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가을, 음악이라도 들어야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대통령의 8.15 기념사를 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듣지 않음만 못한 기념사였다. 알다시피 광복절은 우리 최대의 국경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 다시 둘로 나뉘어 기념식을 치르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봐도 정부의 책임이다. 아니 더 사실적으로 말하면 대통령의 책임이다. 기념사 어디에도 일본 군국주의에 관한 내용은 없었고 북한과의 ‘항전’만 길게 여운을 남겼다. 광복절과 북한의 배치는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광복절에 다시 끌고 온 ‘이념’이라니 정말 기이하다. 그나마 작년처럼 “일본은 우리의 파트너”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국내 곳곳에 숨어서 암약하는 반국가 세력”이다. 현재 정부는 노동자를 탄압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인물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광복을 부정하고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진성 매국친일인을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임명했다. 문득 돌아보니 모든 반일 기관에는 친일매국단체 혹은 소위 뉴라이트 활동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숨어 있던 매국인들이 대통령의 성향을 파악한 순간 스멀스멀 걸어 나와 제2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쓰게 만들고 있다.
답답한 가슴을 호소하는 국민이 어디 경제 때문만이겠는가. 일단 내려놓고 양서와 양악(良樂)이라도 즐겨 봄이 좋을 듯하다. 책은 최근 출판된 김대중 선생의 탄생 100주년 서거 15주기 기념 ‘김대중 육성 회고록’을 소개해 본다. QR 코드로 선생의 음성도 들을 수 있으니 700쪽이 넘는 책이지만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가장 사실적인 현대사의 기록이다. 벌써 가을의 문턱이니 독서와 가장 좋은 앙상블을 이루는 음악 이야기를 빠뜨릴 수는 없다. 시절이 너무 비상(非常)이니 쉬어가자는 의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음악을 즐기는 마니아가 의외로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최근 유행하는 트로트는 국민적 관심 음악이 되었고 일본과의 경연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왜 일본과 경연을 했을까. 트로트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엔카(戀歌)이기 때문이다. 1930년쯤에 일본의 엔카에 가사만 입혀 한반도에 착륙한 트로트는 일본의 종교 남묘호렌게쿄(SGI)와 함께 조선인의 정신을 식민사관으로 교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민족정신의 근간을 많이 흔들어 놓았다는 의미이다. 일제의 엔카를 ‘전통 가요’로 소개하는 방송인이 많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트로트보다 10년 정도 먼저 들어온 재즈(JAZZ)를 우리는 전통 가요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물론 트로트를 음악의 한 장르로 즐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일본을 통해 들어온 엔카를 전통 가요로 소개하는 사람은 스스로 일본인이 되는 것이다. 요즘 ‘뉴 니혼진’이 득세하는 세상이니 그러려니 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음악은 좋은 것이니 상식 몇 가지만 들어 보겠다. 음악은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감상할 수 있다. 음악을 읽는 소스와 소리를 키워주는 앰프 그리고 소리를 내보내는 스피커이다. 요즘 복고로 다시 LP가 돌아오고 있지만,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아 접근이 어렵다. 원래는 바이닐 레코드(Vinyl Record)지만 SP와 EP 그리고 LP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LP로 부른다. 1982년 CD(compact disc)가 나오면서 LP 시장은 급격히 줄었고, 다시 MP3가 유행하면서 스트리밍 다운이 대세가 되었고 CD 시장 역시 힘을 잃었다. 음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과 아날로그 음원은 구분하는 게 좋다. LP는 스크래치로 음악이 만들어지고 디지털은 숫자 0과 1로 만들어진다. 지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MP3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거의 쓰레기 수준의 파일이다. 그래서 쓰레기 수준의 오디오나 이어폰 등으로 들으면 최상 음질의 MQS 파일도 MP3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가을, 독서와 음악으로 달래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