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왜 이러나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2025-04-14     영광신문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국민과 딴 세상에서 다른 생각으로 살던 이상한 대통령의 탄핵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예상대로 인용되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내란이 완전히 종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극우는 극우대로 아직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기회를 노리고, 탄핵을 바라던 국민은 그들대로 마지막 조작에 최선을 다하는 내란 잔당이 하는 짓을 살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잔칫집 폭죽처럼 뜬금없이 터진 국회의장의 개헌 발언은 내란 마무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어느 정도 돌려놓기에 충분한 영향을 발휘했다. 정권이 바뀔 때면 항상 거론이 되어왔던 게 개헌이라지만 이번 경우는 매우 다르지 않은가. 아직 내란의 잔불이 남아 연기를 피우고 있는 마당에 갑자기 던진 개헌은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행동이다. 국회에서 가장 경륜이 많은 의원이 의장을 한다는데 생각이 초선 의원에도 미치지 못하니 분명 욕심에 더해진 명예 귀신이 쓰인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국무위원의 수장이요 대통령 권한까지 대행하고 있는, 가장 연배가 높으신 한덕수 어른께서는 자신을 선출직으로 착각했는지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자충수에 가까운 악수를 두고 말았다. 물론 내란 공범들의 뒷배 공조로 저질러지고 있는 파렴치한 행동인 줄은 알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불과 얼마 전에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발언을 근엄하게 읊던 사람이 표정도 바꾸지 않고 내란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당사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것이다. 정치 평론을 하는 사람이면 대부분 개인 독단적인 결정은 아닐 거라고 한다. 그럴만한 결단력과 배짱을 갖고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입법과 행정의 최고 어르신 두 분이 노망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자신보다는 후세를 생각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사회구성보다는 후대의 사회구성을 염려해야 하는 게 어른으로서의 덕이 아니던가. 욕심에 떼를 쓰는 아이의 수준으로 국가 최고의 어른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부끄럽다. 그리고 파면된 대통령은 관저에서 움직일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던 날 밤 12시 정각에 청와대를 비우라고 결연한 표정으로 발표하던 여성 대변인의 얼굴을 나는 기억한다. 강제 퇴거가 된 문 대통령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공식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기이한 사람이 천일하고도 육십일을 우리의 대통령이었다는 게 신기하다. 자기가 한 말을 일 분이면 잊어버리는 기억력으로 거짓말을 계속하는 끈기 또한 신기하다. SNS에 돌아다니는 10대 거짓말이 떠올라 간단히 적어본다. 처음이 저는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복수로 수사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는 유명한 발언이다. 그를 정치의 시작 선상에 올려준 유명한 말이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서야 그 참뜻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제 아내는 주식으로 손해만 보고 절연했다.” “내 장모님은 남에게 십 원짜리 피해 한 장 준 적 없다.” 세 번째는 김만배와 상가에서 한 번 만난 사이일 뿐 잘 모른다.” 네 번째는 이웃집 할머니가 손바닥에 왕()자를 써주었다.” “천공은 강의만 몇 번 들었을 뿐이다.” 다섯 번째는 특검은 죄를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여섯 번째는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제대로 했다.” 일곱 번째는 서울 양평 간 고속도로 노선 변경 나중에 알았다.” 여덟 번째는 명태균에게 여론조사 의뢰한 적도 없고 보고서도 받아본 적 없다.” 아홉 번째는 채상병 사건으로 격노하지 않았고 수사에 외압을 가하지 않았다.” 열 번째는 소수의 비무장 군인을 보냈지만, 국회에서 해제하자 바로 철수 명령을 내렸다.” “정치적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이다. 물론 그의 인생이 자체가 거짓말이니 이걸로 정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악몽 한 번 꾼 셈 치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