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이 빼앗아 간 칠산바다에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春來不似春)
강구현 시인
매서운 북풍이 편서풍이나 남풍으로 바뀌는 계절 4월이 되면 온 산천에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고, 그 반가운 꽃소식과 함께 칠산바다도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겨울 동안 따뜻한 곳을 찾아 먼바다로 빠져나갔던 회유성 어종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바다는 온통 생명의 몸짓으로 활력이 넘쳐흐른다.
농어 민어 부서 병어 대하 중하 갑오징어 꽃게 참조기 준치 서대 가오리 등을 비롯해 온갖 최고급 어종들이 산란을 위해 칠산바다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오는 봄과 함께 말 그대로 황금어장이 형성되는 칠산바다.
그 풍요로움을 삶의 텃밭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부들 또한 부푼 꿈을 안고 출어를 시작하는 칠산바다의 봄이건만, 이제 더 이상 칠산바다에 그 생명의 봄은 찾아오지 않을 전망이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영광군의 햇빛연금 정책에 의한 해상풍력발전 건설 허가가 아무런 대책 없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햇빛연금이란 부푼 청사진의 이면에는 황금어장 상실, 칠산바다 황폐화, 대량실업자(어선업 종사자) 발생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영광군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따른 공유수면 점유율은 70메가와트 약 200만평(예상), 356메가와트 약1천만평(확정), 526메가와트 약1천5박만평(예상)으로 관내 공유수면 어선업 어장터의 대부분을 점유하게 된다. 여기에다 해저케이블이 지나는 구역까지 포함하면 어선업의 조업구역이 100퍼센트 소멸될 실정이다.
관내 어선업은 5톤 미만의 소형 선박들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주로 연안어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닻 자망이나 유자망 위주의 연안자망, 연안복합 허가가 대부분인데 그 조업의 특성상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이 계획대로 추진 된다면 영광군의 소형 선박들은 어장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영광군은 그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어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1천만 평이라는 공유수면에 이미 건설 허가를 내줌으로써 그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 허가구역 안에서의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벌써 근해어업 허가하고 있거나 중대형 선박의 소유주인 소수 어선업자와 결탁하여 영광군 전체 어선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규정하고, 그들과 합의 한, 말도 안 되는 금액의 보상금으로 대다수 소형어선업자에게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식의 으름장을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민들을 상대로 바다의 주인행세를 하며 조롱하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1천700만평 규모의 건설을 추가할 경우 칠산바다의 주인은 우리 군의 어업인이 아니라 해상풍력 사업자로 바뀌게 된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소형어선업자들에 대한 대책이 행정적으로 전혀 없는 실정이니 그 종사자들은 그저 망연자실해, 할 뿐이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군민 기본소득으로, 국가 차원 에너지 기본소득 시범 도시 지정, 해상풍력 등 주민 이익 공유형 재생에너지 확대를 비롯해 소위 지자체별 맞춤형 공약을 내세운 어느 대선 후보자의 공약은 영광지역에서의 어선업 궤멸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영광군이나 국가 차원에서 또는 국제 규약에 따른 무탄소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사후 문제에 대한 대책이 지자체나 국가 차원에서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영광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건설사업에 따른 지역민과의 상생 방안으로 수산업과 공존 하는 이익공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대부분의 영세 어업인들에게는 그 사업에 동참할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될 경우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소형어선업자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행대로 사업을 추진해 간다면 이는 어선업의 희생을 담보로 전체 군민의 이익(햇빛연금 조성 등)을 제공해주는 지극히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전형적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졸속 행정의 결과만 도출해내게 될 것이다.
무탄소 해상풍력 사업을 통한 군민복지 창출이라는 핑계로 같은 군민인 다수의 어민을 죽이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까지 발생시킬 행정적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어민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앞으로는 칠산바다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을지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어염시초(魚鹽柹草)가 풍부해 옥당골이라 칭했던 우리군의 한 단면이 사라질 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영광군은 풍력발전의 밝은 불빛 아래 짙게 드리워질 어둠의 그림자를 걷어낼 대안을 먼저 제시하라.