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당 이흥규의 고향 마을의 전설 기행 | 쥐돔바와 괴돔바

2024-07-22     영광신문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의 어촌인 가마미 앞바다에는 조그만 섬이 둘이 있다. 이 섬을 사람들은 조금 큰 섬을 <괴돔바> 고양이 좀 봐!” 조금 작은 섬을 <쥐돔바> 쥐 좀 봐!”라고 하는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랜 옛날얘기다.

점심때까지도 맑고 푸르던 하늘에 갑자기 거센 바람이 일더니 검은 구름을 몰고 와 고막이 터질 듯 우렛소리 요란한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장대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무서워 옴짝달싹도 못 하고 모두 방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천둥과 번개를 치며 장대비는 연사흘 밤낮을 내리퍼부어 대니 낯도 밤처럼 어두웠다. 어린아이들은 더 무서워 벌벌 떨며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날이 갤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동녘에서 밝은 해가 떠오르고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푸르고 맑았다.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뛰어나와 이젠 살았구나 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 그런데 마을 앞바다에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섬이 둘이나 솟아있지 않은가.

오메! 쩌그 저 앞바다에 섬 쪼께 보씨요. 먼 놈의 섬이 두 개나 새로 생게 뿌렀구만 그랴! 워쩌면 바다가 다 솟아나와 섬이 생게뿌렀을 게라우~”

사람들이 새로 생긴 섬을 바라보다 사방을 둘러보니 월곡과 가마미 사이의 길게 벋은 능선이 사라지고 깎아지른 절벽으로 변해있는 것이었다.

저것 조까 보씨요이~ 월곡으로 가는 고개도 웂어져 뿐젔어라우~.”

긍께로 서해의 용왕님이 말 꼬랑지 깔딱재를 깎아다가 섬을 두 개나 맹글어 뿐진 것 아니라고?”

워메! 무서워라! 용왕님 심이 월매나 씨먼 산을 다 깎어다가 섬을 맹그라 분지실께라?”

놀란 사람들은 산을 깎아서 섬을 만드신 용왕님의 어마어마한 힘을 생각하고 혀를 내두르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섬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니 앞에 있는 작은 섬은 모양이 쥐처럼 보이고 뒤에 있는 조금 큰 섬은 고양이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쥐처럼 생긴 섬을 쥐 섬 (鼠島- 서도) 고양이처럼 생긴 섬을 고양이 섬 (猫島- 묘도)라고 하였다. 그런데 섬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는 모양이며 쥐는 고양이가 무서워 쩔쩔매고 있는 모양인지라 사람들은 섬을 바라볼 때마다 아이들에게 이 섬들이 생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쥐 섬과 고양이 섬을 가리키며

저 쥐 좀 봐, 괴 좀 봐!”

하고 일러주었다. 이 말을 아직 발음이 덜 된 한 아기가 옆집 아주머니가 오자 손가락으로 섬을 가리키며

쥐돔바! 괴돔바!”

하고 소리쳤다. 아주머니와 가족들은 아기가 귀엽기도 하고 혀짧은 말이 재미있어 사람들이 오기만 하면 아기에게 섬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리고 아기가쥐돔바! 괴돔바!’ 하고 외치면 사람들은 아기를 따라 하며 웃었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이 세 살짜리 아기의 흉내를 내다보니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게 되어 어느새 섬 이름으로 굳어져 버렸다고 한다.

이 전설은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거센 태풍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가슴에 새겨 대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마음을 지니게 하고 작은 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다 보면 나중에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정착되어 크게 확대되어버리는 것이니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 숨어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