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가 있어 마을이 좋다④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다. 마을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신뢰, 소통, 참여, 공감을 함께 실천함으로써 보다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문제, 지방소멸, 소득 양극화, 인구소멸, 고립과 우울 등 다양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문제까지 해결해나가는 토대가 된다. 본지는 영광군 마을공동체사업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불갑면 순용마을
순용마을의 두 가지 보물
“드넓은 순용뜰·공중목욕장”
◆ 마을지원활동가가 되다
2023년 영광군 마을공동체 사업을 알게 되면서 공동체 사업을 하는 마을주민들을 도와 마을공동체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마을지원센터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을지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을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노인, 아이 가리지 않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마을지원활동가란 직업이 새롭게 다가왔다.
2024년 3월부터 영광군 마을지원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 활동가들은 마을공동체 대표와 실무자들이 공동체 사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보탬e 전산 등록 교육, 마을공동체 사업의 예전과 나아가야 하는 방향 등 새내기 활동가들이 모르던 부분을 영광군마을공동체 지원센터와 함께 배우고 있다. 마을지원가 역량강화 교육은 마을활동가들의 역량을 높여주고 마을공동체 사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번 마을지원활동가들은 각자 3개소의 마을공동체를 맡았다.
내가 맡은 마을 중 영광군 불갑면 성지로에 있는 순용마을은 서재기 대표와 김대인 실무자를 비롯한 20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1년 차 ‘씨앗단계’의 공동체로 정식 공동체명은 ‘토닥토닥공동체’이다. 대략 13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순용마을은 청년과 아이들은 보기 힘든,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마을이다.
◆ 초록이 일렁이는 풍요로운 순용뜰
순용마을은 마을회관 앞으로 드넓은 논이 펼쳐져 있는데,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비에 쑥쑥 벼들이 50센티나 자라, 마을 앞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잔디밭을 연상케 했다. 예전부터 순용리는 가뭄으로 힘든 한여름에도 물이 풍부하여, 다른 마을에서도 물을 길르기 위해 왔고, 풍부한 물과 찰진 땅 덕분에 1등급의 벼가 많이 수확된다고 한다. 게다가 염산에서부터 들판을 타고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태풍이 불어 닥쳐도 삼각산이 그 바람을 막아주어 농사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마을공동체 서재기 대표의 말에 의하면, “내가 어렸을 땐 우리 마을이 다른 마을보다 쌀농사가 잘 돼서, 매일 쌀밥만 먹었는데,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도시락을 싸 오면 맨 조밥, 노란밥, 모조밥을 싸 오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그게 그렇게 먹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내 쌀밥이랑 니네 조밥이랑 바꿔 먹자고도 했어요”라고 했다. 그 어려운 시절에 매일 흰 쌀밥을 물리도록 먹었다는 얘기다.
◆ 누구나 찾아가고 싶은 ‘불갑면공중목욕장’
순용마을에는 다른 마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마을 편의시설이 하나 있다. 바로 순용마을회관 옆에 지어진 ‘불갑면공중목욕장’이다. 이 목욕장은 2011년 말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불갑면에서 시설비용을 지원해 주어서 불갑면에 거주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데, 마을 안쪽에 위치하다 보니, 사용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순용마을 전용 목욕장이라 생각해 찾는 사람이 많지 않고, 순용마을과 바로 옆 인근 마을 분들만 주로 이용하고 있다.
순용마을 목욕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용수칙과 이용 요금이 붙어있는 매표소가 있고, 그 옆으로 남탕과 여탕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각 탈의실에는 개인 사물함이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동네 주민들이라서 잠그지는 않는다고 한다. 탈의실 옆에는 뜨끈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찜질방과 넓은 휴게실도 갖추어져 있다. 이곳은 개인사, 농사, 건강 문제 등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사랑방이 되어가고 있다. 목욕탕 관리인의 손길에 목욕탕 안은 물때도 곰팡이도 하나 없이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을공동체 김대인 실무자는 부모님 생전에 목욕장에 모시고 가서 때도 밀고 등도 밀어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목욕장 안은 5~6명이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주민들이 몰리게 되면 공간이 작아서 나누어 씻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한다. 김대인 실무자는 “씻는 날을 요일별로 여자, 남자로 나누면 많은 분들이 기다리다가 씻는 불편함을 덜고, 한꺼번에 목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중목욕장을 이용하는 공동체 대표 서재기 씨는 마을주민들이 추운 겨울철에 집안의 외풍과 비싼 연료비 걱정 안 하고 따뜻한 곳에서 목욕을 즐길 수 있어서 마을주민들뿐만 아니라 본인도 자주 목욕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불갑면 공중목욕장은 매주 화요일, 금요일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일주일에 두 번 문을 연다. 요금은 만2세 미만 아동, 만65세 이상 노인은 1,000원이고 일반주민 2,000원,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록장애인(1~6급)은 무료이며, 1인 1회로 개방하고 있다. 일 년 중 1월~6월, 9~12월까지 운행하고, 여름철에는 각 가정에서 손쉽게 씻을 수 있어서 쉬어간다고 한다.
몸이 불편하고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은 목욕을 하러 시내로 나가려면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다니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하루를 몽땅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순용마을 어르신들은 그 힘든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고, 목욕장을 다녀오기 위해 하루를 몽땅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순용마을 목욕장을 좀 더 널리 알리고 개방하여, 불갑면에 사는 마을 주민들이 멀리 나가야 하는 읍내 목욕탕이 아닌, 마을에서 가까운 불갑면 공중목욕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광군 마을지원활동가 김오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