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여유로 다스려야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2025-02-24     영광신문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무슨 공자님 말씀 같은 소리인가.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화가 나고 화는 불면으로까지 이어진다. 알다시피 불면증은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원인을 해소하는 방법은 정리된 시국이지만 쉽게 될 일은 아니다. 이상한 대통령을 파면하고 그보다 한술 더 뜨는 부인을 치죄의 공간으로 가두어야 어느 정도 국민적 화병은 해소되겠지만 아직 멀기만 하다. 내란에 해당하는 불법 요소를 가득 안은 계엄이 선포되고 많은 장성이 구치소행이 되었지만, 어느 부분에선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답답하다. 모든 악행은 부인에게서 나올 거라는 국민적 추측을 풀어줄 마음이 대한민국 수사처엔 아직 없다. 그래서 무너지는 건 국가에 앞서 국민의 정신 건강이다. 책임을 질 사람은 서로 떠밀고 위는 자꾸만 아래를 가리킨다. 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책임을 부하에게 떠밀지 않는 게 상식이다. 먼 과거부터 그래왔다. 장렬한 전사를 하든지 그럴만한 기회를 잡지 못하면 책임이라도 졌다. 윤석열 같은 지도자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의 부인 역시 전무후무한 대통령 부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수만 명의 국민을 죽이고 독재의 모범을 보이다가 국민에게 쫓겨난 이승만을 추종하고,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짓밟은 박정희와 전두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애국을 외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행동에 정상적인 국민은 가슴앓이할 수밖에 없다. 반이성의 이들도 우리 국민이니 함께 묻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힘들다. 아스팔트 위를 매끄럽게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험한 비포장으로 들어선 기분이다. 시간은 이를 해결 해줄 것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음 달 중순이면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부인 역시 탄핵 판결 전후를 기해서 수사를 받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희망 섞인 추측이다. 윤석열의 파면을 앞두고 검찰은 누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탈선 없을 파면과 구속 수사에 확신을 두고 이젠 조금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누구 때문이라는 네 탓을 강조하지는 말자. 절대 부족한 인물을 추천한 사람도 이를 받아들여 중용한 사람도 어차피 민주 진영이고, 뻐꾸기처럼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둥지 주인의 자식들을 사냥해 버린 교활한 인물을 추대해서 대통령까지 가는 구름다리를 마련해 준 부류도 민주 진영이다. 같이 속았으면서 누구 때문이라는 지시어는 조금 비겁하다. 잘못된 선택으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던 사람은 결국 파국으로 갈 것이고 우리는 박근혜 이후 다시 지도자 선별의 교육을 혹독하게 받았음을 상기하면 된다. 이제 해결은 시간에 맡기고 조금씩 여유를 회복해 보자. 여유는 시간으로 찾는 게 아니다. 마음으로 찾는 게 여유다. 현대를 살면서 시간적 여유를 찾기는 힘들다. 솔직히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하루를 보내진 않는다.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내적인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여유는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여유의 정의는 시간이 아니라 정신이다. 노자는 악은 선이 있으므로 존재한다고 했다. 일등은 꼴찌가 있어서 존재하고 그늘은 햇빛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엄혹한 내란 시국이지만 분노에 너무 천착하지 말고 억지라도 조금만 너그러워지자. 이상한 대통령 부부를 위한 너그러움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너그러움이다. 여유를 누리는 사람이 더 착하다는 말이 있다. 각박한 속에서의 삶은 인성을 메마르게 만들고 극한 경쟁 사회로 치닫게 한다. 그래서 선()이라는 결실은 여유에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현실이 가슴에 불을 지르면 차가운 명상으로 대처하고 내면의 평화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화병에는 내면의 여유가 특효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