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서 더 따뜻한, 안터마을 실험기 ①
마을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전남 영광군 군서면, 이곳 안터마을에서는 유별난 청년들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마을의 내일을 한 걸음씩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들의 손길로 지역의 유휴공간과 버려진 자원들은 감각적으로 재해석됐고, 2021년부터 지금까지 안터마을에는 청년 주도의 변화가 조용히 이어져 왔다. 유별난 청년들의 따뜻한 실험이 모여, 오늘도 안터마을엔 작은 꿈과 이야기가 랩소디처럼 흐르고 있다. <편집자 주>
유별난 청년 실험이 지역을 바꾸다
안터마을의 실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다. ‘유별나다’는 말의 선입견을 뒤집고, 청년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마을의 전환점이 되는 실험이다.
청년들은 사비를 모아 논과 밭, 빈집, 마을 창고를 매입했고, 스스로 설계하고 고친 ‘공유주거 일곱빛깔’을 시작으로 마을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매년 수십 명의 청년들이 이곳을 찾아와 창업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예술과 콘텐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2025년, 안터마을은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유별난 랩소디.
랩소디처럼 자유로운 청년 실험
‘랩소디(Rhapsody)’는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음악을 뜻한다. 안터마을의 청년 실험도 그렇다. 정해진 답 없이 각자의 감각대로 삶을 실험한다. 안터마을에는 총 3가지의 랩소디가 준비되어 있다.
1. 꿈의 랩소디 – 못난이 농산물의 감각적 변신
버려졌던 못난이 농산물은 청년들의 손끝에서 힙한 굿즈와 푸드로 재탄생한다. 브랜딩, 디자인, 요리까지 청년 감각이 더해진 제품은 팝업스토어와 페스티벌로 마을을 물들인다.
2. 공동체 랩소디 – 마을을 다시 그리다
유휴 장비와 공간을 활용해 커뮤니티 시설과 조형물을 만드는 청년 메이커 실험. ‘유별난 실험실’에서는 누구나 손수 설계하고 직접 조립하며, 마을을 함께 만들어간다.
3. 삶의 랩소디 – 나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청년들은 글과 영상, 나만의 브랜딩으로 자신만의 생존기를 기록한다. 단순한 체험이 아닌, 삶 자체를 실험하는 시간이다.
실험이 만든 생태계, 그리고 확장하는 랩소디
전남형 청년마을로 시작한 ‘유별난 안터마을’이 사업지원이 종료되면서 자립 2년 차를 맞이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새로운 도전을 해오며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이자 커뮤니티, 청년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그리고 2025년, 안터마을은 60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관계인구 실험을 본격화한다. 단기 체류에서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는 설계와 실험의 결과를 지역 브랜드로 연결하는 구조를 마련 중이다.
유별난 실험실: 장비를 갖춘 제작 공간, 쾌적한 리모델링 중
공유주거 확장: 장기 체류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 확보 추진
안터상회 상품화: 로컬 자원과 청년 아이디어의 시너지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계’이다.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진짜 관계가 여기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관계는 계속된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방문했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와 실험을 기획하고,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유지해가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유별난 랩소디의 본질이다.
[꿈의 랩소디 사례]
1. 세대우정 생신잔치 – 청년과 어르신, 함께 만든 공존의 랩소디
지난 2월과 4월, 안터마을에서는 특별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름하여 ‘세대우정의 날’이다.
단순한 축하를 넘어, 서로의 삶을 듣고 공감하는 진심 어린 소통의 장이었다.
잔치 준비는 마을 청년 가게인 ‘안터상회’의 수익금으로 이뤄졌고, 청년과 어르신, 외지 청년들까지 함께 어우러져 세대가 만나는 따뜻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을 위해 청년들이 정성껏 준비한 간식들도 특별했다. 영광 청년 농산물로 만든 호박쌀찐빵, 고구마·감자빵, 새싹삼 식혜, 과일(레드향, 딸기, 배) 등 계절의 맛이 가득했고, 손수 만든 뜨개질 가방과 꽃바구니, 그리고 직접 만든 딸기 생일케이크는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 되었다.
‘세대우정의 날’은 단발성 행사가 아니다. 청년과 어르신이 서로의 취향을 나누고, 삶의 지혜를 주고받으며,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간다. 유별난 공존 실험은 지금도 안터마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2. 청년들의 달콤한 딸기 실험 – 딸기 랩소디
청년들이 직접 딸기를 수확하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실험이다.
청년농부가 직접 운영하는 딸기밭에서 직접 수확한 딸기로 모두가 함께 웃음 속에서 만든 케이크, 그리고 그 케이크를 나누는 시간 속에 청년은 마을을 새롭게 바라보고, 마을도 청년을 가능성으로 다시 보기 시작한다.
“딸기밭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어요. 케이크를 만들며 나눈 대화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딸기랩소디 체험에 참가한 한 청년이 전한 말처럼, 이 실험은 관계를 재정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또한, 청년들의 손에서 완성된 딸기케이크는 안터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또 한 번의 ‘세대 우정의 디저트’가 되었다.
마을에 울려 퍼지는 유별난 랩소디
안터마을의 실험은 크지 않아도, 그 안엔 진심이 있다.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의 랩소디.
지역을 감각적으로 해석하는 청춘의 랩소디.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오늘도 이 마을엔 유별난 랩소디가 잔잔히 울리고 있다.
/선행공동체일곱빛깔 대표 채지혜 010-8712-8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