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살인을 하면 누구를 처벌해야 하나?
강구현 시인
얼마 전 모바일 청첩장이 도착했다. 지역에 사는 후배 작은아들의 결혼식. 일시. 장소. 예비신랑 신부의 사진뿐만 아니라 친절하게도 예식장 약도, 버스노선, 지하철 노선에다 먼 곳에서 참석 못하는 지인들을 위해 마음만이라도 전달 하고 미안해하지 말라는 배려(?)로 혼주의 계좌번호까지 선명하고, 세밀하고, 정교하고, 친절하게 전해온 소식. 바쁘게 살다보니 어쩌다 그 날을 넘겨버리고 일주일쯤 지나서 생각이 나 축의금 봉투를 들고 후배의 집으로 갔다. “깜박했다”며 봉투를 후배의 아내에게 내밀었다.
“아니어요 시숙님, 우리아들 여친도 없는데 무순? 결혼이라니요, 그 거 보이스 피싱이어요”
“어휴! 깜박하길 잘했네”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아찔함과 함께 안도의 한숨.
인터넷(핸드폰)을 사용하는 지구촌 모든 사람은 이미 인터넷 범죄의 표적이 되어 있다. 개인적 신상정보를 포함한 사생활 인격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다 털려있다.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최첨단 lT 기술을 경쟁하며 자랑 하지만 앞으로 AI가 살인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럴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며, 누구를 처벌 해야 하나?
AI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범죄의 살인은 지구촌 곳곳에서 헤아릴 수 없이 발생하고 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n번방 같은 인격 살인. 그 살인을 당하고도 말 한 마디 못한 채 경제적 피해, 정신의 황폐, 영혼 상실. 그렇게 망가진 삶. 인격, 인권과 관련된 피해는 어디다 대고 하소연도 할 수 없다.
신고를 한 들 오히려그 범죄 집단들의 조롱거리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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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그제 통신사 SKT가 해킹을 당해 보내온 것이다. 사용자 각자가 알아서 조심하라는 말이다.
인터넷 범죄의 소굴을 만들어놓고 돈은 우리가 벌테니 범죄예방은 사용자 각자가 알아서 대처하라니? 인테넷범죄의 모든 피해 보상은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는 모든 괸련기업에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기 전에 기업은 윤리나 양심에 기반하여 그런 범죄를 원천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는 왜? 노력하지 않는가?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왔다. 인터넷무명씨
그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낮익고도 낮설었다.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누이처럼 부드럽고, 정확했다. 그는 내 이름을 불렀고, 내 주민번호를 읊었고, 내 은행계좌의 기억까지 알고 있었다. 나는 그를 믿었다. 그 짧은 믿음이 나의 긴 삶을 흘러보냈다.
그날 이후 은행통장은 열지 못했고 문자 한 줄에도 가슴이 떨렸다. 문 밖 초인종에도 눈을 감있다. 내 안에는 누군가 빼앗아간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이 사라졌다. 의심없이 믿던 마음, 도시에서 살이남던 방식, 세상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던 능력 어머니는 통장을 꺼내며 울었고 나는 그 울음 속에서 작고, 미세한 균열이 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건 단지 돈이 아니라
사람이 믿었던 한 생애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그들은 목소리로 공격했다. 총도 칼도 없이 사람의 마음을 해킹했다. 그리고 도시의 수많은 골목마다 이름 모를 피해자들이 빛 대신 통화기 속 어둠을 껴안고 살고 있다. 지금 이 시는 그 어둠 속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몸짓이다. 가벼운 숨, 무거운 기록. 상황이 이렇듯 심각함을 IT 기업들이 모를리 없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