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일갑자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길다면 긴 그 세월을 지나면서 기억에 강하게 남은 인물이 몇이나 될까. 기억 능력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다지 많은 인물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대충 섞여서 살지만 기억에 남은 인물은 좋은 쪽과 나쁜 쪽이 극명하게 갈린다. 그 기준은 대부분 국가를 바탕에 두기 마련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국가를 뒷전으로 했던 부류와 국가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했던 부류로 구분이 된다. 문제는 개인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거나 국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쳤던 사람들이다. 옛날부터 왕이 바뀌거나 정부가 바뀌면 척결이라는 강력한 처방을 해보지만, 어차피 그런 세력은 다시 좀비처럼 살아난다. 고구려는 연개소문과 그의 자식들 권력 다툼으로 멸망했고, 고려는 치열한 무신 정권으로 인해 나라가 흔들렸다. 조선은 사대와 송시열 계파의 노론 권력으로 인해 결국 국가가 무너지고 말았다. 한반도 문화의 찌꺼기를 먹고 살던 일제는 그런 부류를 이용해 쉽게 조선을 손에 넣었고 35년이란 짧은 세월에 정신까지 개조해 버렸다. 전에도 언급했었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말이 현재 재현되고 있음에 소름이 돋는다. 그는 1945년 9월 8일 미국 하지 중장에게 항복문서에 조인하고 9월 12일 총독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우리는 패했지만 한국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한국민이 조선의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는 한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조선은 위대했지만, 현재 한국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그의 예언대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을사오적이 나라를 파는 문서에 도장을 찍은 지 120년이니 올해도 틀림없는 을사년이다. 그렇게 개인 밑에 국가를 두었던 공노할 인간들은 다시 좀비처럼 살아나 대한민국의 고위층에서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 을사년의 역적은 반민특위를 잔인하게 부숴버린 세력으로 부활했고, 세계사에 기록될 정도로 많은 사람을 죽인 이승만을 쫓아내고 민주의 봄을 세우려는 국민을, 혁명이라는 미명으로 탱크로 정권을 탈취한 쿠데타 세력으로 다시 살아났다. 쿠데타 군정이 시민이 아닌 내부의 시해로 무너지고 다시 봄이 찾아드는 듯했지만, 군부 세력은 여지 없이 살아나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 체육관 선거를 종식하는 마지막 국민 의거로 민주국가의 문턱을 넘는가 싶더니 소위 엘리트 카르텔과 유신의 종자를 둘러싼 국정농단 세력이 다시 국가를 장악하는 일이 벌어졌다. 간신히 정리되는 듯하던 반국가세력은 검찰 카르텔이라는 차로 바꾸어 타고 다시 창궐했다. 지금까지 좀비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세력이다. 아무리 정리해도 다시 살아나는 그들의 뿌리는 다름 아닌 일본 숭배 주의이니 아베 노부유키의 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제 우리는 조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마지막 결정 혹은 결심을 해야만 한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치명적인 단점이 ‘착한 코스프레’였다면 40여 일 후에 선출될 대통령은 단호함의 대명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로 이승만이 임시정부 대통령에서 탄핵 된 지 100주년이다. 그리고 그를 국부로 여기는 추종자들이 가장 극성을 부리는 한 해였고 그들은 대부분 이번 내란에 참여했거나 방관했다. 그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돌아온다. 윤석열, 한덕수, 최상목, 지귀연, 심우정 등이 바로 그들이다. 김대중 선생은 전두환과 노태우의 천수를 누리게 해주었다. 그리고 박근혜, 이명박 등은 전 대통령이라는 명분으로 모두 특별 사면으로 풀어주었다. 국민의 울분을 생각하지 않는 특사의 남발은 그들만큼 큰 죄를 짓는 것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