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바다 저녁노을 마지막회
강구현 시인
사위(四位)가 온통 적막감에 싸여 있는 바다 한 가운데서 형언할 수 없는 고독감에 젖어 초조한 마음으로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은 천년의 세월 보다 더 지루하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황새처럼 목을 빼고 향화도쪽만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데 드디어 배가 나타났다. 반가움에 우성은 두 눈을 부릅뜨고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향화도쪽에서 오고 있는 배들은 한 척이 아니라 16척이나 되었고 그 배들이 모두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고 있지 않은가?
향화도 마을의 모든 배가 한 척도 빠짐없이 총동원 되어 자신을 구하러 오고 있는 것이었다.
“저 속에 몇 사람은 사소한 일로 나와 언쟁을 하여 나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이 아직도 남아 있을 텐데.........”
우성은 목울대가 차오르는 것을 억누르며 서서히 석양이 물들어가고 있는 수평선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곳엔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는 배경 속으로 몇 마리의 새 떼들이 줄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촉촉이 젖어가는 두 눈 속으로도 황홀할 만큼 붉은 저녁노을이 깊게 배어있었다.
그 때의 그 감정은 우성의 영원한 영가(靈歌)로 고스란히 남아서 아직까지도 가슴 속에 여울지고 있다. ㅡ끝 ㅡ
마파람 끝자락이 늦바람으로 돌아치면
잠을 자던 숭어떼가 수평선을 뒤흔들고
막혀있던 갯벌이 숨눈을 뜨니
너와 나
맛쇠먹음 멀큼해진 사랑으로 달려가자
저 백바위 가슴에서 부서지자.
서쪽 먼 하늘 끝 철새가 휘돌고 간 자리
검붉은 저녁놀 눈이 부실 때
너와 나
갯바람 타고 흐르는 칠산바다 혼불이 되었다가
석삼년 가뭄 끝에 울음 우는
천둥이 되자 바람이 되자 파도가 되자.
ㅡ 두우리 연가(戀歌) 전문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