까노심초사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아침에 자가용에 아이를 태워서 교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도 현관에 들어갈 때까지 돌아서지 못한다. 다른 아이와 싸웠다거나 따돌림을 당했다 하면 학교로 쫓아 와 막무가내로 당사자를 닥달하게 된다. 선생님의 무리한 지도에 화가 나서 교실까지 달려 가 폭언을 일삼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부모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자녀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영향만 끼친다는 점이다.

물론 부모는 항상 자녀와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자기 스스로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멀리서 지켜보는 게 참된 교육이다.

어느 부모의 교육 사례를 보자.

어린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약속을 어긴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했다.

다시 또 약속을 어기면 그때는 추운 다락방에 가두어 버릴 거야!”
그러나 아들은 또 다시 약속을 어겼다. 아버지는 아들을 다락방에 가두고 말았다. 그날 밤은 유난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져서 몹시 추웠다. 다락방의 아들 생각에 부부는 서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아내가 슬그머니 일어나는 것을 보고 남편이 말했다.

당신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애를 지금 다락에서 데려오면 아이는 앞으로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게요.”

아내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한참 후 남편이 슬그머니 일어나면서 말했다.
화장실에 다녀오리다.”

남편은 화장실에 가는 체 하면서 다락으로 올라갔다. 아들은 추운 다락방의 딱딱한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그 옆에 말없이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아들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렇게 그날의 겨울밤은 길게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눈을 뜬 아들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창가에 쏟아지는 별빛은 사랑으로 가득 찬 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처럼 느껴졌다. 가장 추운 곳에서 마음은 가장 따뜻한 밤이었다. 물질이 없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버려졌다고 하는 느낌은 더욱 사람을 아프게 한다. 실패와 좌절이 우리를 괴롭게 하지만 그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이처럼 멀리 있는 듯 가까이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게 모든 것을 다 해주기보다는 스스로 하게 하고, 그사이 실패와 고통을 스스로 경험하면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체험학습이나 여행을 함께 한다든지, 노동을 함께한다든지,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도서관에 간다든지 이런 일에는 적극적으로 함께 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는 긍정적인 말을 해야 한다. 희망적이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말은 아이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어서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하게 한다. 그러나 부정적이고 억압적인 말은 아이들의 희망의 싹을 꺾고 마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노워리 상담셋 소장 윤다옥은 부모에게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은 오늘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 잘했어, 열심히 하는구나, 괜찮아, 사랑해, 푹 쉬어, 그 정도면 충분해, 미안해, 세상에서 우리 딸이 제일 예뻐, 맛있는 거 먹자, 용돈 줄게, 놀아, 네 마음대로 해, 칭찬등이며, 듣기 싫은 말은 공부해, 공부는 언제 하니, 00는 잘하는데 너는 왜 그러니, 안 돼, 하지 마, 그만해, 넌 안 돼, 넌 못해, 이것밖에 못하니, 살찐 것 좀 봐라, 방 좀 치워, 그럴 거면 왜 태어났니?, 커서 뭐가 될래, 지금 어디야, 욕설등이라고 하였다.

부모의 한마디 말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조급하고 화가 나더라도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