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책읽기 수상작
■ 일반부 금상
엄마라는 단어의 무게
이동헌
모성과 여성의 정체성, 그리고 가족 간의 관계를 다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에 하와이로 이주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낯선 땅에서 고난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버들과 홍주, 송화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각자 삶의 선택과 갈등 속에서 어머니와 딸 사이 모성애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민선에 올랐던 독신 남성 노동자들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 조국으로 자기 사진을 보내 배우자를 구했다. 사진 신부가 된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게 싫어서, 가난과 여자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여자도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모험을 택했다.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사진 신부 중에 버들과 그녀의 친구 홍주와 송화가 있다.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 버들은 일본인에 의해 아버지와 오빠를 잃었다. 버들의 어머니는 나라님도 못 이기는 왜놈들을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아들한테 원수 갚으라고도 안 한다고 말한다. 자식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원한을 품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였던 어머니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 모르는 먼 길이지만 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딸의 행복을 비는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버들의 친구 홍주는 부잣집 딸인데 아버지의 욕심으로 양반 집안의 병든 남자에게 시집가게 된다. 결혼 후 두 달 만에 남편이 숨졌고 집에 숨어서 살아가는 처지였다. 홍주의 어머니는 조선의 사회관습으로 인해 홍주가 방에 갇혀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며 사진 신부의 길을 가게 한다. 이 또한 딸을 위해 최선을 선택한 모성애이다.
무당의 손녀 송화는 어릴 적부터 사회적으로 차별과 천대받으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송화의 할머니는 아비도 제대로 모르는 손녀의 처지를 생각하여 사진 신부로 보내게 된다. 자신이 물려준 무당이라는 굴레를 벗고 살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사랑이었다.
이민선에 올라 하와이로 향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남편이 될 사람들은 스무 살도 더 먹거나 술주정뱅이 등 사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진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줘서 이로 인한 문제가 적지 않은 도구라는 게 씁쓸하다. 사진 신부들은 교회에서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린 뒤 각자의 영역으로 흩어져 가정을 이루고 지내야 해 이별의 아쉬움이 컸다. 버들은 세탁장에서 번 돈을 친정에 송금하였고, 삯바느질로 번 돈을 식비에 보태었다. 모든 기대가 무너졌지만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몸이 부서지게 일해서 가정을 세우는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버들의 신랑 태완은 동생과 첫사랑의 여인과 엄마를 잃고 홀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버들은 이 여인에 힘들어하다가 그녀의 무덤 앞에서 태완을 향해 손 내미는 모습이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멋진 반전이었다. 홍주의 신랑 덕삼은 조선에 부인과 딸을 두고 있었다. 홍주가 낳은 아들 성길이 조금 크자마자 데리고 귀국해 버리다니 남아선호사상에 찌든 어이없는 부성애에 서글픔을 느꼈다.
버들은 중풍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남편의 독립운동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그 땅에 뿌리를 내려간다. 하와이에서 이승만파와 박용만파의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과 가치관으로 갈등이 발생한다. 버들의 남편은 박용만의 노선을 지지한다. 이승만파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반공주의를 내세우고, 박용만파는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적 요소를 지지하여 두 파의 대립이 심해진다. 두 파의 지지자들 간의 갈등은 종종 폭력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 활동이 펼쳐지기도 한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목표를 두고도 갈등하는 모습은 현재의 국내 정치권에서의 갈등을 떠오르게 해 안타깝기만 했다.
홍주는 덕삼이 조선으로 떠난 후 하와이에 남아 버들과 재봉소를 직접 운영한다. 나중에 미국인 찰리를 만나 사랑하고 결국에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낸다. 홍주는 타고난 발랄함으로 자신의 어려움에 정면으로 맞서고, 실패해도 계속 일어서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늘 딱 부러지는 결정을 하는 점이 홍주의 매력이고 닮고 싶은 점이었다. 아들을 잊고 사는 듯하던 홍주도 데이비드가 입대하면 자기 아들 성길과 서로 총을 겨누는 사이가 될 걸 염려하는 모습에서 품고 있는 모성애를 볼 수 있었다.
송화는 남편이 나이 들어 죽고 무병巫病이 심해지자 자신이 낳은 딸 펄을 버들에게 맡기고 조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송화를 보면서 핏줄이라는 걸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송화가 다른 캠프에 초대받아 갔을 때 춤추는 모습을 보고 뭔가 불길한 예감 같은 게 느껴졌는데 결국 무병이 심해졌다는 게 안타까웠고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송화도 펄을 위해서 남겨두고 오는 생이별을 선택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펄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춤을 배우고 즐겼다. 춤을 좋아하게 되면서 무용을 전공하기 위해 본토의 대학에 가서 춤을 더 배워보려고 한다. 그녀는 무용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예술적인 꿈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가졌다. 하지만 버들은 펄이 하와이에서 교사가 되기를 바랐다. 펄이 춤추다가 낳아준 엄마인 송화처럼 샤먼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펄은 이에 반발한다. "It’s my life. It’s none of your business!"라고 외치며, 자신에게 중요한 건 자기라 말할 때 버들은 충격이 컸을 거다. 펄이 원하는 전공을 택하게 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또 한 번 어머니의 길에 선다. 아들인 데이비드도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가 가족을 위해 입대하려는 거라고 말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데이비드를 아직 어린 자식이라 여겼던 버들에게 나름대로 깊이 생각한 아들이 한편으로는 대견했을 것이다. 자신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조국의 현실이라는 굴레를 의식했듯이 버들도 똑같은 이유로 아들을 떠나보내지만 중심에는 모성애가 있었다.
펄은 버들이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홍주 이모 집에서 알게 된다. 펄이 출생 과정을 알게 되는 장면은 자신 뿌리를 이해하고, 모성애의 복잡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문득 그런 사람이 내 엄마인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의 끝과 끝처럼 세 명의 엄마와 나는 이어져 있다. 나는 또 어느 곳에 있든 하와이, 그리고 조선과도 이어져 있다.”는 펄의 마지막 말은 갈등을 통해 세대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며, 서로 다른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펄은 하와이의 알로하 정신과 레이의 의미를 알게 된다. '알로하'는 하와이언 문화에서 사랑,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알로하'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알로하'는 우리에게도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레이는 단순한 꽃목걸이가 아닌 누군가를 두 팔로 안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랑을 뜻했다.
버들과 함께한 바닷가에서 펄은 다짐한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혀 사정없이 부서질 줄 알면서도 멈추지 않듯 자신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펄은 알로하와 레이의 의미를 새기며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다. 엄마가 될 펄을 응원한다.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엄마를 응원한다.
■ 일반부 은상
그래서, 엄마는
임나겸
들녘이 가을 색으로 물들어 가는 어느 날, 이 계절의 맑은 하늘을 닮은 아이가 책을 한 권 건넸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몇 안 되는 책이라며, 필리핀에서 온 자기 엄마처럼 느껴져서 더욱 포기하지 않고 읽었다는 생생한 소감과 함께. 가만 보니, 예전에 읽었던 반가운 책이었다.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기 위해 sns에 들어가 2021년 1월 1일에 쓴 글을 찾았다. ‘서러움이 사무치던 그 시절을 굳건히 살아낸, 버들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한 장 한 장을 넘겼다.’로 시작하는 감상평을 보니 처음 읽었던 당시에도 이 책이 무척이나 좋았던 듯 해, 다시금 그 감동을 느껴보고자 이 책의 두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르기에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할지 퍽 궁금했다. 나이를 몇 살 더 먹어서라기보다는, 결혼을 했고 배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우리 아가가 있어 가정을 이룬 여인이자 엄마로서 세 사람의 기구한 삶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올 듯했기 때문이다.
버들, 홍주, 송화는 나라 잃은 설움과 저마다의 사정으로 쫓기듯 팔려 간 ‘사진신부’다. 일제 강점 아래에서 왜놈에게 아버지와 오빠를 잃고 하루 먹고 살 것을 걱정하는 송화와 양반이라는 신분의 허울 때문에 병든 남편에게 시집 가 몇 달 만에 과부가 돼 돌아온 홍주, 천한 무당의 손녀라는 이유만으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송화의 이야기를 만났다. 저마다의 박복한 사정이 있지만,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여인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포와의 낙원으로 향했다. 가족을 두고 언제고 다시 올 기약 없이 떠나는 머나먼 타국 땅에서라도 원하는 만큼 배우고, 사랑받으며 누구보다 사람답게 살기를 바랐는데, 역시나 삶은 가혹했고 조선인으로 때론 엄마로서 짊어져야 할 고단함의 무게는 천근만근이었다.
하와이에 도착해, 사진과는 다른 중 늙은이들을 남편으로 맞게 된 신부들을 보며 한 사람의 간절함이 이렇게 또 외면당하는 것에 화가 났다. 그러면서 사진과 별반 차이가 없는 버들의 남편 태완에게 내가 다 고마운 마음이 들다니 웃음이 났다. 제아무리 자유연애가 허용되지 않고, 부모의 뜻에 따라 혼처가 정해지는 가부장제의 조선이라지만 아비뻘 되는 자에게 시집가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사진신부’의 첫 시작은 너무나도 가혹함 그 자체였다.
버들 역시, 지주라고 속았던 태완은 소작에 불과했기에, 시집을 간 다음 날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집안일은 물론 부업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께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정말 소처럼 일을 했다. 그저 아버지를 잘 모셔주면 그걸로 된다는 무뚝뚝한 남편 옆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하듯 정성스럽게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강인한 조선 여인의 삶이 이토록 애달팠음을 느꼈다. 요즘 결혼 상대를 찾을 때, 경계하는 것 중의 하나가 ‘대리효도’이다. 마치 배우자를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 선물로 여기고, 결혼을 택하는 것을 두고 이렇게 일컫는 말도 생겨났다. 진정한 결혼의 의미도 모르고, 그럴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사진신부를 맞이한 태완의 이기심과 부족함에 버들의 친정 언니를 대변하는 마음으로 강하게 한소리를 하고 싶다. 당신에게는 남편으로도, 아버지로도 자격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그에 비해 버들은 너무나 강인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기꺼이 헌신하고 희생하는 위대한 여성임을 아냐고.
또, 버들의 어머니가 멀리 시집가는 딸을 위해 아침 밥상을 차려주는 장면이 인상 깊다. 버들은 태어나서 처음 독상을 받았다.(40쪽) 혼례식 때 입을 분홍색 모본단 치마저고리를 비롯해 신혼부부를 위한 원앙 한 쌍이 수 놓인 베갯잇까지 만든 어머니는 먼 길을 떠는 딸이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자는 동생들을 깨우지 못하게 하고 버들에게 아침밥을 먹인다. 없는 형편이지만 최선을 다해 온 마음으로 딸의 행복을 빌어주는 어머니의 사랑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이 장면을 비롯해 버들을 보면서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파친코’의 ‘선자’가 자주 떠올랐다. 이 드라마 역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삶과 그 속에서의 일본·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주인공 선자의 부모를 포함한 4세대의 삶을 다루고 있다. 파친코에서도 선자의 어머니는 시집을 가 신랑을 따라 일본으로 떠나는 딸을 위해 쌀가게로 향한다. 그러나 쌀 가게 주인은 조선인에게는 쌀을 파는 것이 금지라고 기장쌀을 권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멀리 떠나는 딸을 위해 우리땅 쌀 맛이라도 뵈 주고 싶다는 어머니의 간청에 세 홉의 쌀을 건네며 쌀 가게 주인은 “선자 어메도 무 믄서, 설움 쪼매삼키라이”라고 위로를 건네는 장면은 언제고 다시 봐도 눈시울을 붉어지게 해 애잔함이 크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역경의 시절을 이겨냈다. 자신보다도 가족과 조국을 위해 모진 세월을 견디며, 스스로가 자양분이 돼 현재를 만들었다. 버들도 이리저리 거처를 옮겨 다니며 태완과 같이 구둣가게(seo’s shoes)를 열고, 밤새 천에 자수를 놓은 상품을 팔고, 홍주와 함께 세탁 및 수선 일을 했다. 태완이 돌아오고 나서는 카네이션 농장을 하며 노년까지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 우리 세대 어머니 그 자체다. 출산과 육아에 마냥 두려움이 앞서는 요즘, 버들을 보면서 어떠한 어머니가 돼야 하는지 길을 찾아 기쁘다. 숱한 비와 바람에도 햇빛을 받으며 굳건히 뿌리내리고, 아름드리 가지를 드리워 풍파를 막아 그 안에서 환한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날 수 있는 품을 가진 그런 엄마가 돼야겠다.
버들, 홍주, 송화 그녀들은 어쩌면 지금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돌아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 같기도 하다. 내 고장 영광에도 동남아에서 결혼 소개 업체를 통해 결혼하고 정착하신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예전 우리의 할머님 세대들의 여성들처럼 꿈을 찾아 한국으로 이주해 오신 여성들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자녀들의 삶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준 깨달음의 소설이기도 하다. 예전 우리의 할머님들이 간절한 꿈이 그렇듯, 이주 여성들 또한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고 건강하게 살아가길 염원해 본다. 다문화 가족들도 이제는 서로의 마음을 잇고 어깨 걸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니까.
하와이에서는 환영의 뜻으로 카네이션을 엮어 만든 꽃목걸이 ‘레이’를 목에 걸어준다. 버들이 노년의 농장에서 카네이션을 기르는 이유도 이러하다. ‘누가 내한테도 이쁘고 향기 나는 꽃목걸이 쪼매 걸어줬으면 싶었다.’(384쪽). 오늘날의 버들, 홍주, 송화에게 ‘레이’를 목에 걸어주며 환하게 반길 수 있는 그런 역할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리고, 작년에 상영했지만 보지 못해 아쉬웠던,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다시 상영한다면 이 책을 추천해 준 그 맑은 아이에게 공연 티켓을 선물해 주고 싶다. 내가 그들을 통해 엄마로서의 길을 찾았듯, 엄마를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행복한 추억이 되길 바라며.
■ 일반부 동상1
파도처럼 살 것이다
김잔디
2024년 영광군 한 책 읽기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로 정해졌다.
이금이 작가의 책이라서 무척 호감이 갔는데, 초등학교 시절에 작가와 만나게 해준 첫 책은 ‘너도 하늘말나리야’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달밭마을 진료소에서 엄마랑 살게 된 미르, 할머니랑 단둘이 사는 소희,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선택적 함구증이 생긴 바우. 힘들게 살았던 세 친구의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마음이 불편하고 매우 아프다.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들의 모습을, 서로 위로하면서 성장해 가는 세 친구. 세상 안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프고 힘들지만, 기어이 해내고 하늘말라리가 된 소희가 떠오른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시간까지가 시간적 배경이다. 공간적 배경으로는 조선에서 출발해서 하와이로 시집을 가는 ‘사진 신부’들의 삶이다. ‘사진 신부’란 미주지역에 사는 한인들이 고국의 신부를 얻고자 하여, 서로 사진 교환을 통해 결혼하는 신부를 말한다. 초기 하와이 이민자들이 결혼을 하지 못해서, 고국, 특히 경상도 지역에 자신의 사진과 편도 교통비를 보내서 신부를 데려오는 방식으로 결혼을 추진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사진 신부들이 받은 사진과 인적 사항은 가짜가 많았다. 노동자를 부호로 속이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 사진을 조작해서 젊게 속이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당시에 하와이는 지상낙원이라는 말로 속아서 시집을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세친구 버들, 홍주, 송화.
버들은 요새 말로 K-장녀다.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자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해야만 했다. 하와이에 가면 공부도 하고, 집안도 일으킬 수 있다는 중매쟁이의 말에 현혹되어 사진 신부가 된다.
버들이의 친구인 홍주는 시집간 지 두 달 만에 과부가 되어 친정으로 돌아왔다. 외출도 행동거지도 맘대로 할 수 없는 조선에서는 살 수 없어서, 친구인 버들이와 함께 새출발을 위해 사진결혼을 한다.
무당의 손녀인 송화는 버들, 홍주와 또래지만, 동네에서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처지이다. 외할머니인 금화의 부탁으로 사람답게 살고자 하여 하와이로 떠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하와이에 도착했지만, 하와이는 지상낙원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랑들은 신부들이 상상했던 젊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이가 많은 신랑, 집도 없는 신랑, 건강이 안 좋은 신랑, 사랑이 없는 무뚝뚝한 신랑들이 사진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여성들의 지위가 낮기도 했고, 교통비가 없기에 고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또한 위약금을 물 처지도 못 되기도 했었지만, 다들 참고 살아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왜 남편에게 복종하면서 살고 있었을까? 목적을 가지고 하와이에 왔던 버들이었으니까, 좀 더 자신을 위해 살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쩔수 없었을 거라는 이해는 해본다.
책 속에서 ‘남편 떠난 여자, 남편 죽은 여자, 남편한테 버림받은 여자’라는 대목이 나온다.
버들의 남편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난다. 송화의 남편은 결혼할 때부터 건강도 안 좋고 나이도 많아서,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났다. 홍주의 남편은 중혼으로 고국에 부인과 아이들이 이미 있었다. 홍주가 낳은 아들만 데리고 고국으로 떠났다.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떠났고, 여자들만 남았다. 이 여자들만 모여서 세탁소를 차리고, 세탁소를 꾸리고, 생활하고, 버들의 아이들을 돌봤다.
20년이 지난 시점, 버들의 딸인 펄의 시각에서 엄마들을 돌아보게 된다. 엄마와 다투다가 가출을 하고, 홍주네 집에 머물게 되는데, 거기서 홍주의 이야기를 듣는다.
펄을 낳고, 신내림이 있어서 고국으로 떠나버린 친엄마 송화.
자신이 낳은 딸인 펄을 돌 즈음에 잃고, 송화의 딸을 펄로 키운 버들 엄마.
부자가 되어 물심양면 펄을 뒷바라지 해주는 홍주 엄마.
펄은 세 엄마의 사랑 안에서, 잘 자랐음을 알게 되고 하와이의 레이처럼 꽃과 꽃이 이어지듯이 엄마들과 펄이 이어져 있음을 감사하며 책은 마무리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사진 한 장만 들고 결혼이라는 걸 하러 이역만리로 떠날 수 있었을까? 도착 후 지상낙원이 아님을 알게 되고, 속아서 한 결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참을 수 있었을까? 가난과 불합리한 모든 것 들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고 했을까?
책 속에서 버들이는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그냥 지으신, 의미 없는 이름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은 이름처럼 살아가게 되므로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고 했는데, 버들이는 이름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국어사전에 ‘버들’은 ‘버드나뭇과에 속한 갈잎큰키나무’로 적혀있다. 내가 생각하는 버들은 개울이나 들에서 죽죽 늘어진 가느다란 가지를 바람이 흔드는 데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연초록의 아주 이쁜 나무이다.
바람이 불면 부는 곳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부러지지 않는다. 곧게 서서 뻗대지 않는 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책 속의 버들이의 모습이 그렇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남편, 모셔야 할 시아버지, 어린 아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상황을 이겨나간다. 버들이라는 이름처럼 이리저리 흔들려 보이지만, 자기 자리에 굳게 서서, 자기의 길을 가고 있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으면서 불합리해 보이지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갔던, 버들, 홍주, 송화를 통해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일반부 동상2
인생의 파도를 넘어선 엄마들
이미옥
소설을 읽다 보면 나는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다중인격자처럼 여러 인물들이 되어서 그들의 삶 속에서 여러 감정의 변화를 느껴보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여러 인물들의 삶을 오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내 삶과 지금의 나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책 속의 그들이 던지는 말에서 ‘위로’를 받곤 한다.
불혹이라는 나이의 중간쯤 와있는 나의 삶은 개인의 삶보다 ‘엄마’로서의 삶. 그 부분이 나의 감정선을 자주 건드린다.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엄마’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 주인공들의 여러 엄마의 삶으로 들어가 힘들어도 했다가, 격려도 해주고, 응원도 하면서 읽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하와이 이민 1세대들이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살아가는 과정을 세 명의 ‘사진 신부’인 버들과 홍주, 그리고 송화를 통해서 그 시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버들과 홍주, 그리고 송화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근로자로 먼저 이민을 떠난 남성들과 사진 교환을 하고 남편을 만나보지도 못한 채 결혼을 결정한 뒤 하와이에 가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이를‘사진결혼’이라 한다.
시대적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던 그녀들에게는 ‘사진 신부’는 결혼목적보다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포와(하와이)로 향하는 여정이 두려움보다는 꿈을 찾아가는 기대감이 더 컸다. 버들의 배움에 대한 꿈, 청상과부가 된 홍주의 관념의 틀을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결혼을 하겠다는 꿈, 무녀의 손녀로 신분 차별을 받던 송화는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꿈과 함께 18세 ‘사진 신부’들은 이민선에 올랐다.
그러나 하와이에 도착한 그녀들을 맞이한 남편과 그곳의 낯선 환경은 그녀들의 꿈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사진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보이는 외형과 양복을 입고 찍은 사진속의 배경들, 자동차와 멋진 집은 연출된 현실이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변한 그 땅 하와이에서 그녀들의 삶. 인생 제2막이 그렇게 시작된다.
사진 신부들은 깨진 꿈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고 조선으로 돌아갈 뱃삯도 없었다. 그녀들은
세상을 태울듯한 뙤약볕의 하와이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가정을 이루면서 살아냈다. 남자 못지않게 힘든 노동을 하고, 살림을 일으키고, 나라 잃은 슬픔을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 자녀들의 교육에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나아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도 열정을 보탰다. 더이상‘사진 신부’는 조선에서의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었다. 이젠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
그녀들은 그렇게 머나먼 땅 미국에서 초기 한인 사회를 형성하는데 구심점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서는 낯선 땅에서 민족정체성을 유지한 채 뿌리 내렸으면 했던 버들의 자녀들도 부모들만큼 아니 한국문화와 미국문화 사이에서 더 힘들었을 것이다. 버들의 아들 정호는 이민 2,3세대가 진정한 미국 시민권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태평양 전쟁중인 미국에서 군입대로 애국심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엄마를 설득한다. 아들의 진심에 어느 엄마가 이길 수 있을까? 버들은 정호의 군입대를 허락하게 된다. 그 후 그동안 대학진학으로 갈등하던 딸 진주에게도 “생사가 걸린 전쟁터에 간다는 자식도 못 말리는데, 네가 가고 싶은 학교에 가서 맘껏 꿈을 펼쳐라”고 한다.
편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찾아 하와이에 왔던 엄마들. 비록 꿈은 이루지는 못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엄마들이 자랑스럽고 진주도 그녀들처럼 인생의 파도에 맞서서 살아갈 거라고 다짐한다. 앞으로 삶이 힘들더라도 자신에게는 다시 돌아올 집과 엄마들이 있으니까.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사진 신부’를 시작으로 그녀들이 딸, 아내, 엄마로 살아냈던 순간! 순간!
파도 같은 삶은 소설을 보는 내내 벅차고 힘들어 보였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던 그녀들의 삶. 일제강점기 조선에서의 삶, 사진결혼 후 하와이에서의 삶, 남편의 부재로 힘들게 살아가던 삶…….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 힘든 삶을 살아냈던 그 당시의 그녀들에게 “살아내느라 애썼다”라고 말하면서 ‘레이’를 걸어주고 싶다.
그녀들이 힘들게 넘겼던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었고 인생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 그 100여년 전의 역사가 나의 곁에 와서 이젠 나에게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파도는 나의 삶에 밀어닥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무너지지 말고 자녀들과의 갈등이 있더라도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넘어서며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있다.
■ 학생부 금상
딸의 마음, 엄마의 마음
나서현(영광옥당중 3)
사실 우리는 엄마의 과거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어른이 되어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었을 때 엄마가 안쓰러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나의 엄마들이지만 엄마와 딸의 시점이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 엄마와 딸의 마음 모두를 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아주 어린시절 경험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무거운 시간들이 있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내 자신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고 예민해 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의 어지러운 가족사가 나를 누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속에 딸인 펄의 엄마 역할을 해주신 분은 세분이지만 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엄마의 손을 거치며 자랐다. 처음엔 복잡한 삶을 알지 못했고, 커가면서 알게 되었을 땐 그 자체가 나를 혼란하게 했다. 내 자신의 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심각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사람의 마음이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지금 나는 우리엄마의 삶을 보면서 느낀다. 엄마라는 그 길이 쉬운 길만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자식을 키우더라도 완벽한 엄마가 될 순 없다. 물론 더 나은 엄마가 되어 가겠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모든 아이가 똑같은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길을 다 가늠할 수 없지만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사람이 자녀에서 엄마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거의 제트기를 탄듯 빠르게 지나가는데 어른이 되면 얼마나 더 빨리 갈까. 이 책은 그 과정을 살아가는 부분을 너무 소중하게 잘 다뤄주고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인생이 보기 좋은 슬픔과 감동을 이끌어내 주고 있어서 잠시 책을 멈춰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엄마에게 다 못 전해드린 낯간지러운 마음의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다.
나의 엄마께
엄마,
제가 최근에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내가 전보다 행복한지 말이에요. 근데 엄청 행복한 것 같더라구요. 제가 엄마께 이 마음을 잘 이야기 하진 않지만 오늘은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어쩌면 제가 그전 집이 그립다고 떼쓰던 때 엄마께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제가 어려서 눈에 보이는 것만 봤던 것 같아요.
조금 커 보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아름답다는 걸 알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사랑]이에요. 엄마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숨겨둔 마음의 이야기, 엄마! 사랑해요.
■ 학생부 은상
진실은 달콤할까?
한가윤(옥당중 1)
버들과 홍주, 송화 그리고 펄의 감동적인 이야기. 달희에 대한 버들의 오해와 태완과의 러브 스토리. 버들과 홍주가 펄에게 숨긴 가슴 아픈 비밀. 과연 나라면 자신의 인생이 부정될 수 있는 순간에 왜 말해주지 않았으냐 물을 수 있을지. 또는 자신의 부모라고 인정할 수 있을지, 천국이라 생각하고 간 곳이 만일 지옥이라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 지 스스로에게 물었던 책이다.
나는 몇 번이고 이 책을 읽었다. 이야기는 아주 멋졌다. 초반은 희망을 품고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는 그 나이에 누구나 그럴듯한 소녀들의 이야기. 중반은 현실을 알아가는 조금 무거운 이야기. 후반은 현실을 살아가며 무겁지만 그래도 행복을 찾아가는 아이와 이제 어른이 된 소녀의 이야기. 너무나 감사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인해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크게 감명받아 새벽에 혼자 읽으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 장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좀 길 수 있으니 집중해보자.
-언제나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물 안 주길 잘했구로”
엄마가 웃었다. 우리는 비를 피하지 않았다. 하와이에 산다면 이런 비를 아무렇지 않게 맞아야한다.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 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줄 레이의 집과 나의 엄마들이 있으니까
이유를 말하자면 나는 비를 역경으로 생각했다. 파도는 비 따위에 멈추지 않는다. 그저 계속 흐르며 세상과 부딪힌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그런 말이 있다. ‘아이야, 파도로 인해 너 자신이 바다임을 잊지 말거라.’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나는 때로 인생은 서핑이라 생각했다. 즐기면 좋지만 그러다 떨어지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거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바다라고. 계속 흘러가며 오직 나의 길을 간다고.
책의 내용은 이러하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이야기.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버들과 남편을 잃은 홍주 무당의 손녀 송화의 사진결혼. 그들이 마주한 진실은 참혹했다. 하지만 이걸로 끝나면 내가 이 책을 사랑했을까. 서로 도우며 크고 작은 일들을 극복하고 생명이 싹트고 생명이 죽어가는 참혹하지만 감동적인 울림을 주는 이야기여서 사랑한다. 펄이 알게 된 진실 등이 마치 꽃처럼 피어나는 정말 연꽃 같은 책이다. 물에 둥둥 떠서 위태로워 보이지만 아름다운 것처럼. 이게 내가 본 책의 이미지다. 비가 온 후 무지개가 뜬 하늘 아래 진흙 속의 연꽃들. 그리고 그 장소를 감싸는 서로 다른 나무들의 사이로 비춰오는 햇살.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랐다. 나는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으나 마음에 드는 책은 적었다. 담을 넘은 아이, 서찰을 전하는 아이, 불편한 편의점, 그리스 로마 신화와 컴퓨터 관련 책들. 그러나 이제 여기에 한 권이 추가될 것 같다. 맞다. 예상하다시피 이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다. 오랜만에 마음을 울리며 마치 산 속에서 들리는 풀벌레와 새소리같이 무언가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지고는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의 책이다. 한 장을 읽으면 다음 장을 찾게 되고 또 한 장을 다 읽고 넘기고. 이 모든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시계를 봤음에도 멈출 수 없었다. 그만큼 중독성이 큰 책이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좋은 책이니 꼭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다른 책과 이 책의 차이점 중 하나를 더 꼽자면 책을 좋아해 많이 읽고 책에 빠져들 줄 아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다른 책들은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라면 이 책은 다양한 아름다운 색들로 그림을 칠하는 아니, 보는 사람에게 다양한 색의 물감을 쥐여주며 각자의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책 같았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해보자면, 작가님이 우리에게 물감, 즉 이야기를 쥐여주면 우리는 그 물감의 색(각기 다른 이야기)를 조합하여 우리만의 색, 즉 우리의 해석으로 한 폭의 그림인 이 이야기를 칠해가는 것 같다는 말이다. 어떤 그림이든 그 그림은 아주 멋진 그림일 테니 책에 빠져보길 바란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이 있으니 바로 아래 문장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더라도 비가 그친 후 무지개가 뜰 것이고, 파도가 나를 휩쓸어 가 버릴 것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스스로 이런 식으로 다독이면 좋은 점이 있다. 바로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으며 일하는 것이 즐거워질 거란 것. 사실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 한다면 두려울 것이 있을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러나 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그러나 당신은 극한의 확률로 태어난 생명이다.
마지막은 아마 모두가 궁금해할 이야기다. 제목이 왜 <진실은 달콤할까?> 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비밀도 싫어한다. 왜일까? 당신은 진실만을 말하는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가? 비밀이 없는가? 아마 전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거짓이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의의 거짓말이나 정의로운 거짓은 좋아한다. 사람들은 진실을 제외한 비밀 이야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비밀을 말할 때 두려움도 있지만 말했다는 점에서 통쾌해한다. 무엇이 다를까? 그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이 책도 그렇다. 홍주와 버들이 한 것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거짓은 달콤하다. 진실은 쓰디 쓰다. 그러나 그 쓴맛이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 나는 이 진실이 물어다 준 열매가 행복일지 불행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가지로 생각한다. 이 책은 초콜릿 같은 책이라고. 초콜릿처럼 가공 전에는 그저 쓰디쓴 카카오 열매이지만 갈아지고 우유와 버터 설탕 등이 추가되며 달달해지는 초콜릿처럼 또는 커피 같은 책이라고. 쓰지만 버티기 위해 잠들지 않기 위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쓰디쓴 커피 같은 이야기를 마친다. 아름다운 책을 읽게 된 것에 감사하고, 이 책을 읽게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고, 이 책을 써주신 작가님께 감사하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독서록을 쓸 수 있게 해준 이 순간, 시간에게 감사하다.
■ 학생부 동상1
독립운동가 부인의 고단한 삶
박태은(옥당중 2)
조선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이제 열일곱이 된 소녀 버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부산 아지매 말마따나 조선보단 포와로 가는 게 나을 수 있지만, 타국에서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버들은 생각했다. 결혼 상대는 서태완이라는 남자였는데 사진만 보았을 때는 버들의 마음에 들었다. 포와로 간다면 공부도 할 수 있다니! 버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버들의 친구인 홍주와 송화도 각각의 사연에 따라 포와로 향하게 되었다. 포와로 가는 배에서 바라본 조선은 점점 멀어져 점이 되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는 걸까? 버들의 설렘과 기대는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어느 새 포와에 다다랐다. 서태완은 사진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홍주와 송화의 결혼 상대는 할아버지들이었다. 법적으로 남편으로 되어 있으니 홍주와 송화는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버들에게는 좋은 일이었고 서태완은 버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서태완은 수완도 좋은 듯 했다. 매달 5달러라는 거금을 버들에게 쥐어주는 것을 보면. 버들은 남편과 시댁에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서태완은 무슨 연유에서 인지 버들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버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돈만 받고 끝나는, 이런 허울뿐인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 포와에 온 것인가? 버들은 태완에게 딱 잘라 자신은 이런 결혼생활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태완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태완의 사정을 알고 나니 태완이 이해가 되었다. 버들과 태완은 이 일을 계기로 서로 의지하고 연정을 품게 된다. 버들은 아이를 갖게 된다. 그 후 홍주에게서 편지가 왔다. 홍주는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버들은 그리운 송화를 보러 송화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송화는 남편에게 모진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버들은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에 송화를 집으로 데려왔다. 남편의 아버님이 죽고 남편은 독립운동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시간이 지난 후 남편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조선으로 떠난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독립운동 때문에 떠난 남자들의 생활은 많이 보았지만 떠난 남자들의 부인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더 힘들고 고단한 것 같다. 버들같은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만약에 내가 저 때에 태어났으면 나는 분명 오래는 살지 못했을 것이다.
■ 학생부 동상2
부모님께 항상 감사해야
백성은(옥당중1)
버들은 정말 힘든 삶을 산 것 같다. 사진결혼을 해 힘들게 포와에 오게 되었는데 친구들은 슬퍼 울고 있고 버들은 정말 난감했을 거다. 왜냐하면 자신의 남편 태완은 사진 속 얼굴이랑 똑같은데 홍주는 완전 다른 남자가 서 있어서 슬퍼우는데 버들은 기뻐할 수도 없고 슬퍼할 수도 없어서 난감했을 거다. 또한 태완이 버들에게 눈꼽 만큼 관심도 안 보여서 정말 슬펐을 거다. 그 이유는 자신의 남편인데 관심도 안보이고 말도 딱딱하게 하면 나라도 슬프고 우울했을 것이다.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한다고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거다. 안 그래도 난감하고 우울한데 거의 자신의 전부인 친구들까지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한다면 누구나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거다. 그리고 태완이 자기한테 관심을 안 보이는 이유가 달희를 좋아했어서 자신을 안 좋아했던 거다. 그때 버들은 배신감이 몰려왔을 거 같고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너무 화나고 당장이라고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겠다. 그런데 다행히도 버들이 태완에게 이러이러해서 화 난다고 말해줘 둘의 사이가 좋아진 걸 보면 태완도 나쁘지는 않고 착한 사람인 거 같다. 나는 소심해서 그런 말을 하지 못하고 어색한 사이가 계속됐을 거다.
그리고 버들은 희생정신이 정말 강하다. 왜냐하면 태완이 많은 용돈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따로 일을 해 돈을 벌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보면 마음씨가 정말 곱다. 버들이 이미 부자였어도 버들은 남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했을 거 같다. 임신 소식을 들은 버들은 행복했지만 무서웠을 거 같다. 왜냐하면 아이가 생긴다는 마음에 행복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키울지 무서웠을 거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일을 잘해 부잣 집에 일을 하러 들어갔는데 정호가 부잣집 아이들에게 다쳐 버들은 정말 화가 났지만 부잣집 엄마는 사과는커녕 해고를 시키는 모습이 있었는데 내가 그 상황이라면 확 발로 때려 버렸을 거 같다.
버들, 태완, 정호가 다른 지역으로 갔을 때 태완이 일을 하러 가게 되어 버들이 가게를 모두 맡았어야 했는데 버들이 손재주로 집안 형편을 책임졌을 때 정말 존경스러웠다. 지금까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정말 많았을 텐데 대단한 인내심으로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존경스럽고 멋있었다. 요새 사람들은 많이 포기하고 놔버리는데 버들은 안 그랬다. 그건 정말 인내심을 벗어나 엄청 대단한 것이다. 태완이 중국에 간다고 하고 갔는데 마음을 바로잡고 다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정말 우리가 본받고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또 딸까지 낳아 일하기도 힘들 텐데 일도 해야 하고 울고 싶었을 거다. 왜냐하면 남편도 중국에 가 맘고생이 심할 텐데 친구들도 떨어져 있고 나였으면 이미 울었을 거다.
그리고 버들의 인생은 ‘산’인 것 같다. 좋은 일이 있으면 꼭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또 좋은 일이 있고 인생이 산이어서 그런가 맘 고생 심한 가운데 운이 좋게도 친구들과 만나 함께 일하고 여행을 갔을 때는 거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짜릿했을 것이다.
아주 나중이 된 뒤 펄이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았을 때 아무 감정이 없었을 거 같다.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난감 그 이상이었을 거다. 정호는 군인이 되고 버들은 카네이션 장사를 하며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진짜 부모님께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버들, 홍주, 송화 모두 부모님이었는데 아이들을 위해 몸이 닳도록 희생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한편으로는 슬프고 이런 부모님이 있어서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거 같다. 살다 보면 부모님께 화나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와도 나중에는 다 쓸모가 있으니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